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맘

2021.10.23

by 고주

엄마 맘


아가 낼 시간 있냐?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저번에 며느리 왔을 때

얼굴이 몹시 됐드마

손주 보느라 힘들어서 그래야

며느리 잘 먹는 오이 좀 볶았다

가져가거라


아삭아삭 쫀 오이를 씹으며

나는 왜 이 맛이 안 날까?


조선 갓과 쪽파로 담은 김치

알싸하게 코로 밀려오는 향

얼갈이 배추로 담은 김치는 좀 짜다

팔순이 넘은 노인이 잘 펴지지도

않은 허리로 버무렸을 텐데


자식 목구멍으로 음식 들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다는데

며느리 먹으라고 음식 보내주는 건

다 아들 때문인 것이여

조금 꼬인 심보는

사실 자기 맘일 것이다

keyword
이전 15화쪼그라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