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3권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서 트로이 군대가 그리스 함선까지 침공했다. 제우스 신은 만족하고 더 이상 끼어들지 않는다. 다른 신이 끼어들어도 큰 그림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계획은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회복하는 쪽으로 전쟁을 몰고가는 것이었다. 이제 제우스는 만족한 듯이 전쟁터에서 손을 떼어도 된다고 판단한다.
포세이돈은 제우스가 전쟁터에서 떠난 것을 알고 그리스군을 편들고자 끼어든다.
드디어 포세이돈은 산에 있는 옥사에서 내려와 큰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이 흔들렸다. 세 걸음을 떼어 네 걸음을 떼니 목적지에 도달했다. 바닷속 깊이 찬란한 불멸의 황금 궁전이 있는 곳이었다. 황금 의상을 걸치고, 황금 채찍을 쥐고는 전차 위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가 파도 위를 지나 길을 떠나니 바다의 괴물들이 모여들어 주인을 알아보고 장난을 하고, 바다는 기꺼이 전차 앞에 길을 터주었다. 청동 차축에 물도 안 묻을 정도로 말들이 너무나도 사뿐히 날아갔다. 그들은 포세이돈 신을 그리스군 함대에다 데려다 놓았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예언자 칼카스(Calchas)의 모습과 목소리로 영웅들을 격려한다. 먼저 두 아이아스를 지진을 주관하는 신의 홀로 터치해서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발이 빠른 아이아스(소)가 말한다. "아이아스여, 그분은 올림포스의 신이 틀림없어. 예언자로 변신하여 우리에게 사력을 다해 함대를 수호하라고 하시는군요. 예언자 칼카스는 아니야. 돌아설 때 그분의 발과 무릎을 보고 한눈에 난 알아보았다오. 신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니까요. 난 손과 발이 싸움에 나갈 열정으로 충만합니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대)가 응대한다. "나 또한 창을 확 움켜쥐게 되고, 힘은 왕성해지며 발은 빨라지니, 나 혼자라도 헥토르와 일전을 겨룰 욕구가 치솟는군 그래." 다음으로 포세이돈은 그리스 장수들을 격려한다. 테우크로스, 메넬라오스, 데이피로스, 메리오네스와 안틸로코스 모두를 격려한다.
'트로이군이 잘 싸우는 이유는 너희들이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your cowardice). 전력을 다해 싸우면 트로이군은 물러갈 것이다. 비록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에게 한 실수때문에 사태가 악화되었지만, 핑계하지 말고 명예스럽게 싸우라'고 말한다.
그리스군은 팔랑크스(Palanx) 대열로 인간 벽을 만든다. 경무장보병 밀집대형의 원형이다. 트로이군이 홍수에 밀려 산에서 쏟아지는 바위처럼 밀어닥쳤으나 바위가 굴러오다가 평지에 서듯이, 트로이 군은 적의 앞에 바싹 다가서 멈춰섰다. 그리스군이 검과 창으로 헥토르를 겨냥하니 중앙에서 진격하는 헥토르도 머뭇머뭇 퇴각한다.
이 장에서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이 5명이나 등장한다. 형 헬레누스, 헥토르와 파리스, 데이포보스(Deiphobus)와 폴리테스(Polites)이다. 프라아모스 왕의 사위 임브리오스(Imbrios)도 출전했다. 그리스의 젊은 장수 메리오네스가 데이포보스에게 창을 던진다. 데이포보스가 방패를 들어 잘 피했다. 메리오네스는 창을 가지러 막사로 돌아갔다.
데우크로스가 헥토르의 부하로 있는 임브리우스를 죽였다. 임브리우스는 프리아모스 왕의 사위로 친왕자같은 대우를 받았었다. 테우크로스가 임브리오스의 갑옷을 벗기려고 다가갔으나 헥토르가 그에게 창을 겨누었다. 테우크로스는 헥토르의 창을 피했지만, 그 창은 암피마쿠스(Amphimacus)의 심장을 명중시켰다. 헥토르가 암피마쿠스의 투구를 벗기려고 쫓아갔으나 아이아스의 창이 날아왔으나 잘 피했다. 두 명의 그리스인이 암피마쿠스를 진영으로 데려갔다. 이로 인해서 포세이돈에 헥토르에게 화가 났다. 암피마쿠스는 포세이돈의 손자이기 때문이다. 암피마쿠스를 죽인 보복으로, 두 아이아스는 트로이 왕의 사위 임브리우스의 시체를 높이 쳐들었다가 그의 목을 쳐서 머리를 토막 내어 공처럼 휙 던지니 헥토르의 발아래로 먼지 속에 뒹굴었다.
이도메네우스는 크레타 왕이다. 반백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네스토르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손자 암피마코스(Amphimachos)가 죽어서 포세이돈이 분개하고 토아스(Thoas)로 변장하여 이도메네우스에게 나타나 '다른 장수들은 열심히 싸우는데 왜 막사에게 빈둥거리고 있느냐'고 훈계한다. 포세이돈(토아스)이 이도메네우스에게 독려한다.
이도메네우스여, 싸움에 게을리하는 자는 트로이에서 다시는 귀향 길에 오르지 못할 것이며, 이곳에 남아 개의 밥이나 될 것이다. 무장을 갖추고 나가시오.
이도메네우스가 원로인데 이를 꾸짖는 토아스는 누구이며 무슨 권위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도메네우스는 부상자를 후송하고 무구를 갖추기 위해 잠시 온 것이지 전쟁터로 가겠다고 말한다. 이도메네우스가 창 두 개를 가지고 나가는데, 창을 가지러 돌아오는 메리오네스를 만났다. 이도메네우스는 포세이돈에게 받은 대로 그대로 젊은 메리오네스에게 말한다. "왜 전장을 떠났는가? 부상이라도 당했나? 아니면 나를 데리러 오는 건가?" 나무라듯 말하는데, 창을 가지러 온다고 말하니, 자기가 가진 20개의 창에서 메리오네스에게 주었다. 둘은 최고로 약한 좌측으로 같이 간다. 중앙은 두 아이아스가 헥토르를 상대하는 중이다.
이도메네우스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인이지만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에게 청혼한 오트리오네우스(Orthyoneus)를 죽인다. 오트리오네우스를 도우러 온 아시오스(Asios)를 이도메네우스가 창으로 죽인다. 12권에서 폴리다마스가 말에서 내려서 공격하자고 했을 때 혼자만 전차를 타고 공격했던 인물이 아시오스이다.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 데이포보스(Deiphobos)가 아시오스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이도메네우스에게 창을 던졌으나, 그 창은 빗나가서 옆에 있는 힙세노르(Hypsenor)를 죽이게 된다. 이도메네우스는 안키세스의 사위 알카토오스(Achathous)를 창으로 죽인다. 안키세스는 아이네아스의 아버지이고, 알카토오스와 아이네아스는 처남 매부 지간이다. 데이포보스가 아시우스를 죽인 복수를 하고자 이도메네우스에게 다가가 창을 겨누었으나 이도메네우스가 피한다.
알카토오스를 이도메네우스가 죽인 것이, 그의 처남 아이네아스가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도메네우스가 데이포보스에게 일대일로 겨루자고 제안하는데 이 와중에 이도메네우스는 크레테(Crete)의 역사를 소개하며 자기소개를 상대에게 한다. "데이포보스여, 제우스의 아들인 내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알려주겠소. 제우스께서 크레테의 왕 미노스를 낳았고, 미노스는 듀칼리온을 낳았고, 그분은 나를 낳으셨지. 난 트로이군을 파멸하고자 이곳에 온 걸세." 데이포보스는 고민한다. '돌아가 트로이 지원군을 데려올까, 아니면 홀로 싸울까.' 결국 아이네아스를 데려오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리고 돌아갔다. 그리스의 아킬레우스처럼 자신의 명예를 높여주지 않아서 전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아이네아스를 데려오는 장면이다.
아이네이아스는 자신의 공헌에 대해 정당한 영예를 주지 않던 프리아모스 왕에게 불만을 품어서 후방에 서 있었다. 데이포보스가 말했다. "아이네이아스여, 일가친척의 결속을 아실 테니, 그대 매부의 시신을 보호토록 나를 도와주오. 나와 함께 나아가 알카토오스를 구출합시다. 이제 이도메네우스가 그분을 죽이고 말았소."
데이포보스가 아이네아스를 전쟁터로 데려 나오고 말한다. 분노에 찬 아이네아스가 이도메네우스에게 달려들자, 이도메네우스도 그리스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스칼라푸스, 아파레우스, 데이피루스, 데이피루스, 메리오네스, 안틸로코스 등을 부른다. 아이네아스도 데이포보스, 파리스, 아게노르를 부른다. 이리하여 알카토오스의 시신을 놓고 접전이 벌어졌다. 아이네아스와 이도메네우스가 검과 창으로 겨룬다. 노인 이도메네우스는 지쳐간다.
아시우스의 죽음에 대하여 이도메네우스에게 분노한 데이포보스가 창을 겨누었지만, 빗나가고 아레스의 아들 아스칼라푸스의 어깨를 관통하여 쓰러뜨렸다. 데이포보스가 아스칼라푸스의 투구를 벗기려 했으나 메리오네스가 덤벼들어 창으로 그의 어깨를 내려쳐 부상을 입혔다. 데이포보스는 손에서 아스칼라푸스(Ascalaphus)의 투구를 놓친다. 헥토로도, 데이포보스도 상대의 투구를 벗겨가려고 하는군. 남자의 명예를 높이는 일로 생각한 것 같다. 친동생 폴리테스(Polites)가 부상입은 데이포보스의 허리를 부촉하고 후방으로 피신한다. 치열한 접전을 통해서 죽고 죽이는 일이 이어진다.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 헬레누스가 메넬라오스의 흉패를 뚫지 못하자, 메넬라오스는 창이 헬레누스의 손에 박혔다. 아게노르가 그 창을 뽑았고 헬레누스를 수송했다. 피산데르(Pisander)가 메넬라오스에게 도전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피산데르를 구하려고 달려온 하르팔리온이 메넬라오스에게 달려들자, 옆에 있던 메니오네스가 화살로 하르팔리온을 죽인다. 파리스는 하르팔리온의 죽음을 슬퍼하며 화살을 날려 에우메로르를 죽인다. 트로이 군의 주요 장수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아시오스와 아다마스 부자가 죽고, 헬레누스와 데이포보스 형제가 부상을 당해 도성으로 후송되었다. 몸이 성한 장수는 파리스 뿐인 듯하다.
두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 아테나인, 보이오티아인, 에피이오이인, 르크리스인, 프티아인들이 결사적으로 함선 중앙을 방어한다. 헥토르의 참모 폴리다마스가 트로이 장수들을 데려와서 공략하자고 조언을 한다. 헥토르는 계속 남아 있고, 폴리다마스가 장수들을 모집하도록 한다.
열심히 싸우는 파리스와 헥토르 형제가 만나게 되었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에 대하여 유감이 있었던지 형 헥토르는 동생 파리스에게 왜 빈둥거리고 있느냐 최선을 다하라고 다그치며, 이 '겁쟁이(coward)' '여자만 잘 꼬시는 자(seducer)'라고 쏘아붙인다. 형 헥토르이 동생 파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증스러운 파리스여, 외모만 멀쩡하지 계집에 미친 유혹자여! 이제 일리오스도 완전히 망하고 말았구나. 이제는 너도 갑작스러운 파멸을 면치 못하리라.
동생은 성격도 좋다. 장수들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말하며 화낼 일이 아니라고 형을 진정시킨다. 헥토르는 적진을 뚫으려고 하지만 아카이오이족은 아이아스를 선두로 하여 트로이의 공격을 잘 막아낸다.
포세이돈/칼카스, 이도메네우스, 메리오네스, 대 아이아스, 테우크로스, 소 아이아스, 메넬라오스, 토아스, 데이피로스
사망자: 안틸로코스, 힙세노르, 아스칼라포스, 암피마코스, 아파레우스, 데이피루스, 에우메노르, 에우케놀, 아스칼라푸스
헥토르와 파리스, 폴리테스, 폴리다마스, 아이네아스, 아게노르
사망/부상자 : 헬레노스, 데이포보스, 아게노르, 임브리오스, 오트리오네우스, 아시오스, 알카토오스, 하르팔리온, 오이노마노스, 토온, 아다마스, 파산데르
포세이돈, 칼카스, 대 아이아스(델라몬의 아들)와 테우크로스(대 아이아스 이복동생), 소 아이아스, 메넬라오스, 토아스, 데이피로스, 안틸로코스(네스토르 아들), 이도메네우스(크레타 왕 데우칼리온의 아들), 힙세노르, 아스칼라포스, 메리오네스(크레타 장수), 암피마코스(포세이돈 손자), 아파레우스, 데이피루스, 에우메노르, *에우케놀(고린도 폴리이도스 아들), 아스칼라푸스(아레스 아들)
그리스 진영. 밑줄: 부상자, 이탤릭: 사망자
헬레노스/ 헥토르/ 파리스/ 데이포보스 / 폴리테스 Polites(프리아모스 아들), 폴리다마스, 아이네이아스, 아게노르, 임브리오스(프리아모스 사위), 오트리오네우스(카산드라 청혼자), 아시오스(Asios), 알카토오스(안키세스의 사위, 안키세스는 아이네이아스 아버지), 하르팔리온, 오이노마노스, 토온, 아다마스(아시오스 아들), 파이산드로스(파산데르),
트리이 진영. 밑줄: 부상자, 이탤릭: 사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