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Dec 16. 2021

12권 셋째 전투일, 헥토르의 무훈(武勳)과 흉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2권

<일리아스>의 주제는 '분노'이다. 1권에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했다. 9장에서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에게 화해의 사절단을 보냈지만 실패했다. 11권에서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 마카온이 부상을 당하는 이야기 파리스의 활에 맞음으로 아킬레우스가 등장한다. 왜 아킬레우스가 마카온에게 특별히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부상당한 자가 마카온이 아닌가? 전차가 너무 빨리 달려서 긴가민가 하는데 파트로클로스여, 가서 알아봐다오'라고 말하며 아킬레우스를 등장시킨다.


11권에서 피를 흘리는 그리스 장군들이 많았다. 아이아스는 말짱하지만 아가멤논, 디오메데스, 오디세우스, 마카온, 에우리필로스 등 대표적인 장수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그리스군뿐 아니라 독자들이 아킬레우스의 등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 호메로스의 탁월함이다. '파르나소스산'과 '호메로스의 대관식'이라는 명화를 보면 철학자들과 문학자들이 호메로스의 영향을 받는다. 


파트로클로스가 네스토르 노인에게 왔다가 아킬레우스를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또 하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대신 전쟁터에 나가서 트로이 군을 물러가게 해서 잠시 회복할 수 있는 휴전의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아킬레우스의 등장과 파트로클로스가 죽을 운명을 암시한다. 12권에서는 트로이군이 방벽을 뚫었고 그리스군은 배 안으로 도망하는 절박한 장면이 연출된다.


신들의 도움 없이,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교만하고 유한한 인간의 기념물이! 

    그리스군의 방벽(ramparts)과 참호(trenches)가 무너지는 이유를 표현해 주고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군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올림포스 산들의 신들은 함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쌓은 그리스의 성벽(ramparts)를 무너뜨리기로 했다. 그리스 성벽들이 오래 견딜 수 없는 이유가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hecatombs)을 바치지 않고 불멸의 신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7권에서 포세이돈이 그리스군의 방벽구축을 비난했다. 제우스도 포세이돈이 나중에 방벽을 파괴할 것을 허락했다.



폴리다마스의 제안


트로이군이 그리스군의 방벽과 참호가 있는 곳까지 몰아붙이려고 한다. 그리스군이 참호를 파고 트로이 전차를 잘 저지하는데 성공하자, 헥토르와 한 팀을 이루고 있는 젊은 장수 폴리다마스(Polydamas)가 전략을 제안하길, '전차에서 내려서 성벽을 공격해가자'고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군의 참호를 말들이 건너기를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전차를 포기하고 말에서 내려서 보병으로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부대를 5개로 편성한다. 1 헥토르, 2 파리스, 3 헬레노스, 4 아이네아스, 5 사르페논이 5개 부대의 대표이다. 앞의 세 사람은 프리아모스왕의 아들이고, 아이네아스는 아프로디페 여신의 아들이고, 사르페논은 제우스의 아들이다. 



아시우스(Asius)의 죽음


오직 한 사람은 플리다마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히르타코스의 아들 아시오스는 말과 부하를 남겨두고 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시오스는 전차를 몰고 방벽 입구로 돌진한다. '잔인한 액운을 피할 운명이 아니다'라고 호메로스는 기록한다. 아시우스는 이도메네우스의 창에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스 진영에서는 전쟁의 명수 라피디아(Lapithae) 족의 의기양양한  두 사람 페이리토스의 아들 폴리포이티스(Polypoetes)와  레온테우스(Leonteus)가 버티고 서서 좀처럼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사나운 두 마리의 멧돼지같이 거칠게 끝까지 저항했다.



불길한 징조


폴리다마스와 헥토르가 이끄는 병사들이 가장 용감하게 방벽을 무너뜨리고 그리스 함대에 불을 지르려고 한다. 그들이 참호를 건너려 할 때 하늘에서 한 전조를 보았다. 병사들의 왼편에서 독수리가 날아가는데 그 발톱에는 피를 뚝뚝 흘리며 버둥대는 큰 뱀이 있었다. 뱀이 살려고 몸부림치며 독수리의 목과 가슴을 공격하자 독수리는 아파서 뱀을 병사들 진영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트로이 군은 이 뱀이 그들 중간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공포에 떨었다. 방배의 주신 제우스의 전조라고 보았다. 독수리가 뱀을 트로이 진영 왼쪽에 떨어뜨리다. 신화에서는 오른쪽은 길조이고 왼쪽은 흉조라고 한다.


젊은 폴리다마스는 헥토르에게 불길한 징조라고 말한다. "독수리가 뱀을 놓쳤으니 그 뱀을 집으로 가져가서 새끼들에게 주지 못하게 되었고, 우리가 바로 그런 신세가 될 것입니다. 전력을 다해 그리스 성벽을 깨뜨린다 할지라도 우리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리스에 의해서 수많은 아군이 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헥토르는 철수를 거부하고 계속 전진한다. "남자는 자기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단 말이오. 그대는 어찌 겁을 먹는가?" 


헥토르가 전진하다. 제우스 신이 돕는 듯했다. 돌풍을 일으키고 먼지가 그리스 함대를 덮었고 그리스군의 기력이 쇠했고 헥토르와 트로이군이 승리를 얻었다. 자신만만해진 그들은 그리스군의 거대한 방벽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트로이군인들이 던지는 돌덩이가 마치 눈송이처럼 땅 위에  떨어졌다고 호메로스는 묘사한다. 



사르페돈과 글라우코스 vs.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


헥토르가 이끄는 첫 번째 부대가 아직 방벽을 뚫지 못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아들 사르페돈에게 힘을 북돋운다. 사르페돈과 글라우코스가 팀을 이루어 공격한다. 이 둘은 리키아 사람인가보다. 어? 리키아는 트로이 연합군이 아닌가? 사르페돈이 글라우코스에게 이렇게 말하며 돌진한다.


"글라우코스여, 리키아에서 우리가 특별한 음식 대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지? 우리는 왜 일품의 요리를 대접받고, 잔은 항시 가득히 채워진 걸까? 웬일로 우릴 마치 신처림 우러러보는 것일까? 더욱이 우린 훌륭한 과수원이며 밀밭, 커다란 몫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은 모든 리키아 병사들의 선두에 서서 싸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오. 친구여! 우리가 이 싸움을 피하고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나는 선두대열에서 쌔우지 않을 것이며, 남자의 영광을 높여주는 그대를 싸움터에 보내지도 않을 것이오. 그러나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운명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우리가 적에게 명성을 주든, 적이 우리에게 명성을 주든 나갑시다! 리키아 사람 사르페돈이 글라우코스에게 한 말이다. 


사르페돈이 글라우코스에게 한 말은 지도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솔선수범해야 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들이 무너뜨릴 보루를 향해 진격한다. 이를 본 그리스 장수 메네스테우스가 당황해서 큰소리로 아이아스 장군을 불러오게 한다. 아이아스는 큰 방배가 특징이고 장수 테우크로스와 팀을 이루어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두 사람은 8권에서 8명의 장수를 죽인 찰떡궁합을 보였다. 먼저 사르페돈의 동료 에피클레스를 명중시켜 황천길로 보내고, 다음에는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히폴로쿠스의 아들 클라우코스마저 부상을 입혔다. 클라우코스는 싸움터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어? 죽었네! 사르페돈은 글라우코스가 자기를 두고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보자 슬픔에 가슴이 멨다. 사르페돈은 힘을 내서 네스토르의 아들 알크마온을 쓰러뜨렸다. 사르페돈이 두 손으로 흉벽을 잡아당겨 무너뜨리고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그러자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가 한꺼번에 사르페돈을 공격했지만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을 보호해주었다. 사르페돈이 혼자서 그리스의 두 영웅을 상대합니다.



드디어 헥토르가 방책을 돌파하다


제우스 신이 그리스 보루에 맨 먼저 뛰어오르고 있는 헥토르 왕자에게 은혜를 베풀었을 때, 양군 사이의 팽팽했던 균형이 깨졌다. 헥토르가  외쳤다. "자, 오르라, 트로이군이여. 그리스의 성벽을 깨뜨리고 그들 함대에 불을 지르자."


헥토르는 문 앞에 힘센 사람 둘도 못 드는 바위를 들어서 대문짝을 박살내었다. 트로이군이 성벽문을 통과해서 들어갔고 그리스군은 함대로 도망한다. 13권에서는 함대에서 싸움을 벌이려나?  


12권에서는 3번째 부대 아시우스(Asius)가 먼저 죽었고 글라우코스(Glaucus)가 죽었다. 사르페논과 글라우코스가 한 팀을 이루고 상대는 아이아스(방패)와 테우크로스(Teucer 궁수)가 팀을 이루었는데, 테우크로스의 활에 클라우코스가 맞아 죽었다.


호메로스의 대관식(Deification of Homer) / 1827.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 캔버스에 유채 / 루브르 박물관.
















작가의 이전글 11권 세번째 전투날, 전쟁신과 같은 大아이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