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부장님이 오셨다.
6, 7교시가 합창제인데 심사를 좀 봐달란다.
어려우시면 시간 조절을 해드리는데, 연속해서 5시간을 하셔야 한다고.
심사하겠다고 했다.
연속수업은 좀 지루해서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굳이 와서 묻는다는 것은?
맘이 불편하다.
심사의 권위도 있고, 반 아이들 공연도 보려면 담임 선생님이 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시간표를 바꿔 달라고 해놓고 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나는 두 달 동안 열심히 몸으로 뛰는 기간제 교사.
1, 2, 3교시는 컬러드로잉 엽서 쓰기.
밑그림이 있는 엽서에 정성스럽게 색칠한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에게 마음을 적는다.
넷이 조가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의 엽서를 완성한다.
감각이 있는 아이들은 제법 근사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나와서 보니 메신저가 떴다.
연구부장님이 코로나 확진으로 갑자기 결강이 생겨, 보강에 들어갈 선생님의 희망을 받는단다.
보강비도 드릴 수 없는 찐으로 희생해야 하는.
오늘 6, 7교시와 내일 1교를 표시해서 보낸다.
나는야 몸으로 뛰어야 하는 기간제 교사.
경쟁이 치열했단다.
7교시 2학년 5반 당첨.
4교시는 1학년 3반 합창 연습.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던 반이라 아이들 얼굴이 좀 설다.
“나에게 넌”이란 노래.
건반 연주하는 여학생이 전체 지휘를 한다.
왼쪽 책꽂이 위에는 고정된 휴대폰으로 동영상이 촬영되고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여학생의 폼이 여유롭고, 어디에서 들어가도 바로 시작되는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다.
잘못된 곳은 바로 지적하고, 조곤조곤 바로 잡아주는 지휘자.
덩치 큰 중저음의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은 준비한 판을 드는 방법이나 풍선을 흔드는 동작에 새로운 의견을 내놓는다.
반드시 반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한 다음에.
한번 연습이 끝나면 짧지만, 쉬는 시간을 갖는다.
풍선으로 장난을 치거나 까부는 남학생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지휘자.
연습이 시작되면 바로 제자리로 복귀하는 아이들.
이런 반이 있다니.
말에 무게가 있으려면 리더가 실력이 출중해야 한다.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목소리 높은 소수보다, 조용히 따르는 다수가 더 힘이 된다.
뒤에서 처음으로 동작을 따라 하며 노래를 불렀다.
매우 기쁜 마음으로.
시끄럽고 싸우기만 하던 7반이 노래를 제일 잘 불렀단다.
무대에서도 까불었으니 얼지 않았다는 것.
내가 감동했던 3반이 담임 선생님을 제일 힘들게 했던 반이라나.
마지막에 “선생님 사랑합니다”로 끝냈을 때 담임 선생님이 펑펑 울었다는.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감동의 물결.
뜬금없는 중1.
2학년은 롤링 페이퍼를 쓰고 있다.
자기 것을 들고 가서 1년 동안 함께 살면서 느꼈던 점이나 바람을 답은 맘을 받는 것이다.
우왕좌왕하면서도 맥락이 있어 좋다.
생얼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마트에서 만났을 때 당황했다는 아이는, 만난 그 녀석에게 가 글을 받는다.
1년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남녀 간의 우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본다.
이런 교실의 풍경이 너무 생소한 나다.
곧 떠나게 되는 나는 또 시원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