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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14. 2021

10권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의 야간정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0권

밤이 되어 두 번째 전투를 마쳤지만 트로이 군은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스 군을 전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다음날 아침에 그리스를 전멸하고 함대를 불태우려는 기세로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헥토르와 트로이 군은 그만큼 자신만만하다. 이 모든 것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제우스에게 탄원한 대로 진행된 것이다.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회복해달라! 9권에서 아가멤논은 자신의 잘못을 영웅들 앞에서 인정하고 아킬레우스에게 사절단 - 포이닉스, 오디세우스, 대 아이아스-을 보냈지만 실패하고 돌아왔다. 두 번째 전투날 저녁에 아킬레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낸 결과가 실패였지만, 그날 밤의 모든 일이 실패는 아니었다. 야심한 밤에 트로이 진영을 정탐하러 갔던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가 공을 세우고 돌아온 이야기가 10권에 기록되었다.




잠못이루는 아가멤논, 정탐꾼 파견


모두가 잠들었지만,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리스 군은 대패해서 퇴각했고,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은 깊은 한숨을 쉰다. 트로이 평지를 보니, 일리오스 성 앞에 수많은 화톳불이 타오른 것을 보고 병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놀랍기만 하다. 네스토르와 대책회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무장을 한다. 메넬라오스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형 아가멤논에게로 간다. 특이한 것은 차림새이다. 아가멤논은 사자가죽을 어깨에 걸쳐 입었고, 메넬라오스는 표범가죽을 둘렀고, 네스토르는 자줏빛 외투(his purple coat)를 몸에 둘렀고 디오메데스는 황갈색 커다란 사자 가죽을 어깨에 쓰고 창을 들고 나타났다. 이렇게 지위를 드러내 주는 옷차림을 호메로스는 묘사한다. 아가멤논은 잠자리에 든 원로 네스토르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한다. 메넬라오스는 오디세우스,  디오메데스, 소 아이아스, 이도메네우스, 에우뤼필로스 등이 정탐을 자원한다.


아가멤논 왕은 디오메데스에게 결정권을 주면서,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디오메데스는 '오디세우스가 있어야겠다'고 말한다. 여기서도 호메로스는 옷차림을 자세히 묘사한다. '디오메데스는 트라쉬메데사의 쌍날칼과 방패를 가지고 깃털이 없는 소가죽 투구(a helmet of bull's hide without peak or crest; it is called a skull-cap and is a common headgear)를 썼고, 오디세우스는 활과 화살통과 칼을 들고 멧돼지 흰 이빨들이 양쪽에 촘촘히 박힌 가죽투구를 쓰고 야간정탐을 나선다.'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의 정탐


트로이 첩자 돌론을 생포한 오디세이아와 디오메데스(아테나 여신의 방패를 든 사람)


트로이 쪽에서도 헥토르가 정탐꾼을 뽑는다. 돌론(Dolon)이 뽑혔다. 돌론은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를 달라고 한다. "펠레우스의 아들을 싣고 다니는 말들과 청동으로 장식된 아킬레우스의 전차를 달라"고 하고 헥토르는 그것을 보장해 주었다.


돌론(Dolon): 헥토르시여, 제가 적의 함대로 가서 그들의 동정을 염탐해 오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그대의 홀을 들어 나에게 청동으로 장식한 전차와 펠레우스의 영악한 아들이 끌고 다시는 말들을 주겠노라고 맹세하십시오.

헥토르(Hector): (왕홀을 쳐들면서 맹세하기를) 헤라 여신의 남편이신 번개의 주신 제우스이시여, 살펴주소서. 그대가 아닌 트로이의 그 누구도 그 말에 오르지 않게 하고, 오직 그대만 그 말들을 소유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겠소.


불멸의 신의 선물인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를 욕심내서 정탐에 나서는 트로이의 돌론. 아킬레우스의 말은 크산토스와 바리오스로 제리포스와 하르피아이 중 포다르게 사이에 태어났으며,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 때 신들이 선물로 준 말들이다. 인간의 말을 하는 불사의 말들로, 후에 에리니에스에게 벌을 받아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출처] UTIS


돌론은 잿빛 늑대가죽을 걸치고 족제비 가죽으로 만든 투구(a cap of ferret skin)를 쓰고 창을 들고 그리스 함선이 있는 쪽으로 잠입해 들어간다. 오디세우스가 염탐꾼인지 도둑인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생포한다. 돌론을 생포하는 대목이다. 나중에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에게 잡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를 보장받았다는 말을 듣고서 오디세우스가 웃는다. "그대가 상금에 눈이 어두웠구려. 신을 어머니로 모시고 있는 아킬레우스 자신 외에 어느 누구도 다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불멸의 말과 신의 선물을 욕심내는 것은 곧 죽음을 상징한다.


돌론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곧장 그들을 지나쳐 갔다. 그가 노새로 하루갈이 밭의 넓이만큼이나 멀리 갔을 때 그들은 그를 쫓아갔다. 그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섰다. 그는 자기에게 돌아오라는 헥토르의 명을 받고 트로이 진영에서 오고 있는 동료들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창의 적중 거리 혹은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그들이 적임을 알아차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줄행랑을 놓았다. 그들은 즉시 추격을 개시했다. (…) 그 때 디오메데스는 앞에 창을 치켜들고 고함을 질렀다. "서라, 아니면 내 창을 던져 당장 너의 종말을 가져오게 하겠다." 말이 떨어지자 그는 창을 날렸건만 일부러 빗나가게 겨냥을 했다. 창은 돌론의 오른편 어깨를 지나 땅 속에 꽂혔다. 그는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꼼짝 않고 자리에 멈춰섰다. 이빨이 부딪쳤다. 공포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두 장수(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가 숨을 헐떡이며 그에게 다가와서는 그의 두 손을 붙드니, 와락 울음을 터뜨리며 애원했다. "살려 주십시오. 내 몸값을 바치겠습니다. 우린 많은 금이며 동, 철이 있소. 그리스 함대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소식만 들으신다면 나의 부친께서는 그대들이 만족할 만큼의 몸값을 지불하실 것입니다." 트로이 첩자 돌론(Dolon)을 생포하는 장면


돌론은 목숨을 구걸할 뿐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오디세우스는 꾀돌이 답게 돌론이 술술 말을 하도록 유도한다. 돌론은 그리스 진영의 순서와 장수들 이름을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돌론에게 빼낸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은 트라키아 병사들과 왕에 관한 정보였다.


"트로이 진중으로 잠입하시면 최근에 이 곳으로 와서 진영 멀리 끝에 있는 다른 진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트라키아(Thracian) 병사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그들의 왕인 에이오네우스의 아들 레소스(Rhesus, 트라키아왕)가 있지요. 그의 말들은 내가 일찍이 보아 온 말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힘이 센 것들입니다. 눈보다 하얗고 부는 바람보다 빠르답니다. 그의 전차는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고, 가장 진귀한 솜씨로 된 신비로운 황금 무기를 가져왔지요. 어떠한 인간도 착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휘황찬란한 것이죠. 신을 위해서만 존재한답니다. 저를 함대에 가두시든 이 곳에다 안전하게 묶어 놓으시든, 돌아오셔서 제 말씀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확인하십시오." 생포된 트로이 첩자 돌론(Dolon)이 오디에우스에게 중요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일리아스> 10권, 트리키아(Thrace)가 트로이를 돕기 위해 합류하지만, 트라키아왕 레소스(Rhesus)가 밤 중에 습격한 디오데메스의 칼에 죽고, 그의 멋진 말들을 빼앗긴다


디오메데스는 돌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돌론이여, 너는 우리에게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지만 우리 손에서 빠져나갈 생각일랑 말라. 내가 너를 죽여 더 이상 우리의 고통거리가 되지 않게 하겠다." 돌론은 디오메데스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탄원하는 자세임 애원하려 했지만 디오메데스는 그의 목 한가운데를 쳐서 힘줄을 자른다. 머리가 땅에 떨어져 먼지 속에 뒹구는데 '아직도 종알대고 있다(his head fell rolling in the dust while he was yet speaking)'고 묘사하는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다. 오디세우스는 전리품들을 집어서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며 나머지 야간원정을 잘 마치도록 아테나 여신에게 기원한다.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는 파수병도 없이 외진 곳에 홀로 야영하고 있는 트라케의 왕 레소스를 죽이고 그의 말을 탈취한다. 디오메데스가 트라케 병사들을 죽이는 동안, 오디세우스가 레소스의 말을 훔친다. 레소스를 포함해서 13명의 트라케 병사를 디오메데스가 죽였다. 아테나 여신이 돌아갈 때 임을 알려주어서 임무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의 귀환



트라키아왕 레소스를 죽이고, 그의 명마를 데리고 오는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이다. 오른쪽의 늙은 현자 네스토르가 '이 명마를 어떻게 가져왔느냐? 트로이에서 가져왔냐? 신의 준 선물이냐? 일광처럼 빛나는 훌륭한 말이로다"라고 말한다.


트로이를 편드는 아폴론 신이 아테나가 디오메데스를 돌보는 모습을 감지하고, 트로이의 장수들을 깨웠다. 트로이 진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트라키아 왕 레소스의 명마를 타고 함대로 달려갔다. 네스토르가 말발굽 소리를 듣고 두 장수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아차렸다. "장군들, 내가 옳게 들은 것일까,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난 분명히 말발굽 소리를 들었소. 두 장수가 트로이군으로부터 돌아오는 소리였으면 좋겠소." 지혜로운 노인 네스토르는 그들이 훔쳐 온 명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귀환한 두 장수는 말들에게 먹이를 먹이고, 전리품을 함대의 고물에 걸쳐 놓는다. 두 장수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먼저 땀을 씻어낸 후에, 욕통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목욕을 마치고 올리브기름을 온 몸에 바르고, 식탁에서 술통의 술을 가져와 아테나 여신에게 제주를 올린다.




비록 두 번째 전투날의 초저녁에 있었던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는 일에는 실패했지만, 야심한 밤 - 새벽 3시라도고 함 - 트로이 야간정탐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11권에서는 '세 번째 전투날'이 시작된다. 세 번째 전투날의 기록은 <일리아스> 11권에서 19권에 기록되어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레소스(Rhesus)>는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가 트라키아(트라케)의 왕 레소스를 죽이고 명마를 훔쳐온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대 희랍의 비극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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