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으로

2023.12.14. 목

by 고주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

안 된다.

입술이 움직이는 쪽으로만 말이 튄다.

콧구멍도 비뚤어졌는지 개운하게 비우지를 못하겠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불편함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새벽 찬바람을 맞아서.

감기가 너무 오래 머물러서 바이러스라는 놈이 활개 치게 해서.

생때같은 중학교 1학년과 노는 것이 무리가 되어서.

왕복 세 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힘들어서.

딱히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피로가 누적되었나 보다.

괜히 정년이 있고, 노인들은 새벽 걸음 하지 말라고 했겠는가?

반성 또 반성이다.

왜 몸은 늙어가는데 정신은 맨날 그 모양일까?

여전히 중학교 1학년인 나.

꾸무럭 한 날씨.

눅눅한 전철 안의 공기.

“어 허이”

구정물 줄줄 흐르는 옷을 입은 노인네가 자꾸 옆좌석의 덩치 큰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기대는 모양이다.

나머지는 먼 나라 일이라는 듯 모르는 체.

나도 멀찍한 곳으로 피신하고 귀만 열어놓는다.

잘못하면 저 할아버지 죽지.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다.

여전히 왼쪽 얼굴근육이 반응하지 않지만, 딱딱하지는 않다.

음식을 먹을 때도 심하게 틀어지지는 않는다.

아무 방향으로 튀는 발음도 조금은 가다듬어지는 것 같다.

7반 담임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늦는다며 아침조회를 부탁해 왔다.

어제 울고 있었던 성이가 있는 반.

아무리 둘러보아도 성이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으로 자족 여행 간다고 하던데요.”

관심 없다는 듯 내팽개치는 한 마디.

아마 부모님들이 새 학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돌보시려는 것이다.

내 짐작에.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이것도 코로나 영향일까?

앞으로 드러나게 될 많은 문제점이 두렵다.

바쁜 와중에 청렴 교육을 받으셔야 한다는.

나라배움터에 회원가입을 하고, 열심히 듣는다.

조선의 가장 혼란한 시기 선조 광해군 인조 때 6번이나 영의정을 지냈던 이원익 선생님의 삶은 아는 것만으로도 본적은 뽑고도 남았다.

역풍에 연은 더 높게 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우리나라도 그런 영웅 안 나타나나.

통계 수행평가.

중학교 1학년이 생각할 수 있는 참신한 주제였으면 좋겠다고 했건만.

대부분 키, 용돈, 등교 시간, 발 크기 들이다.

뭐든지 재미있게만 해라.

가설설정, 주제 선택 이유, 자료 분석, 평가까지 오롯이 보고서를 완성하는 일.

직접 조사하고, 그래프를 앱을 통해 확인하고, 결론을 내리고.

나름 진지하다.


든든한 친구의 치료를 받으며 날로 좋아지고 있다.

이렇게 빨리 회복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아들이 거든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는 이 없는 타향에서, 날 정성으로 돌봐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치매에 좋다고 하니 하루하루 기록하는 일도 멈출 수 없다.

부담 말고,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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