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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2024.04.25. 목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6반.

수형 평가 시험지를 들고 들어간다.

조용히 교과서를 보게 하고 1번부터 한 명씩 부른다.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부모님의 확인란에 자신의 이름을 쓰라고 한다.

환호성, 아무 말에나 선을 넘는 소란스러움.

까불이들이 점수는 높다.

다 이유가 있었네.

주목을 받고 싶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본 연산도 안 되는 아이들이 제법 있어, 숙제를 내주어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더니.

책상을 뒤집을 기세다.

못하는 아이들만 숙제를 내주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야속한 녀석들.

하나씩 확인을 하고 들어가는데, 유독 튀는 황가 놈.

“너 100점 맞아 자랑하고 싶다는 말이지?” 했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알아주어 고맙다는 표현, 내가 다 안다 이놈아.   

  

뉴스에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교육부.

북유럽에서는 전자기기 사용을 금하는 법률을 제정한단다.

전자문자로 접하는 아이들은 빨리 정보를 습득하지만 빨리 잊어먹는다고.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지 못한다고.

문장으로 제시한 문제에서 무엇을 구하라고 하는지 파악이 안 되어 많은 녀석이 틀리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왜 우리는 거꾸로만 가려고 할까?

어느 업자가 무지하게 구워삶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자꾸 헛걸음이 뛰어지는 내 심보.


다음 달 수행평가는 살아오면서 큰 계기가 되었던 사건을 선택하고 점수를 부여해서 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겠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지겠다.

그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자유롭고 싶은 선배가 여수에서 부산으로.

내일은 부산에서 동해를 거슬러 용산으로 날아오신다.

내가 더 설레는 연유는?

나도 날고 싶다.     



  

   

빨리 해야 할 일 보듬고

기다리던 소풍날처럼 서둘러

생각을 모으며 직선으로 달리는 출근길   

  

가던 길과는 다른 

날 막아서는 신호등을 피해 구름다리

휘휘 바람에 떠밀리며 가는 퇴근길

휘어지고 돌고

터덕터덕 쉬엄쉬엄

어려웠던 하루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멀리멀리 돌아 돌아   

  

오늘도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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