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빛
지난해 12월의 그 어이없던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묘하게 쿡, 쑤시곤 한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고, 이제 와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주말이었다. 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날의 나에게 ‘나간다’는 건 단순히 집을 벗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주말의 내 자리를 비우고, 익숙한 세계를 떠나, 어쩌면 싸움터로 나가는 일이었다.
함께 가줄 사람은 가까이에 없었다.
연락이 닿아 함께 움직이기로 한 사람들도 모두 초면이었다.
날씨는 춥고, 마음은 쓸쓸했다.
그럼에도 나는 나가야 했다.
패딩 주머니 양쪽에 핫팩을 넣고, 방석과 스카프,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을 챙기며
외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안고 집을 나섰다.
아마 그때 나는 거대한 산 앞에 선 먼지 같은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먼지도 빛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나와 함께 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누군가에게는 우스울지 몰라도, 나에게는 의지가 되는 것.
내 응원봉.
내가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은 빛이었다.
사실은 초를 준비해야 했지만, 찬 바람에 금세 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내가 가진 가장 작고 든든한 불빛, 응원봉을 선택했다.
응원봉은 단지 내 손에 든 불빛이 아니라,
내 추운 마음 옆에 놓인 불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길고 험한 길을 덜 두렵게 만들어 줄 작은 동지였다.
여분의 건전지를 챙기고,
원래라면 콘서트용 파우치에 고이 넣어 갔을 응원봉을
그날은 외투 위로 드러나게 걸었다.
스트랩을 어깨에 크로스로 맸다.
그날의 나는, 응원봉이 앞서 걷는 선발대였다.
집회 장소에 도착하자, 발을 뗄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고, 그들도 혼자였다.
하지만 우리는 응원봉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연대’라는 단어가 그날처럼 또렷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외롭고 무서워서 응원봉을 들었을 것이다.
응원봉을 든다고 해서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알았다.
나와 같구나.
첫 집회에서 우리가 바라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길고 고된 과정을 지나 결국 새 정권이 탄생했다.
그건 아마도,
응원봉이 말해주던 그 마음
서로의 빛이 되어주었던 연대의 결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