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싸매고, 세상엔 눈만 빼꼼하게
휘돌며 오는 바람의 위세가 무섭다.
등 뒤에 매달린 가방 안에는 큰 사탕 한 봉지.
주제선택반 아이들에게 사정이라도 해봐야 할 뇌물.
가만 서 있으면 발가락이 얼얼해진다.
동동거리며 인사를 나누는 교문지도.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온다고.
스타킹을 신었다지만 이 추위에는 껍질 없는 배롱나무다.
동장군도 막지 못하는 저 열기가 부럽다.
웅크리고 들어오는 날 보고,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교문 지도였습니다.”
사무실 식구들의 박수다.
다음 주 월요일은 성탄절, 그다음 주는 신정이란다.
아이고 좋아라.
그러고 보니 주제선택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진즉 알았더라면 입도 덜 돌아갔으려나?
메신저로 알림 한 7일간의 학기 말 프로그램 안내.
다양한 체험활동, 문예활동, 인성교육, 체육활동, 공연들이 잘 짜여있다.
경기도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여러 활동비를 아껴서 학년말에 몰아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3학년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다른 학년에도 필요를 느껴 전 학년이 하게 되었다.
학년 부장과 기획이 뼈를 깎아 고생한 것이니, 고마워해야 할 일지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말을 타지 않는 아이들, 시험이 끝나고 진도도 다 끝나고 나머지를 채울 프로그램을 각자 만들어야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닌 시간.
이제는 모두가 기다리는 학년말이 되었다.
부럽고, 참 다행이다.
나는 살판났네.
학생부 기록에 전념하면 되겠다.
마지막 수행평가를 하느라 바쁘다.
사과 소녀가 와 묻는다.
“괜찮으세요?”
“많이 좋아졌지”
“다행이네요. 걱정했어요?”
“고마워”
진로 프로그램 포트폴리오 작성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며 한 손에 상장을 들었다.
“수학도 열심히 할게요.”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사탕을 입에 넣고 “스쿨오브락” 영화를 보는 주제선택반.
더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실에서 볼 영화는 정해져 있다.
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르고 골랐다.
14세가 보아도 될 내용이어야 한다.
혹 문제가 생기면 여러 고을이 시끄러우니까.
제법 재미있는데도 아이들에게는 싱거운 모양이다.
두 시간의 종이 울리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찾아보라 이른다.
마지막 시간이라니 시원섭섭하다.
준비가 덜 된 선생님의 고충이 이런 것이다.
더 많은 자료를 뒤질 필요를 느낀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