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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Aug 10. 2024

충전중

2024.08.05. 월

<충전중>

     

40도에 육박한다는 날씨.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교무실.

몇 학교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지, 다 바꾸었을까?

한 시간에 수업해야 할 양을 가늠해 본다.

서두르지 않고, 지루해하지 않게.

생각을 딴 곳으로 내몰지 않고, 나만 바라보게.

농땡이었다고 손가락질받지 않고, 잘난척했다고 느끼지 않게.

하루를 이리저리 뒤적여보는 것은 다른 생각으로 내몰리지 않아서 좋다.

     

지글지글 튀겨지는 운동장.

그 열기 받아 부글부글 끓는 복도.

담요를 덮어야 견디는 교실.

아이들은 퍽퍽 쓰러진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눈을 뜨고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는 내 말.

철 지난 이야기에도 박수가.


“30여 년 동안 간직한 꿈이 있답니다.

섬마을 선생님.

한 번 기회가 있었지요.

광주의 교사 임용고시를 마치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진도에서 섭외가 들어왔지요.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다고 좋아했지요.

그때 옆에 있던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섬마을 선생님의 아내가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생각이 머무를 틈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꿈은 접은 채 그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고 37년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접혀있던 그 꿈이 자꾸 펼쳐지려 합니다.

오늘처럼 졸린 날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보면 어제저녁 오랫동안 함께 놀았던 파도가 손 흔들며 부르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 담을 넘은 공이 펄밭으로 달아나고, 공을 찾아가다 주변에 널린 조개를 캐며 노을과 함께 하루를 마감하는 곳.

짱뚱어 같은 아이들과 아무도 찾지 못하는 낙지 굴을 만들고 싶거든요. 

곧 오지 않을까요?”  

자식들 눈이 똥그래졌다. 

    

콩나물의 뻣뻣한 성깔.

열무의 어설픈 풋풋함.

바로 “내가 무다”라고 외치는 무소고기국.

밥에 엎어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돼지고기 볶음.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자두까지.

오늘의 점심은 더위를 조금 밀어내는 힘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또 새 책으로.

좋은 시들을 마음의 시로 기록하는 일까지.

바쁘다 바빠.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움직여야 충전이 되는 나라는 건전지.

가만있으면 폭발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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