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하우스

부럽지만, Second thinking 해 보니 아닌 것 같다.

by Eaglecs



강화도로


지난 토요일인 5월 18일에 강화도에 다녀왔다.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인산 저수지 부근에 세컨하우스를 갖고 있는 대학 동창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날 아침에 역시 강화도로 직장 동료들과 1박2일로 야유회를 가는 아내를 카풀 약속장소까지 태워준 후에 10시 20분쯤 강화도로 차를 몰았다. 거의 2년 만에 방문하는 것이라서 그 동안 그 친구의 아지트가 어떻게 변했을지 꽤 궁금했다. 그 친구는 대략 10년도 훨씬 전에 인산 저수지 옆에 위치한 야트막한 동산을 깍아내서 분양한 토지를 약 300평 구매했었다. 당시 평당 70만원이었으니 땅 값만 2억이 좀 넘는 투자를 한 것이다. 지금은 이런 저런 시설들이 추가되었고, 많은 유실수도 식재 되어 있다. 말수도 적고 목소리도 작은 매우 조용한 친구였는데, 보기보다 실행력도 있고 과감하게 결정하는 강단도 있어서 당시 땅을 샀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을 때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아쉽게도 그의 실행력과 과감한 결단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가와 기타 부동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고, 부동산 경기가 최고 꼭지로 치달았던 2021년도에 모든 매입이 이루어진 통에 지금 상당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벌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월 나가는 꽤 많은 이자에 대한 부담 그리고 너무 커져버린 대출금 액수로 인한 걱정으로 한숨을 쉬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시기를 잘 견디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러리라 믿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에도 전원 주택과 세컨 하우스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은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것을 그때 실현했던 것이다. 작은 컨테이너를 2개 이어 붙여서 한 동은 주거 공간으로, 나머지 한 동은 각종 장비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알차게 활용하고 있었다. 커다란 수돗가, 사용하지 않는 유아용 작은 풀장, 그리고 간이 원두막도 있고, 커다란 천막도 별도로 설치하여 그 속에 취침용 텐트, 휴대용 버너, 각종 의자, 간이 침대 그리고 프로젝터와 스크린까지 설치를 해 놨다. 그리고 부지의 입구 쪽에도 그 천막과 비슷한 크기로 천장을 방수포로 덮은 커다란 데크가 있는데 거기에서는 큼지막한 JBL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고, 천장은 각종 조명으로 가득차 있었다. 실제로 조명의 개수가 30개 정도가 되니 가득차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상우집 4.jpg (출처 : 직접 촬영)


300평이면 적지 않은 넓이인데 자투리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이것저것 들어차 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유튜브만 보고 혼자 그 모든 설치 작업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데크 설치 작업도 본인이 했고, 심지어 위험해서 어지간하면 업자를 불러야 하는 전기 작업도 본인이 했다고 한다. 단점으로는 어딘가 문제가 있어서 전원이 꺼진 등이 몇 군데 있는데, 재작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전혀 작업했던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고치려면 또다시 유튜브를 봐야하는데 이젠 지쳐서 다시 작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공감이 간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그의 데크 위에는 30개가 넘는 조명이 설치된 것이다. 애써서 다시 고치느니 몇 개 더 달아서 빛을 확보한 것이다. 이것도 발상의 전환이다. 엉뚱한 그 친구 답다.


상우 집1.jpg (출처 : 직접 촬영. 천장에 보면 조명이 꽤 많다. 검은색 조명은 잘 보이지 않지만 대략 30여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부근의 다른 분양지의 절반 정도는 번듯한 집이 들어서 있다. 그 집들은 내가 맨 처음 그곳을 방문했던 당시에도 대부분 이미 있었던 집들이다. 즉, 그 이후로는 새로 집을 지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강화도의 전반적 지가가 오르고, 건축비까지 오른 것도 이유가 될 것이고, 토지 구매자의 개인적 사정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10년동안이나 땅을 비워두고 있는 모습은 요즘의 미지근한 부동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10년간 그 친구의 땅에는 많은 부속 시설이 들어섰고, 꽤 많은 나무를 식재하여 외부에서는 컨테이너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요새로 만들어 놨지만, 그 친구의 집을 제외한 나머지 집들과 부지에는 그렇게 별로 변화가 없었다.


강화도의 인구는 약 10여년 전인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67,118명이었고, 2022년에는 69,803명으로 증가했다. 2,685명이 증가한 것이고 이것은 약 4%가 증가한 것이다. 동기간은 대한 민국의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수치일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22년을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서서 2023년도에는 69,005명이었다. 798명이 감소한 것이고 이것은 1년만에 1.14%가 감소한 것이다. 8년간 4%가 늘었는데 1년만에 1.14%가 줄은 것이다. 감소세가 엄청나게 가파르다. 이 속도라면 2014년도 수준의 인구로 돌아가는데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내 친구는 안타깝게도 강화도의 인구가 한참 증가할 때, 인구 증가와 함께 올라가기 시작한 '높은 땅 값'을 주고 그 300평의 땅을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의 가격은 여전히 2014년도에 머물러 있다. 근처에 매매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 땅 바로 옆에 부지가 위치는 조금 낮아서 좋지 않지만 새로 땅을 예쁘게 평탄화 해놓고 평당 60만원에 나왔다고 하는 것으로 볼 때, 그 친구 땅의 가치도 그리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즉 구매가인 평당 70만원에서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어도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거다. 10년간 그 땅에서 가족들과 많은 추억도 쌓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부모님들의 소일거리로 만들어 드렸으니 나름 얻은 것이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클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거기는 10년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물론 다른 집들도 조금씩 개보수도 하고 정원도 좀 가꾸면서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작은 마을은 전체적으로 볼 때 외관상 변화를 거의 느낄 수는 없기 때문에 나같은 외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변화가 없어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부터의 소외'는 앞서 언급한 강화도의 인구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매수자들의 관심 하락도 큰 원인일 것이다.




친구의 꿈이 이루어지길 혹은 이루어졌길 바라며


그 친구가 그 부지를 구입하여 정성을 들여서 온갖 나무를 심고, 정원을 꾸미고, 야채도 키웠던 것은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그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컸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그런 큰 공간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과거에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일들을 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공간에 가득 들어찬 다양한 '물건'과 '시설'들은 그의 생각이 물질로 투영되어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그의 꿈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그 300평'에서 이루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가끔 방문하여 친구가 해 주는 바베큐를 먹고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를 찾는 내게는 정말 귀한 장소이고 온전히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는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의 꿈을 통하여 내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빈틈없이 무언가로 가득차 있는 그의 공간을 보면 한편으로는 답답해지는 기이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 친구와 나의 성향의 차이일 것이다. 300평이라는 꽤 큰 공간에 이런 저런 물건들과 옷갖 나무들 그리고 시설들을 채우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 친구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의 즐거움의 원천인 그곳에 계속 물건이 쌓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창고에는 쓰지도 않은 캠핑 용품도 가득했다. 텐트도 5~6개는 된다고 했다. 의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겨울에 사용하는 캠핑용 난로도 4개나 된다고 했다. 그가 별도로 사용하고 있는 장비 보관용 컨테이너에는 그런 캠핑 용품들이 여기 저리 자리를 차지 하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친구는 실제로 캠핑을 간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의 '그 공간'에서만 사용하려고 산 것이고, 그러다 보니 정작 사 놓고 쓰지도 않은 용품도 상당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의 벌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내가 그를 변호하자면 그는 그 외의 어떠한 지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술을 거의 먹지도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수시로 옷을 사지도 않는다. 차도 평범한 차를 몬다. 카메라나 음악에 빠져서 큰 돈을 들여서 장비를 구매하지도 않고 낚시도 하지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장소에서 그가 원하는 '놀이'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부 장비를 좀 과하게 구매할 뿐인 것이다. 이정도면 그에겐 앞으로 쓰지도 않을 텐트를 2~3개 정도는 더 사도 될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그는 그가 보유한 물건의 홍수 속에서 여유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품은 사서 보는 맛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신지도 않을 운동화를 사서 보관하거나 특정 가수의 광팬들이 듣지도 않을 음반을 사서 그냥 보관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즉, 그의 취미나 취향은 비난 받을 그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취향과 취미 때문에 나는 비록 자주는 아니지만 한 두 해에 한 번씩 그곳을 방문하여 제대로 힐링을 하는 특혜를 얻지 않는가? 그러니 더더욱 나는 내 친구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좋지 못한 시기에 구매한 부동산으로 인하여 발생한 몇 가지 어려움에 빠져 있는 내 친구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크게 늘어나 버린 금융 비용(이자)과 너무 크게 과성장해 버린 '빚'에 대한 고민과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길 바란다.


아무튼 나는 과거에 한동안 고민했던 세컨 하우스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지워 버렸다. 그에 대한 Second thinking 을 몇 번을 반복해도 생각은 다시 바뀌지 않았다. 내겐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은 세컨 하우스에 대한 나의 로망을 채워줄 '내 친구의 세컨 하우스'를 그 친구가 계속 잘 가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에 만났을 때도 '이젠 시간이 많을테니 자주 와!' 라고 했다. 내 친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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