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기침이 끊이지 않은 아내.
한방에서 자는데 무사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어제는 학교까지 와 신경과에 갔지, 오후엔 금정까지 나와 평촌 친구병원에 갔지.
집에 와서는 저녁을 준비, 설거지, 청소까지 끝이 없는 일.
평소 같으면 설거지 좀 도와주고 목에 힘이라도 주는데.
핫팩을 머리에 대고 잤더니 목이 훨씬 수월하다.
기침하면서도 전철역까지 데려다주는 아내.
어찌 버티시는고?
귀마개 마스크 핫팩으로 완전무장이다.
좀 서서히 조심스럽게 하는 출근.
자리에 와서 마방진 문제지를 열고 학생부 기초자료에 입력한다.
되도록 좋은 말을 써주고 싶은데 백지로 내는 녀석들도 있다.
“수업에 전혀 성의가 없다.” 요것이 정답인데.
“마방진 수를 찾는데, 흥미를 갖고 노력하고 있음.” 정도로 마무리한다.
사무실 팀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너무 일찍 출근하셔요.
수업 끝나면 바로 가세요.
학교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고마운 말씀이다.
교감 선생님께도 치료를 위해 당분간 일찍 나가봐야 할 듯하다고 말씀드렸다.
못 나오겠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연말이라 급하게 올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은 해내야지.
피해를 줄 수 없다.
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의아해한다.
“선생님의 건강이 좋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는데, 어제부터 얼굴 왼쪽 부분에 마비 증상이 있습니다.
말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니 조용하게 수업에 참여해 주십시오.”
심각해지는 여학생들.
문제를 읽게 시켰더니 목 속으로 말이 넘어가는 남학생들.
그때 혁이가 손을 들고 자신이 읽겠다 한다.
자식 또 쓸데가 있네.
의외로 수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
반인반수라더니.
이럴 때는 확실히 사람 맞다.
태블릿을 열고, 중학생용이지통계 앱을 작동한다.
내가 프로그램 운영을 수업하다니. 많이 늘었다.
그래프가 해석하기 어렵게 나왔을 때, 도수분포표 설정에서 구간과 초깃값 수정하라고 이른다.
이제 우습게 보지는 않겠지.
괜찮아요? 앗싸
어떡해요? 자습해요.
좀 쉬셔요. 놀아요
이렇게 반응이 다르다니.
아니 방식이 다른가?
그렇게 성장했을까? 설마 타고났겠지 아마.
남자와 여자의 차이
음식을 씹는데,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딱딱한 음식을 잘게 부수는 일이 이빨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안면근육이 맷돌 돌 듯이 돌아 음식물을 이동시켜야 하는데
한쪽에 몰려 쟁여진다.
손으로 밀어내야 한다.
할 수 없이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신다.
그것도 왼쪽은 바람이 세서 흐른다.
쩝쩝 빠는 소리는 왜 그렇게도 크게 들리는지.
눈치껏 몇 술 뜨고 일어선다.
수시로 귀밑을 마사지하고 핫팩으로 따뜻하게 하고.
주름 코 입술을 따로 연습하는데 골이 아프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
아들은 바이러스 감염이라 자주 만지면 좋지 않다고 하고.
피만 뜨거워진다. 쓸데없이.
박희붕외과.
머리와 혈관 MRI 촬영.
귀마개를 씌운다.
윙하고 몸이 기계로 밀려 들어간다.
눈을 감고 뜨지 않는다.
30분 정도 걸리겠다 한다.
딱 딱 딱 털컹 덜컹
다다다다
쓱싹 쓱싹.....
느따 느따
별소리가 다 들린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야지 해도 잘 수 없을 정도다.
코가 간지러운데 손을 올릴 수도 없다.
별문제는 없어야 하는데.
근데 왜 다 아픈 것 같지.
CD와 검사지를 가지고 신경과로.
의사 선생님은 당뇨 혈압이 있는 분 치고는 너무 깨끗하단다.
치매 걱정도 없단다.
머리도 깨끗하다니.
다 나은 것 같다.
퇴근 시간 막힌 길을 뚫고 간 친구병원.
정성껏 놔준 주사로 훨씬 안정되었다.
죽으로 먹는 저녁 식사.
무른 무조림도 좋고, 고추장으로 버무린 시금치, 콩나물까지
출출한 배를 빵빵하게 채웠다.
수원으로 출장을 오게 된다는 제자의 전화.
내 목소리를 듣더니 다음에 만나잔다.
사실 안면마비 증상이 있다고 고백한다.
어머니께도 감기로 고생한다고만 전한다.
또 얼마나 걱정하실 텐데.
좋아져라, 빨리 좋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