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5. 스윙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어라 (p141 ~ p148)
골프에서는 정신의 세 가지 얼굴이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생각하는 정신, 직관적인 정신 그리고 비판적인 정신이 그것이다.
생각하는 정신
생각하는 정신은 거리, 공의 위치, 바람, 습도, 과거의 경험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위험에 따른 보상 관계를 계산한다. '생각하는 정신'은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운다. 이것은 자의식이다. 자의식은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행위는 '구분'을 뜻한다. 무엇인가를 눈여겨보는 행위에서, 관찰자와 대상이 구분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따라서 우리가 스윙에 대해 생각할 때 몸과 정신은 하나로 통합될 수 없다. 스윙은 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이 스윙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몸과 분리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직관적인 정신
직관은 생각하거나 분석하지 않고도 무엇인가를 아는 능력이다. '직관적인 정신'은 일종의 습관이다. 반복을 통해 어떤 일의 흐름을 알고 있다면 매번 의시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거나 분석할 필요가 없다. '직관적인 정신'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몸과 정신은 하나로 결합된다. 반면 '생각하는 정신'이 주도권을 잡으면 자의식이 몸과 정신의 통합을 방해한다. 퍼팅할 때 '생각하는 정신'이 주도권을 쥐고 '충분히 세게 쳐야 해!'라는 생각으로 몸을 지배한다면 공은 십중팔구 홀컵을 훨씬 지나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직관적인 정신'을 믿고 몸의 지배권을 맡긴다면 그린 주변에서 훨씬 감각적이 퍼팅을 할 수 있다. 지네에게 그렇게 많은 다리를 어떻게 정확히 움직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지네는 그 문제를 생각하는 순간 다리가 뒤엉키기 시작한다. 골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분석에서 오는 마비 증세가 바로 그것이다.
비판적인 정신
'비판적인 정신'은 평가하고 판단해서 잘잘못을 결정한다. '비판적인 정신'은 학습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정신'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무시하고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되면 우리에게 최악의 적으로 돌변한다. 골프에서 비판적인 정신은 부정적인 독백이나 자기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곧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지경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너무 가혹하게 자책하지 않으면서 실수를 너그럽게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직관 (Intuition)
골프와 관련된 정신의 종류를 설명하면서 그중 특히 직관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똑같은 내용에 약간의 변주를 주면서 계속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직관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다루었던 무심타법과 거의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직관, 즉 Intuition은 라틴어 Intueri로 '내부를 보라'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Intuition이라는 단어의 구성은 Intu-(내부를) + -ition (행위) 이다. 즉 Intuition은 내부를 보는 행위, 다시 말해서 직관이나 통찰력을 의미한다. 저렴한 표현으로 '척 하면 아는 것'이 직관이고 통찰력인데, 여기서 말하는 직관은 더 나아가서 그냥 '이미 습관적으로 몸과 정신에 베여있는 인식 상태'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직관은 생각할 필요가 없이 기본적으로 우리 몸과 마음에 설치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가동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정신'의 세가지 측면을 각각 상세하게 살펴 보면서 과연 그런 다양한 정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 주는데, 특히 생각에 대한 내용 중에 나오는 '생각은 관찰자와 대상의 구분'이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관찰자가 되면 자신의 행위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골프에 있어서만은 피해야 한다. 몸과 정신(생각)이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 유효한 '생각'
생각을 통한 스윙은 스윙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즉, 라운드 전에 코스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이미지 스윙을 연습할 때에만 유효한 스윙이 생각을 통한 스윙이다. 직접 몸으로 스윙할 때는 생각을 가능한 멈추고 직관에 따라서 스윙을 해야하겠지만, 이렇게 생각에 의한 스윙도 쓸모는 있다.
작가가 생각을 하는 행위는 '구분'을 초래하기 때문에 스윙을 할 때 생각하는 정신이 스윙을 하면 몸과 분리가 된다고 한 것은 당연히 실제의 스윙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따라서 내 '생각'엔 생각을 통한 스윙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로지 실제로 스윙할 때에만 최대한 생각을 멈추고 직관에 따른 스윙을 하면 된다. 사실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은 그 끝이 없이 꼬리를 문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한 스윙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인가?
'직관'의 비율을 높이자
모든 골퍼들은 생각하는 정신, 직관의 정신 그리고 비판의 정신, 이렇게 세가지 정신의 요소가 개인별 역량에 따라서 서로 다른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생각이 아예 없을 수도 없고, 늘 샷을 하면서 비판만 하는 골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무심타법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샷을 하는 사람 또한 없다. 따라서 각자 자신의 역량에 따른 서로 다른 세가지 생각의 요소에 따른 스윙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정신의 비율'은 생각 60, 직관 30, 비판 10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싱글 골퍼 정도 되면 생각 30, 직관 60, 비판 10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숫자는 당연히 공식 통계가 전혀 없는 오로지 내 맘대로의 추정일 뿐이며, 나의 개인적인 '정신의 비율' 또한 나 혼자 정성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90타 전후에서 머물고 있는 나의 스코어를 보면 나는 여전히 크게 생각에 지배가 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이 핸티캡 골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생각의 비율과 비판의 비율을 줄이고 직관의 비율을 높이는 노력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직관의 비율을 높일 수가 있을까? 역시 내 생각이긴 한데, 만약 당신이 골프 연습을 충실히 했고 자신의 스윙을 할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 차례는 당신을 그냥 믿어 보는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노력도 필요 없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최선의 노력과 준비를 한 후에 자기 자신을 믿고 뭔가를 한다면 후회가 거의 없다. 일이든 골프든 말이다. 더 이상 내 보일 것이 없을 정도로 역량을 집중하여 준비했다면 그 다음에 할 것은 '그것을 그냥 하는 것'이다. 이때는 생각이나 비판이 개입할 틈이 별로 없다. 내면에 준비된 모든 것들이 흘러 나오면서 준비한 그것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순간이 '직관의 농도'가 가장 높을 때이다.
길게 이야기 했는데, 다시 간단하게 말하면, '최선을 다해서 뭐든 준비했으면, 그 다음에는 그냥 실행하는 것'이 직관의 비중을 높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이든 골프든 동일할 것이며, 이것은 물론 내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