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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Jun 01. 2023

가정교육이 안 되는 건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ㅠㅠ

학교폭력은 학생들 간에 일어난 모든 폭력을 통칭한다.

그래서 학교 밖에서 일어난 폭력이라도 모두 담임교사에게 연락이 오게 되어있다.


사실 아이들이 담임교사 있는 데서 대놓고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항상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땐 계속 신경 쓰고 상황을 주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언행을 조심하는 게 보인다. (똑똑이들)


심지어 컴퓨터로 행정 업무를 볼 때조차 귀는 아이들을 향해 쫑긋! 세워져 있다.  


담임이 계속 신경 쓰고 정성을 들여 살피는 걸 알아서일까?


아이들이 내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완전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가끔 친구들하고 다툴 때가 있긴 해도 내 앞에서는 칭찬받고 싶어서 노력하고 애를 쓰는 게 보인다. (애틋)


'아 정말 학교일은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싶지만, 아이들이 예뻐서 오래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와 함께 오손도손 알콩달콩 귀염뽀짝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중,

어느 날 교실 밖의 공간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났다고 연락이 오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주로 학교폭력은 학원이나 놀이터, 하굣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담임교사의 시선이 닿을 수 없는 곳들이다.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해 들으면 너무 놀래고 마음이 힘들다.


'내 앞에선 참 예쁘기만 한 아이들인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연락 주신 분의 속상한 마음도 이해되지만 우선 갑작스럽게 그런 연락을 받으면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운게 사실이다.


-..... 담임선생님께서 지도 좀 부탁드려요


이 문장에 담겨있는 뿌리 깊은 무게감을 알기 때문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떻게 아이를 잘 지도해서 상황을 잘 해결해 볼 수 있을까?'


우선 사태파악을 객관적으로 해야 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언행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일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나노 단위로 하나하나 물어보며 상황을 재구성하는 게 우선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들어가거나, 상황을 왜곡해서 판단하면 안 된다!)


사건의 흐름을 순간순간 얇게 포를 떠서 스캔한 것처럼 최대한 사실 그대로 재구성해내야 한다.


고작 열 살 남짓의 아이의 말에 의존해서 말이다 ㅠㅠ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아이들끼리 화해시키고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


체벌은 절대 금지이므로 조곤조곤 말로써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평소에 아이들과의 애착관계를 잘 형성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가 날 좋아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기 위해 아이 스스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엄청 좋아한다.

물론 나도 얘네들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다행이다.


다만, 슬픈 것은.....


사실 내가 행동변화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이 아이가 내년에 나와 헤어지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간 정성스레 빚고 다듬어서 올려보내도 내년의 아이가 어떻게 생활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역시 가정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가정에서 아이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돌봐주고 살펴봐주고 챙겨주는 것을 교사가 따라갈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가정에서 응당 받아야 할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경우에는..

교사가 부모처럼 하해와 같은 사랑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생긴다ㅠㅠ


그럴 때마다 참 마음이 슬프다.


가정에서 주는 사랑은 그 어느 사랑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아주 근본적인 것인데


그것이 없이 자라는 아이를 다는 건 마치 혼자 비바람을 다 맞아내고 있는 여리디 여린 새싹을 보는 기분과 같다.


내 욕심에 교사로서 그 사랑을 대체할 만큼 사랑해주고 싶지만,... 확실히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며 키워내는 것은

그 어떤 기관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성장의 근원적 씨앗이다.


요즘 난리인 늘봄교육도 학교에서 그 근원적 씨앗을 대신해 주겠다고 하는 것 같아 걱정럽게 느껴진다.


가정에서 부모와 눈 맞춤을 하고, 대화를 나누며 살을 맞댄 교육을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는데..


 어린것을 학교라는 시멘트 건물 속에서 저녁 늦게까지 타인과 함께 생활하라고 하다니..ㅠㅠ


학부모님들 중에서 내가 아이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진심으로 교사와 소통하고자 하시고,

아이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시기가 언제가 되었든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학교에서 아이를 오래 데리고 있고, 훈육을 부탁한다고 해서

가정에서의 사랑과 훈육을 절대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디 우리 사회가 가정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교사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정작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이것 때문에 하루종일 무력한 느낌이 들고 속상하길래 글로 한 번 적어보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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