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거북이가 준 검으로 승리하고, 그 검을 돌려주었다 해서 환검을 뜻하는 호안끼엠 호수.”
전기차를 타고 시내 투어에 나선다.
오래된 성 요셉성당 앞에서 사진도 찍고, 관공서도 지나고.
짧은 다리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
배낭을 멘 흰머리 파란 눈의 유러피안들.
거리마다 사람들이 밀려다닌다.
평균연령이 30대라니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되는 나라다.
아니 무서워진다는 말이 더 솔직한 표현이다.
수많은 저 오토바이들이 다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둡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 호수가 보이는 찻집에 들어선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 우리가 뚝 떨어진 것 같다.
의자를 꽉 채운 손님들은 검은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유럽 쪽 사람들처럼 보인다.
계란 커피는 약간 비리고, 연유 커피는 무지 달다.
호수를 바라보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태우는 기승이와 기용이가 영화주인공 같다.
조금 이른 저녁 식사.
시내 한복판에 제법 근사한 노천 음식점.
모닝글로리는 기본, 무조건 현지식으로 맥주도.
캄보디아에서 모닝글로리에 손들었다는 기용이의 겁먹은 얼굴.
약간 화장품 냄새가 나지만 기름진 음식, 특히 생선에는 고수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모닝글로리는 부추무침처럼 심심하다.
베트남 음식은 완전 내 스타일.
하노이에서 가장 높다는 65층 롯데 전망대.
일본 롯데냐고 물었더니 한국 롯데란다.
높은 건물은 많이 보이지 않지만, 불빛은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도로에는 불꽃놀이 하듯 오토바이 행렬이 꽉 메우고 꿈틀거리고 있다.
비행기 이륙에도 겁이 난다는 기용이는 유리창 아래로 천길 낭떠러지인데도 올라가 사진을 찍다니.
분명 고소공포증은 아니다, 아니면 간이 부었던지.
여행의 기분을 느껴야 한다, 한 곳이라도 더 가야 한다는 여행 마스터 기승이의 강력한 요구로 힘든 차는 또 움직인다.
통은 사람들 틈을 용케도 잘 빠져나가 여행자의 거리에 다다랐다.
쿵쿵 가슴을 때리는 음악 소리.
도로 쪽을 바라보고 맥주를 빨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서양인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태원이 이런 분위기일까?
자기 집으로 와 달라고 옷소매 잡는 것도 용서가 된다.
맥주 4병으로 시늉만 낸다.
좀 외진 곳인가 보다.
런던호텔에 짐만 부리고 택시를 타고 달려간 곳.
한국인 마을에 있다는 마사지숍.
반바지만 입고 누웠다 엎어졌다.
난생처음 마누라 말고 다른 여자에게 맡긴 몸뚱이.
그 조그마한 여자의 손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지.
온몸이 노글노글 피로가 싹 풀린다.
팁 포함 일 인당 15,000원쯤이라니 많이 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돈도 써본 놈이 폼도 멋지다.
준홍이는 지갑에서 대충 축축 뽑아도 액수는 틀림없단다.
고맙다고 나가는 아가씨는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시간을 벌써 12시가 다 되어간다.
마지막 청소를 하는 가게를 몇 개 지나, 호텔 앞 인도에 판을 벌인 좌판에서 맥주를 마신다.
누가 보면 행색이 딱 현지인들이다.
얼음이 담긴 컵에 맥주는 술 애송이 준홍이도 흔들지 못한다.
냉장고가 없어서 그러겠지 했는데, 동남아는 더운 곳이라 찬 음식을 먹으면 쉬 탈이 나서 그렇단다.
원하는 사람만 시원하게 드시라 그 말씀.
부산에서 하노이로.
한식에서 베트남 현지식으로.
오토바이 물결을 헤치며 바쁘게 돌아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