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달, 인디스쿨을 잠시 탈퇴했다.
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였다.
인디스쿨은 약간 개미굴같아서 넋 놓고 보다보면 몇 시간도 볼 수 있다.
다만 유저들이 많이 모이는 여느 커뮤니티가 그렇듯(아무리 이 커뮤니티가 초등교사들만 모인 비교적 건전한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부정적인 글이 눈에 많이 띈다는 게 문제였다.
인기글을 보아도, 실시간 피드를 보아도 선생님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금쪽이&진상 학부모의 횡포, 관리자들의 폭정, 교육부와 교육감의 이해되지 않는 행보 등으로 내용이 가득차있었다.
보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부정적인 기운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인디스쿨에서 잠시 눈을 떼고 교실 속 아이들을 바라보면, 이 아이들은 참 밝고 어리고 순진한데, 인디스쿨 속의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학교가 지옥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인디에는 미담도 많고 양질의 학습자료도 많지만, 사람이란 어쩔 수 없는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글에 더 눈이 갔고, 나도 모르게 그런 글들에 감정이입해 진심으로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이게 나한테 썩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책 <교사라는 세계>를 써놓고 그 교사라는 세계에 정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인디스쿨을 잠시 탈퇴했다.
물론 '잠시'라고 쓴 이유는 아무래도 여기에 영영 가입을 안하고 버틸 수는 없을 거 같기 때문이다.
(얼마 후 다시 가입은 할 듯...)
다만 지금 탈퇴를 함으로써 잠시 습관의 고리를 끊어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관성의 루틴을 잠시 끊어놓으려는 내 나름의 획기적인 시도다.
솔직히 매일매일 인디 들어가면서 느꼈던 점은..........
'너무 ... 피곤하다 ..'이다.
현실에서 보내는 아이들과의 알콩달콩한 시간들조차 뭔가 퇴색되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내가 아직 현실을 모르는 걸 수도 있는데 분명히 진상 학부모와 금쪽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정말 착하고, 그 아이들과 함께 교사라는 직업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다.
내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애정하는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이들을 보다보면 그래도 희망이라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미 살아온 시간들이 있어서 잘 바뀌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을 잘 뉘우치지도 않는데 아이들은 아직 말랑말랑해서 어른이 조금만 신경써주고 다듬어주면 바뀐다.
그러한 점이 참 마음에 들어서 나는 아이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
어차피 먹고 살려면 직업은 가져야 하는 거고, 굳이 일을 해야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일을 선택하겠다.
교사라는 직업은 절대 다수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이며 나는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 시간들이 꽤나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나를 많이 애정해주고, 그 애정이 참 고맙기 때문에 돈도 벌면서 사랑도 받는 이 직업이 참 좋다.
아무래도 정년퇴직을 해야 될 것 같다. (건강과 상황이 받쳐준다면 최대한)
유튜브나 인스타를 보다보면 '내가 교사를 그만 둔 이유'라던가 '내가 교사를 그만두고 oo를 하는 이유' 등의 제목을 단 콘텐츠들이 종종 눈에 띈다.
나도 유독 애들이 날 힘들게 한 날이나 진상 학부모때문에 열받는 날에는 그런 콘텐츠들을 보면서 대리 만족할 때도 있었다.
다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오래오래 교사를 하면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콘텐츠도 보여주면 좋겠다. 이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한 이야기가 있으면, 그 반대의 이야기도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남긴다.
당연히 때려치고 싶은 날도 왜 없겠냐마는.... 진짜 그런 날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보았을 때 교사라는 직업은 내게 참 소중하고 고마운 직업이다.
물론 정년퇴직을 하고 싶다고 제목을 달긴 했지만 살다보면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니 더 짧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는 실낱같은 소망을 표현해보았다.
몇 년이 지나도 내게 편지를 보내 선생님과 함께 보냈던 그 1년이 참 좋았다는 말을 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더욱 나와 함께 하는 1년을 잘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사람인생 100년이라고 보았을 때 생각보다 1년은 긴 시간이니까, 그 긴 시간 나와 함께 한 것을 두고두고 참 좋았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잘해야겠다.
p.s. 교사를 그만 둔 것은 자신의 자유이나, 그만두고 나서 교사라는 직업을 비하하거나 비난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다 자기 사는 대로 사는거니까 말이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직업을 자신이 이젠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격하하진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