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녀 채원이는
할아버지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오른쪽 눈썹을 위로 치켜세우고
왼쪽 입꼬리는 아래로 비튼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는 것은 그대로 따라 하는
천생 명배우
유치원 친구 완이 엄마가 크리스마스에 초대했다며
가겠느냐고 물으면
안 간단다고
완이랑 친하지 않다나
저는 서하고만 친하다고
세 살짜리가 뭐를 알까?
아니야 다 알고 있을 거야
저 놀놀한 녀석은
파티에 다녀와서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친하다고 또 놀러 가겠다나
서야! 너 큰일 났다
천생 바람 같은 여자
오늘은 장갑까지 끼었다.
수업으로는 마지막 날, 연속 네 시간.
2차 수정본이 날아와 앞이 깜깜하다.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할 듯
학생부에 기록해주지 못할 수행평가를 버리고 두 반은 진도 끝내기를 택한다.
먼저 끝난 반에 주어지는 자습 시간.
수업 시간보다 조용하다.
소곤소곤 편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을 주워 담는다.
“부모님이 뭐 하시는지 물어보면 안 돼?”
“대답하기 곤란할 수 있으니 직접은 좀”
“사실 난 잘 몰라. 아빠랑 안 친해”
“오래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돼지”
말괄량이 연이 숙맥 성에게 개인 지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장 연습문제를 풀고 있는 주.
막히는지 앞 준에게 묻는다.
노트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진지하게 설명하는 준.
멀리서 보고 있던 희가 온다.
그렇게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한 책상에 머리를 모은다.
중간쯤에는 덩치 큰 남학생 몇이 띄엄띄엄, 외관이 여문 여학생 몇.
큰 소리로 시답지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다.
도저히 근수도 나가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낄낄 깔깔.
“너 우리 집 왔던 것 같은데”
“그 아파트 맞지?”
학교 끝나고도 우르르 몰려다니는 무리인 모양이다.
머리통 하나는 작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묵찌빠를 하는 왈패 진이.
지면 손을 하나씩 책상에 엎어놓고 마지막에 손바닥으로 때리는 게임.
때로는 손목 때리기로 바꾸기도.
머슴아는 살살 사정을 보면서 시늉만 하는데.
가스나는 완전 풀 스윙이다.
순진한 머슴아는 손목을 잡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는 표정.
끼리끼리 어울려 잘도 논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성에 대한 선을 넘으며 알아가는 중.
남녀공학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다 자기 할 나름이지.
약초고 독초고 함께 커가는 풀밭에 무엇을 먹느냐는 말 하기 나름.
아가들아 건강하게만 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