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수

by 고주

이마의 주름은 한쪽이 올라간 상사 계급장이고,

콧등의 주름은 찡그린 고양이상,

아 애 이까지는 그럭저럭 되는데, 오 우는 찌그러진 냄비,

머리카락도 왼쪽은 쭈뼛쭈뼛 엉성하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동네마다 쉬는 완행버스다.

막걸리 잊은 지 이주 째.

좀 쉬어가라는 경고다.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던 천하의 망태가 쪼글쪼글해졌다.

코로나 감염, 새끼손가락 골절, 당뇨와 혈압의 수치 급상승, 이번 안면마비까지 경고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조금 우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고, 또 헐렁해지는 각오로는 안 된다.

조금 늦더라도 돌처럼, 동네 앞 사장 나무처럼 진득하게 묵직하게 먹는 맘.

이번에는 변치 않기를.

내 자리로 오는 전화.

“감사합니다. 살레시오중학교 정영태입니다”

말해놓고 흠칫 놀란다.

퇴직한 지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두 학교를 옮겼는데,

입에 달라붙어 막을 틈도 없이 쏟아져버린 소속과 성명.

아! 나는 아직도 살레시오에 그대로 붙어 있구나.

언제나 떨어지려나?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학년 시험이 화, 수, 목 3일 동안이다.

월요일과 금요일을 피한 것이 인상적이다.

되도록 연휴를 묶어 보는 시험 일정,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대의명분이 앞서기 쉬운데.

쉬는 시간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픈 이 학교 선생님들.

많이 배운다.

7일을 학기 말 프로그램에 빼앗기고 나니 진도 마치기가 빠듯하다.

자습을 외치는 농땡이들을 물리치고 꿋꿋하게 수업을 진행한다.

몇 아이들만 나와 눈을 마주치고 따라와 주면 문제없다.

말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으면 여지없이 따라오는 순진한 녀석들.

수행평가 시험지도, 수업 시간의 책도, 아무런 표시가 없는 연이.

속눈썹이 유난히 검고, 눈이 깊은 아이.

종일 같은 쪽을 펴놓고 있었던 제자 중이가 생각난다.

지금은 응급구조사로 병원에 근무하면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 되어있는.

그래 어느 구름에 눈 올지 모른다.

때가 되면 일어서리라.

근데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가까이 갔다가는 데일 것 같아 발걸음을 멈춘다.

너무 깊게는 들어가지 말자.

이제 슬슬 갈 때를 생각해야지.


조금 일찍 수업을 마치고 10여 분 시간을 주었더니, 축구 이야기가 판을 친다.

외국의 프로구단에 대해 줄줄 꾀는 여학생들.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

참 신기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학생부 1차 입력내용을 출력해서 맡은 영역에 대해 전 선생님들이 모여 검토한다.

나는 봉사활동 누가기록 확인.

작은 글씨들을 보았더니 눈이 침침하다.

금세 두 개로 보인다.

오만상을 쓰며 1학년 9개 반을 모두 검토했다.

누락된 몇 가지 내용에 대해 스티커를 붙여 담임 선생님께 돌려준다.

빨갛게 단풍 든 내 진로 진학 누가기록.

컴퓨터에 바싹 다가가 수정하고 첨가하고 눈에 불을 켠다.

주제 선택반, 과목 세부 특기사항까지 며칠 동안 날 새겠네.

나는 새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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