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

2023.12.11. 월

by 고주

감기가 덜 떨어졌는데, 좀 무리였나?

약을 먹었더니 기침은 잦아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에 눈이 떠진다.

손홍민 게임이 진행 중이다.

모나코 TV.

원한을 푸는 선수 같다.

차원이 다른 몸놀림, 발만 대도 골을 넣을 수 있게 밥상을 차려준다.

샤워하는데 왼쪽 눈이 따갑다.

비눗물이 들어갔나 보다.

이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황당하다.

아내가 정성으로 만들어준 바나나 스무디를 먹는데, 잘 빨리지 않는다.

어제 아침 빵을 먹을 때 입술 쪽이 좀 얼얼했었는데.

기침을 많이 해서 머리 왼쪽이 뻐근한 것과 연관이 있을까?

덜컥 겁이 난다.


아내에게 학교 근처 신경과를 예약하게 하고, 10시 45분까지 교문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비는 왜 또 추적거리는데.

평소에 다름없이 발발거리며 학교에 왔다.

주제선택반 아이들에게 내줄 유인물을 만든다.

학생부 입력이 덜 된 8반부터 내용을 정리한다.

아 참! 월요일이니 교문 지도가 있지?

바쁠수록 일은 꼬리를 문다.


빨리 진도를 마무리해야 수행평가를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진로 멘토의 시간이란다.

한양대 정책개발학과 학생.

로스쿨에 합격발표가 며칠 전에 났었다나.

아이들은 방탄을 보는듯하다.

아주 빨려 들어가고 있다.

자꾸 입술이 더 마비되는 것 같다.

연세신경과의원.

연세가 지긋하시다.

얼굴에 뭔가를 붙이고 전기자극을 준다.

오른 다리에도.

귀에 큰 귀마개를 씌우고 소리를 시끄럽게 튼다.

목뒤에 기계를 대고 한참을 비빈다.

의사 선생님이 보고 계시는지 뭐라고 지시한다.

한 시간의 검사.

검사지를 수북하게 쌓아 놓고 근엄하게 말씀하신다.

원인은 많은데. 당뇨의 영향일 수도 있고, 혈압이 높아 혈관 문제일 수도 있고.

경동맥 검사를 해보았는데 약간의 문제는 있다.

뇌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내일 MRI를 찍어보자.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을 쓰면 효과는 빠른데, 당뇨 때문에 안된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일주일 동안 훨씬 심해질 수도 있겠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편하게 쉬십시오.

약은 최소한으로 드렸으니 내일 뵙시다.

점심시간이 넘어간다.

김밥을 샀지만 먹을 시간이 없다.

아이들에게 말할 수도 없고, 검사지를 나누고 남은 시간은 유튜브 범의 제국을 틀어주며 시간을 보낸다.

왜 시간은 이렇게 지나가지 않는지.

이제 말도 좀 어눌해진 것 같다.

입술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당연히 말도 세겠지.

내일 시간표를 바꾸고 싶은데, 체육은 연속수업이라 어찌할 수가 없다.

실장을 불러 보충 문제를 풀며 시간을 보내보자고 이른다.

한의원에서 침만 맞아도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내 주치의 통증의학과 재흥이가 생각난다.

바로 달려오란다.

빗속을 뚫고 달린다.

본인도 얼굴 반쪽이 마비되어 고생했었다 한다.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목뒤, 얼굴, 턱까지 주사를 놓는다.

따끔하지만 다 낳은 것처럼 시원하다.

이제 당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겠다.

아침을 바나나주스에서 잡곡밥과 나물 반찬으로 바꾸겠다는 아내의 통보.

상추에 오리고기 볶음을 정성스럽게 내놓았는데, 씹는 것이 불편하다.

자꾸 옆으로 샌다.

손으로 밀어 넣으면서 몇 숟가락 보태지만 처참하다.


약을 먹고 앉아 생각한다.

뭐가 문제였을까?

일어날 일, 언젠가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차근차근 치료하고.

다시는 건강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이를 제발 생각하라고.

왜 막걸리를 그렇게 버리지 못하나.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한가?

내 절제력이 부족한 탓이지.

단단히 각오해야지.

소리 내서 아 에 이 오 우.

입술이 비뚤어지면서 발음이 잘되지 않는다.

코 찡긋하기.

이마에 주름잡기.

전혀 반응하지 않는 왼쪽 얼굴.

연습 또 연습.

뇌에 전달되면 호르몬이 분비되어 회복이 더 빠르다고 했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 기다.

그래도 고쳐야지,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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