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프로그램

2023.12.26. 화

by 고주

더디지만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삐딱하기는 하지만 병장에게는 원래 좀 건들거리는 주름.

왼쪽 눈이 질끈 감기지는 않지만, 콧잔등의 주름은 반듯하게 깊다.

밥 먹기와 물 먹기는 많이 수월해졌다.

왼쪽 입술이 제일 심술이다.

입으로 빌어먹고 사는 처지라 더 불편하다.


심란하여 쉬는 동안 머리에 염색을 했다.

검정까지는 덜 간 진한 갈색으로.

알아보는 몇 녀석들이 있기는 하다.

출근과 동시에 나이스를 켜고 주제 선택 반부터 손을 본다.

시간은 왜 또 이렇게 빨라?

확대한 큰 그림판을 접어 16장으로 자른다.

그렇게 두 판.

4명씩 책상을 돌려 앉고, 한 학생이 잘린 한 장의 그림에 색칠한다.

본인이 원하는 색으로.

진지하다.

마무리한 그림을 모아 한 장은 복도에 한 장은 교실 뒤편 게시판에 건다.

야무지게 두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쉬는 시간은 학생부 입력.

일단 내용을 절반으로 줄인다.

같은 문구는 조금씩 다른 표현을 찾아 바꾼다.

멀고도 험한 길이다.

4교시는 번호가 적혀있는 1,000개의 점을 연결해 명화를 그리는 일.

점들만 보아서는 종잡을 수 없는데, 점들을 연결하다 보면 서서히 실체가 드러난다.

상당한 집중력과 의지력이 필요하다.

뒷짐 지고 거들먹거리며 분단 사이를 떠다닌다.

잘된 그림에는 찬사를 보내며.

오후로는 아크릴 무드 등을 만들고 합창 연습이다.

준비물은 실장을 통해 학년 교무실에서 직접 배부한다.

열심인 친구는 뭐든지 열심이다.

대충인 녀석은 여전히 대충.

마지막 시간은 학습플래너 작성 특강이다.


쉬는 시간과 비어있는 시간은 미간을 좁히고 화면을 바라봐야 한다.

수업 시간에 하는 활동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데, 학생부에는 모두 다르게 써주어야 한다.

꼭 그래야 하나?

거짓말하는 것 같아 몹시 불편하다.

아이들 하나하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써주어야 하는데.

다른 글귀를 찾아, 내 글쓰기 연습 같다.

두 달여 함께 한 시간으로는 모두 파악했다고 할 수 없다.

많이 써주고 싶지만, 내용이 겹쳐서 그것도 쉽지 않다.

빡빡하게 정정하는 일정에 나만 늦어서는 안 된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날이 저문다.

빨리 이 정국이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날이라도 빨리 풀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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