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액션) 6/19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6. 필드는 레슨을 위한 곳이 아니다 (p148 ~ p150)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윙을 하는 동안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스윙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이 더 낫다. 공이 날아가는 궤적과 착지점은 물론이고, 스윙의 느낌까지 그려 볼 수 있어야 한다.


꼭 생각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 예컨대 '긴 팔'이란 생각은 당신이 느끼고 싶은 것에 대한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지만, '팔을 뻗다'라는 생각은 당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과 연결된다. 따라서 '생각하는 정신'에게 몸의 지배권을 넘겨주는 셈이어서 몸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없다. 반면에 느낌이란 이미지와 결부된 스윙의 생각은 '직관적인 정신'에게 몸의 지배권을 넘겨줄 수 있다.


골프 스윙에 대한 레슨은 특별한 움직임을 반복해서 기계적인 스윙으로 승화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말 골퍼들은 스윙을 몸에 익힐 만한 시간적 여유나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새로운 움직임을 몸에 익히기도 전에 필드로 나간다. 대신 머릿속에 기억해 둔 스윙의 원칙을 라운드 도중에 떠올린다. 스윙을 할 때마다 거의 기계적으로 자의식에 매달린다. 그러나 필드는 레슨을 위한 곳이 아니다.


대안은 스윙하는 동안 스윙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보다 스윙하기 전에 스윙에 집중하는 것이다. 샷을 계획하고 클럽을 선택한 후에 공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연습 스윙을 해보라. 프로그래밍 스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풀 스윙을 할 필요도 없다. 당신 몸과 클럽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스윙이면 충분하다. 당신 몸이 해 주기를 원하는 것을 '직관적인 정신'이 느끼도록 해 준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스윙한 후에는 '스윙이 몸에 프로그램 되었다'라고 자기 암시를 시도하라.


이것을 완성한 후에는 그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공 뒤에 서서, 공이 타깃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어라. 그리고 공을 향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라. 직관적인 정신이 프로그램 된 움직임대로 스윙을 완벽하게 해낼 것이라고 믿어라.





당신만의 프로그램 스윙을 상기하라


감히 말하건데 나는 나만의 프로그램 스윙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만의 프로그램 스윙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이 글에 쓰여진 것과 거의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아쉽게도 나는 거의 완벽한 프로그램 스윙을 대부분 숏게임에서만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나의 숏게임이 왜 다른 영역보다 뛰어난지 알 것 같다.


특히 퍼팅도 그렇지만, 그린 주변 어프로치에서 이런 프로그램 스윙은 거의 매번 적용한다. 공의 어느 부분을 맞춰서, 어느 정도 띄울 것이며, 정확히 그린의 어디에 떨어뜨려서 흘려 보낼 것인지를 머리속에 분명히 떠올린다. 그리고 공이 떨어질 지점까지 보낼 수 있는 스윙의 크기와 강도를 생각하면서 서너번 스윙을 가볍게 한다. 그 다음은 공 뒤에 서서 자세를 잡고 숨을 고른 후에 방금 몸에서 시행한 그 스윙을 그냥 한다. 이때 생각의 개입은 거의 없다.


위와 같은 방식의 숏게임은 거의 90%이상의 확률로 성공했었다. 턱없이 짧거나 길게 보내는 경우도 없고, 뒷땅이나 톱핑 혹은 생크를 내는 경우도 물론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명확하고 견고한 루틴(프로그램)을 따라서 한 이후로 나의 숏게임은 상당히 좋아졌고 여전히 좋은 상태를 유지 중이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나에게 심어진 숏게임 프로그램 대로 스윙을 했기 때문이다. 당신도 당신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숏게임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혹시 성공율이 너무 낮다면, 아직 완전히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숏게임 루틴을 세밀하게 떠올려 보길 권한다.


물론 드라이버 티샷과 아이언 샷에도 나름의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숏게임 보다는 명확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아이언 샷에 대한 나의 프로그램에는 버그도 있는 것 같다. 드라이버 샷에서 하는 실수보다 아이언 샷에서 실수가 나오는 빈도가 더 높다는 말이다. 당신의 경우도 분명히 나름의 프로그램된 루틴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할 때 당신이 당신의 몸이 하기를 기대하는 샷을 할 가능성은 꽤 높게 올라갈 것이다.


백돌이 혹은 그냥 저냥 보기 플레이를 하는 나같은 보통의 골퍼들이 샷을 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을 다시 규정해야 할 것 같다. 티 박스나 페어웨이에서 잔디를 약간 뜯어서 허공에 날리면서 바람을 체크하고, 잔디의 특성이나 결을 생각하여 스윙을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사실 '우리 같은 골퍼'에게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아니다. 그런 사항들은 오히려 더 많은 생각만 양산할 뿐이지 않을까? 그보다 사실 정확하게 의도한(프로그램한)대로 공을 치기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를 생각하라.


생각을 떨쳐 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생각을 적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끝내 당신에게 매달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편이 좋다. 본 글에도 나오지만, '어떻게 할 것'은 '생각하는 정신'이 몸을 통제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불편해 진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이것은 '직관적인 정신'이 몸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즉 직관적으로 그 무엇을 스윙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다시 말하면 '강하게 스윙해야지'라는 생각 보다는 '공의 우측 면을 클럽 헤드로 강력하게 때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거의 대부분 드라이버 샷을 할 때는 공의 우측 면에 시선을 집중한다. 공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때려야 할 지점인 공의 우측만 보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이버 스윙을 하면서 공의 좌측을 때릴 수는 없다. 왼손잡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따라서 골퍼가 드라이버 샷을 할 때 봐야할 공의 부분은 우측면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강력하게 때리는 것 = 무엇 = 행위'를 생각하면서 클럽 헤드가 공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때릴 때 느껴지는 충격이 내 손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것까지 느끼려고 노력한다. 물론 매번 그렇게는 못하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하며, 그렇게 이미지화가 이루어졌을 때 결과가 나빴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당구와 자전거 타기


남자들 중 상당수가 당구를 친다. 우리 나라 당구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200만명이라고 한다. 통계의 정확도 여부를 떠나서 상당한 수치이다. 물론 골프인구 보다도 훨씬 많다. 같은 공으로 하는 놀이라서 그런지 골프를 치는 사람들 중에서 당구를 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랬다. 그리고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당구도 잘 쳤다. 그리고 그 반대도 대부분 성립된다. 어차피 공으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정확하게 공을 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메커니즘이고 따라서 당구 고점자가 골프를 잘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당구를 치는 빈도가 줄어드는데,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1년에 한 번도 치기가 어렵다. 가장 최근에 친 것도 1년이 넘었다. 그런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구 실력은 내 순서가 한 두번 돌아가면 예전과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돌아간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80년대 남자 대학생들의 놀거리 중에서 제일 인기가 있었던 것이 당구였다. 그때는 거기 외에는 딱히 가서 즐길 곳도 없었다. 지금이야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오랜 기간 하지 않더라도 몸이 기억하여 당구 실력이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그 동작이 이미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몸에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을 예로 들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사실 모든 스포츠는 거의 다 몸에 프로그램된 대로 몸이 움직어야만 즐길 수가 있다.


당구 모두1.jpg (출처 : 직접 촬영. 최근 50~60대들이 자주 찾는 당구장)


내게 심어진 골프 프로그램은 아쉽게도 여전히 버그가 존재한다. 그 버그는 쉽사리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다행히 내 경우는 내게 심어져있는 숏게임 프로그램이 거의 완벽하기 때문에 그걸 복붙하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당신도 이 기회에 당신에게 심어져있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심어진 것인지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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