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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사람 만들기

2024.05.01. 수

     

“나는 왜 키가 안 크지?”

“많이 컸어.”

가슴께로 오는 상민이 같은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는 호동이 같은 아이. 

아이야 수근이 같은 친구랑 다니렴.

매일 비교하면서 초라해지지 말고.

그래도 너의 성장판은 까치발을 하면서 위로 반듯하게 서려고 발버둥질할지도 몰라.

잠깐 힘들지 몰라도 오래오래 만족하는 것이 낫지 않나?    

 

"좋은 계절에 한 일주일 봄방학을 하면 너무 좋을 덴데.

몇 년 전 경기도에서 붐이 있었는데요, 바로 원위치되었습니다.

관습을 바꾸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안타깝다는 교장 선생님.

"휴가가 쪼개진다는 선생님들의 아쉬움과 아이들의 방학에 학부모는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작용했을 겁니다.

손바닥 뒤집듯이 되는 게 거의 없어요."

     

말 많은 6반.

3일 동안 부담임 선생님이 맞아주시겠다고 메신저가 왔다.

혹시 그만두신 것은 아닐까?

그럼 이 아이들은 엄마 잃은 자식들.

조금 떠들더라도 눈감아 주련다.

보아하니 아이들에게서도 낌새를 느낄 수 없다.

실에서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다.

3할은 오래 처음으로 아는 교사들.

하루라도 학교에 오지 않으면 온 학교가 다 아는 사립학교와는 많이 다른 문화다.

삭막하다고 해야 하나, 어찌할 수 없는 의무적 순환이라는 원칙에서 감수해야 하는 한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나로선 적응이 쉽지 않다.   

  

새로 오신 안전지킴이 선생님. 

전직이 교도관이셨다는데 각이 다르다.

아이들도 슬슬 피하는 것 같다.

몸에서 빛이 나는가?

나도 그럴지 모른다.

아무리 거들먹거려 봐도 분필쟁이 표시가 나겠지.     


학생부 과목 세부 특기사항도 정정까지 모두 마쳤다.

너무 길게 쓰면 나중에 짐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지.

기초학력이 조금 부족한 두 녀석에게 도와줄 테니,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한 놈은 생각이 없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다.

야! 이놈아, 너는 평생 후회할 것이다.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만다.

한 녀석은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얼마가 되었던지 풀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시간에 상관없이 와도 된다고 했더니, 차분하게 자리를 잡는다.

집에 가면 어차피 하지 않을 것 같아 하고 가겠단다.

이런 기특한 놈이 있나.

내 영혼을 갈아 사람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

슬슬 독기가 올라온다.

인생 하나 바꾸는 것이지.

아이고, 살판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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