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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알아주는 일

2924.05.02. 목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은이에게 ‘키가 많이 컸구나.’ 했더니, “키높이 신발을 신어서 그래요” 하며 얼굴에 수국꽃이 핀다.

관심 가져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체육 선생님이 내 이름을 알고 계셨어.” 하며 자랑하는 못난이들이 있었다.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가서 꽃이라도 되겠다는 각오로 보였다.


우는 교문에서 나를 보더니, 죄송하다며 어쩔 줄을 모른다.

내가 꼭 보라고 소개해 준 가우스 영상을 못 봤다는 것이다.

어제 수업 시간에 린이와 가우스의 일대기를 알고, 아픔을 함께 나눈 동지로서 하이 파이브를 했더니 꼭 보겠다고 유난히 고개를 끄떡였던 우다.

조금이라도 수학의 세계로 빠져드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기초가 부족한 준이가 풀어놓은 문제를 본다.

조건이 긴 문제 둘은 크게 표시가 되어있다.

문해력이 부족하니 문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겠구나 싶다.

그런데 수의 대소관계도 여럿 틀렸다.

59421과 59398의 경우처럼.

집으로 가는 아이를 계단에서 불러 세운다.

신관의 상담실로 자리를 옮겨 편안하게 앉는다.

0, 3, 5, 6, 8을 모두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다섯 자리 수중 제일 큰 수와 작은 수는?

일단 돈이라고 생각하라며 끝에서부터 두 번째는 십원 자리, 백 원 자리, 천 원 자리, 만원 자리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왼쪽으로 갈수록 큰 단위의 돈이니 숫자가 크면 큰돈이다.

돈이면 바로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맨 앞에 0이 오면 다섯 자리가 안 된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야 한다.

큰 수는 86530, 작은 수는 30568.

요놈 아주 느리지는 않다.

사업하면 잘하겠다고 했더니, 설마요 하는 눈치다.

반드시 와야 하는 요일이나 시간은 정하지 않기로 했다.

분량도 하고 싶은 만큼만 하기로 했다.

꽤 많은 문제를 다시 함께 풀었고, 시간도 제법 늦었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풀고 가겠단다.

학원을 많이 다녔으나 중학생이 되고 다 끊었단다.

집에서는 주로 게임을 하며 보낸다니, 얼마쯤 포기하지 않았을까?

잘하면 수렁에서 꺼낼 수 있겠다.

입맛 당기는 일이다.  

    

안전지킴이 선생님이 신호위반 차량 때문에 횡단보도에서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며 메모지에 차량번호를 내민다.

큰일이 나 봐야 정신들을 차리겠느냐며 노발대발이다.

시청 대중교통과에 전화를 건다.

신호위반 신고는 경찰청 182로 연락해 보란다.

182에선 경찰청 사이트로 들어가 동영상이나 사진을 첨부해서 신고해야 한다면서 안양동안경찰서로 연결해 준다.

지도를 나오겠다면서 운수회사로 민원을 접수해 주면 더 좋겠단다.

버스회사에서는 죄송하다면서 주의하도록 잘 지도하겠단다.

무슨 칡 캐는 것도 아니고, 성질 급한 사람은 전화기 던지게 생겼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 ‘신호위반 차량 민원 처리’ 파일을 부장님께 올린다.

안전사고는 일어나면 걸리지 않는 곳, 다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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