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간략한 소주제 소개

by Eaglecs

나는 2024년 4월 5일에 퇴직하였다. 4일인 식목일 전날에 회사에서 식목 행사에 참여하여 분갈이도 하고 꽃나무도 심었는데, 그 다음날인 4월 5일에는 나를 회사라는 커다란 화분에서 뽑아냈다. 아이러니하다. 내가 계획했던 퇴직이긴 하지만 날짜까지가 정할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진행되었고 난 순식간에 자유인이 되었다. 순간적인 당혹감은 있었지만, 그건 놀라우리만치 짧은 순간이었고, 난 이내 평정을 찾고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했다. 언제까지 향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일단 나의 당면한 과제 그리고 맞이해야 할 미래의 시작점은 Brunch가 되었다. 아니 되어 주었다. 나를 받아 줬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온당하겠다.


오늘은 4월 9일. 그간 자잘한 글을 써서 내 개인 블로그에 저장하는 작업을 해왔었다. 그걸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목적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적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써서 계속 저장해 놨었다. 내 블로그의 글 목차를 보면 도무지 통일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은퇴이야기, 삶의 지혜, 사회 생활 방법, 책에 대한 감상평, 나의 인생 이야기, 심리에 대한 이야기, 회사에서 벌어진 일에 대하여 느낀 나만의 생각(뒷담화 포함), 후배 사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어린 사원의 정성이 담긴 자그만 선물을 받고 감동하여 적은 에세이, 하늘 보고 느낀 점, 거실 보고 떠오른 생각, 햇살 보고 풀어낸 감상. 이렇게 열거한 내용만 봐도 도무지 '뭘 하자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난 뭘 하자고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나의 마음속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갖고 싶었고, 몇 번 해보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머리도 정리되고 반성도 하게 되고 또 향후에 어떻게 행동하고 살면 좀 더 좋을지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하게 되어 간간히 이런 글쓰기를 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정리가 잘 된 목차가 있다면 그것도 이상하다. 뭔가 목적의식을 갖고 계획을 세운 목차라면 이미 그 글쓰기엔 의도가 있는 것인데 난 구체적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내용은 물론 목차도 계획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자유 분방한 블로그의 형태를 갖게 되었고, 많은 사람의 이목도 끌지 못했다. 물론 이목을 끌기 위한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많은 시간이 생겼고 내가 주체적으로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다가 brunch를 알게 되었고, 혹시 여기에서 내 생각을 나누고 평가 받고 같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에 지원하였고, 그야말로 관대한 brunch에서 내게 기회를 주었다. 너무 너무 감사하고 고맙게도.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격려의 글들을 많이 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쁘고 감사하고 얼얼한 느낌마져 있다. 그냥 좋다. 불과 몇일 전에 입으로 말만 하지 않았지 내귀에는 다 들리는 납득할 수 없는 비난 속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내게 이렇게 큰 칭찬은 엄청난 격려로 다가왔다. 그래서 난 앞으도로 오늘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칭찬과 인정은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아주 좋은 선 순환이 오늘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이제 더이상 과거처럼 자유 분방하고 무계획적이고 통일성이 떨어지는 '뭘 하자는 건지 모르는 내용의'글을 쓰기는 어렵게 되었다. 적어도 이곳의 소중한 지면을 활용하는 것이 낭비가 되지 않게 하려면 그리고 미래의 내 구독자들의 시간이 쓰레기 통에 버려지는 상황이 되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의 기대에 브응하는 수준의 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벌써 한 참 써 내려갔는데, 아직도 제목 아래 적어 놓은 소주제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밑밥을 너무 많이 깔아서 미안하다.


나는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앞으로 글을 올릴 계획이다. 정확하게 주제에 해당되는 글이 쓰여지도록 노력하겠지만 내가 글쓰기의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주제에 꼭 들어맞는 글이 매번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단 최선을 다하여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소주제는 아래와 같다.


1. 사회인(직장인)으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의 공유

2. 비록 좁은 나의 관점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지혜'

3. 사회 생활에 필요한 조언 (1번과 유사함)

4.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평

5. 다양한 심리적 상태에 대한 해석과 제안

6. 개인사(인생사) 및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풀어본 삶


이미 소주재부터 복잡하고 통일성이 떨어진다. 양해를 바란다. 이제 막 시작하는 생초보 작가로서 통과해 가야만 할 단계에서 읽는 이들에게 들킬 수 밖에 없는 표현력의 한계를 여러분이 바로 지금 목도하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시고 양해를 하여 주시기 바란다.


나의 글은 소소한 내용 일 것이고 매우 깊이 있는 Insight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면에서 우수하고 경험이 많은 훌륭한 기존 작가님들이 제공하는 글들에 비하여 미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하루 하루 시간이 켜켜이 쌓여 가면 나의 글들도 나름의 작은 의미를 전달할 힘이 붙을 것이고 버리기 아까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여 글을 써 내려가도록 하겠다. 단 한 분의 독자가 본다고 해도 천명의 독자가 2천개의 눈과 1천개의 제 3의 눈까지, 총 3천개의 눈의로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Brunch 글쓰기에 임할 것이다. 내가 봐도 과할 만큼의 강한 다짐의 글로 마지막 문장을 채웠다. 나 스스로가 Brunch 작가 활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좀 부담스런 다짐을 하게 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마감하시고, 남은 시간은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행복과 즐거움으로 채우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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