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기록

2023.12.29. 화

by 고주

서둘러 학교에 도착했다.

컴퓨터를 켜고 나이스를 연다.

주제선택반의 특기사항을 입력하는데 통 들어가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이리저리 창을 열고 들어가 보지만, 지리산에서 8급짜리가 바둑 공부하는 꼴이다.

손으로 쓸 때가 좋았지.

부장님이 오시고 출결을 마감해야 다음이 진행된다고 알려준다.

내용은 파일에 저장해 두었으니 시간이 문제다.

1학년은 수업, 2학년은 시험이다.

1학년은 수행평가 두 번째 시간인데, 말발이 서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는 데는 백약이 무효다.

2학년 부감독관으로 들어간 교실.

몸집이 산만큼 크다.

코밑이 거뭇거뭇 제법 여물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은 없다.

긴 운동복 바지다.

누가 위에서 중2 때문에 못 내려온다고 했어?

이제는 중1이다.

시험지가 16절지다.

그 작은 글씨를 보는데, 불만이 없다니.

화장실 간다는 남학생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 복도로 나간다.

귀엽다.

여학생들이 웃는다.

정 감독 여선생님도 웃는다.

수행평가 문제지를 걷고 남은 시간 10분.

수업 시간에는 맨날 자는 아이가 노래방 이야기를 하면서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노래방이 왜 넓어야 해?”

“너는 노래만 부르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지, 그럼 뭘 또 하는데?”

“아휴,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마라”

꼬맹이 머슴아를 보고 답답한지, 잠보가 가슴을 친다.

“오늘은 새로운 데로 가자”

“거기는 관중이 많아 신나거든, 잘하면 남친도 생긴다”

“영이 너도 올래?”

“아니 방학 때 가려고”

듣고 있자니, 중1 남학생은 완전 코흘리개들이다.

그러니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지.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까지 다 썼는데, 진로체험이 또 있단다.

오후를 탈탈 털어 학생부 기록과 출력에 쓴다.

제출하고 퇴근해야 내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번 정해진 일정을 톱니바퀴 굴러가듯 정확하게 지키는 문화.

놀랍다.

얼마나 많은 지적을 받을지 걱정이다.

1,500자 내로 적어야 하는 과목 세부능력 특기사항이 좀 아쉽다.

통계 수행평가까지 넣어주고 싶었는데, 글자 수가 넘는다.

수정할 때 잘 조절해봐야 하겠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입은 제대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하셨으니 기다려보자.

학교 일정 때문에 이번 주는 틈을 낼 수가 없다.

시간은 엉금엉금 년 말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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