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바꿀 수 없어 6교시 30분은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나왔는데, 같은 팀 정보부장님이 임장 해주셨다.
MRI 결과가 깨끗해서 치매도 걱정 없다고 했더니, 시인이라 확실히 다르다고 추켜 주신다.
다들 뭐 도와드릴 일 없느냐고 한다.
이걸 어떻게 다 갚지?
수행평가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1, 2교시는 탄소중립 교육이다.
1학년 전 반에 숲 해설 전문 강사님들이 들어와 있다.
아무리 재미있게 해도 내용이 딱딱하면 백약이 무효다.
평소에 딴짓하던 수와 혁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박 또박 대답만 잘해 주어도, 선생님 힘이 나실 텐데.
교실 구석에 서서 임장이라도 철저히 하자.
교감 선생님이 와서 상태를 묻는다.
기간제 기간이 짧아 연가가 1일이니, 기결 취소하고 병 조퇴로 바꾸시잔다.
6일까지는 확인서도 필요 없다고.
아픈 노인 때문에 신경들을 많이 쓰고 계신다.
다음에는 젊은이로 들여야겠다고 생각하실까?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성어가 복도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
나는 없어져야 할 존재라며.
그 반의 아이들이 따돌림을 한다고 한다.
조금만 틈이 있으면 물고 뜯는 정글.
그것도 여럿이 무리를 지어 못살게 구는 전형적인 짐승들의 행태.
10년 전 돈보스코학교의 진돗개들도 그랬지.
4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세 마리가 제일 약한 한 마리를 거의 죽이고 있었다.
제일 악랄한 녀석이 넘버 쓰리.
저도 살겠다는 몸부림이었겠지만.
도저히 볼 수가 없어 개 같은 세 마리와 어미를 시골로 보내버렸었다.
그때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도형 만들기를 좋아했다.
컴퓨터도 잘한다고 했다.
배식 당번을 마치고 잔반을 혼자 처리하고 있었다.
왜 나 혼자 해야 하느냐고 화를 내고 있었다.
교감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사정을 듣고 조치를 하시는 모양이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영혼이 황야에 홀로 떨어져 방황하고 있는데.
저 아이가 바로 어린 왕자인데.
맛있는 닭튀김은 건너뛴다.
카레에 밥 몇 숟가락 말아 한쪽 입을 막고 오물거리다 삼킨다.
영양사님이 혹시 무슨 일이냐고 놀라기에, 이가 좀 좋지 않다고 얼버무린다.
약은 먹어야겠기에.
짐승이 맞다.
짐승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마방진 문제를 나눠주고, 나머지는 유튜브 동영상이나 보여주자 했다.
남녀가 섞인 황야의 무법자 9인.
가만 보니 여자아이들이 잡으러 가면 도망가는 척하다 딱 선다.
그럼 달려오는 속도에 등 뒤로 찰싹 붇는다.
화난 척 손으로 등을 철썩철썩 때리는 폼이.
저것들 보소, 놀고 있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낄낄 깔깔.
저것은 연예질이다.
내 눈에는 보인다.
범의 제국에서 다빈치 코드로 영화를 바꾸고 어렵게 시간을 마친다.
얼굴이 더 틀어진 것 같다.
목뒤도 딱딱해졌다.
치료받으러 일찍 집으로 가는 길.
아까 여학생들 틈에서 재미 보던 녀석이 얌전한 여학생과 둘이, 숲길로 걸어간다.
하여간 여자들이란 바람둥이에 약하다.
부러운 눈으로 많이 봤었지.
지나 놓고 보니 다 부질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