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썼는데, 제는 맞고 왜 나는 틀려요?
급하게 채점하다 보니 실수했나 보다.
결국 점수가 높은 아이가 깎였다.
1점에도 목숨을 거는 이 녀석들.
그러게, 공부를 더 하라니까.
목은 따끔따끔하지.
온풍기는 계속 돌아가지.
목소리를 좀 키우면 잔기침이 터지지.
갈 길은 구만리인데, 자꾸 말꼬리를 자르며 달려드는 놈.
눈총에 무안해진 녀석, 왜 자꾸 어긋나려고만 하는지.
물이 깊으면 자그마한 바람에 울렁이지 않는 법.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를 심심하게 하지 않으려고 너희들이 무진 애를 쓰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어렵게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진도가 제일 늦은 7반 녀석들.
호루라기를 부는 선생님 반.
목소리가 제일 높은 반.
음악 수행평가 준비로 노래 연습을 하게 해 달란다.
수학도 마지막 수행평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에 모든 반이 한꺼번에 치러야 하니 그때까지만 좀 이해해 달라.
내 목 상태가 정상이 아니니 사정을 좀 봐달라.
간곡한 내 표정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수업은 시작해야 하겠는데,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속은 골아진 전어 창 젓이다.
화낼 힘도 없다.
얌전한 여학생들의 얼굴에서 내 어릴 적 모습을 본다.
선생님의 표정으로 보아 폭탄이 터질 것 같은데.
선을 넘고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미웠다.
같이 떨이로 넘겨져 굴비 엮듯이 엮여 단체 기합 받는 것이 싫었다.
너무 가혹한 선생님의 체벌에는 일어나 항의하고 싶었다.
학급 회의 시간에 자신 있게 손들고 내 의견 하나 발표하지 못하는 주제에.
속에는 용광로가 끓고 있었다.
한 번도 폭발하지 못한.
그 시간이 다 지나가고, 회갑도 지나버린 초보 노인이 생각한다.
그러나 저러나 결국 다 똑같은 것을.
도토리 키재기하고 있는 녀석들.
학생부에는 성적이 기록되지 않지만 2학년 반 배정을 위해 성적을 좀 달란다.
손이 보이지 않도록 양식을 만들고 성적을 입력한다.
실수로 책잡히지 않도록 몇 번이고 확인한다.
조사된 자료를 정리하는 앱을 공부해야 한다.
이것 참 눈 뜨고 잠을 자야 할 판이다.
내일부터는 학생부 입력도 시작해야겠다.
그러나 목은 좀 풀려야 하는데.
기침할 때마다 골이 울린다.
텅텅 종소리가 들린다.
건조한 날씨, 미세먼지 때문일 거야.
절대 감기는 아닐 거야.
감히 내가 누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