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액션) 3/19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3. 몸과 정신을 하나로 결합시켜라 (p134 ~ p139)


스윙에서 몸과 정신이 하나로 결합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목적과 초점이 같다는 뜻이다. 몸과 정신이 동시에 같은 곳에서 동일한 목적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몸을 과거나 미래로 이동시킬 수 있는가?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우리 몸은 현재,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럼 정신은 과거나 미래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나 미래에 빠져 보낸다.


그러나 정신은 지금 이 순간에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몸과 정신이 하나로 결합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이 지금 이 순간에 있을 때다. 정신이 몸과 같은 곳에 있지 않을 때, 즉 당신 몸과 함께하지 않을 때, 몸과 정신이 어떻게 하나로 결합될 수 있겠는가? 골프 코스에서의 스윙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정신은 스윙을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하지만 실제로 몸과 하나로 결합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당신이 스윙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그것은 생각일 뿐 실제로 스윙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 정신은 스윙을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개념들로 채워진 '머리'속에 있는 것이지, 스윙을 직접 행하는 '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샷의 결과에 대한 염려도 몸과 정신의 결합을 방해하는 요인다. 이미지화는 어떤 긴장도 초래하지 않는다. 언제나 멋진 샷을 지향하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을 줄여 준다. 하지만 걱정은 몸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안겨 주고 정신을 다른 것에 팔리도록 만든다. 달리 말하면, 미래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결과가 닥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앞질러 걱정한다. 몸은 아직 샷을 하지 않았는데도 정신은 이미 샷을 한 셈이다. 따라서 몸과 정신이 따로 움직이면서 하나로 결합되지 못한다.


"퍼팅의 성공 여부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퍼팅 선을 읽고 직감을 믿으면서 퍼터의 면을 퍼팅 선에 직각으로 세워 편안하게 스트로크 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라"




무심타법


몸과 정신을 하나로 결합하여 현재에 집중한 스윙으로 공을 치기 위해서는 마음 혹은 정신이 고요해야 한다.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멈추어진 공을 채로 치는데만 집중하면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있는 공을 제대로 치기는 너무 어렵다. 온갖 방해 요소가 있겠지만, 특히 집중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가장 큰 방해 요소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골프에서도 야구처럼 무심타법이 필요할 것같다. 무심타법이라는 말은 야구에서 나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마음을 비우고 타격에 임하는 타자의 자세가 무심타법이다. 홈런과 같은 '큰 것 한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공을 가능한 정확하게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꾸준한 타격 실력을 보일 수 있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야구에는 그런 무심타법이 있고, 노림수를 갖고 의도적,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는 팀베팅이 있다. 팀경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팀의 승리를 위한 필요한 스윙을 한다는 측면에서 팀베팅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골프는 오로지 개인 경기이므로 야구의 무심타법을 차용하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골프로 포섬(Foursomes) 플레이와 같 두 명의 파트너가 한 팀을 이루어서 하나의 공으로 교대로 치는 팀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개인 플레이로 경기가 이루어진다.


잘 생각해 보면 당신은 이미 무심타법으로 골프공을 친적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훌륭한 샷은 아마도 대부분 무심타법으로 친 공일 테니 말이다.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도 물론 좋은 샷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대부분의 훌륭한 샷은 어드레스를 가지런히 한 후에 공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자연스러운 스윙을 했을 때였다. 머리가 복잡한 상황에서 그런 샷을 한 적은 없다.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신 장비'


나는 거의 골프 장비를 바꾸지 않는 편이다. 채에 민감한 절정 고수도 아니기 때문에 피팅을 받지도 않으며, 그냥 가지고 있는 거의 20년은 된 오래된 채를 그립만 바꿔서 사용하는 편이다. 그립도 내가 직접 교체한다. 한 번 해보면 매우 쉽다. 그립을 교체하러 다녀오는 시간이면 집에서 충분히 교체를 하고도 남는다. 물론 비용까지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30대 때에는 연습장을 너무 많이 다녀서 드라이버 헤드를 3개나 깨뜨렸었다. 이렇게 채가 파손된 경우에는 새로 구매하는 대신 드라이버 헤드를 교체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작은 드라이버 헤드가 거의 자취를 감춘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나도 헤드가 큰 '연식이 지나서 저렴해진' 드라이버를 구매하는 정도였다. 당연히 헤드가 크면 맞추기도 더 용이하기 때문에 그 유혹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장비에 별로 욕심이 없는 내가 유일하게 바꾼 채는 '퍼터'였다. 기존에 쓰고 있던 수제퍼터(회사 선배에게 물려 받은)의 무게감이 너무 좋아서 외견상 퍼터 헤드를 빼면 불쏘시게처럼 보일 정도로 '없어 보이는' 퍼터였음에도 꾸준히 사용해 왔다. 물론 퍼팅도 아주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런던 중에 어느 순간 퍼팅이 너무 안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퍼팅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때 나도 모르게 채에 책임을 돌리기 시작했다. 멀쩡한 채를 두고 교체를 단행하는 다른 많은 골퍼들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검소한 성향인 나는 이런 저런 채만 검색을 할 뿐 신규 구매는 주저하고 있던 와중에 매우 저렴하게 꽤 무게감 있는 퍼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번 고민을 한 후에야 겨우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년만에 퍼터를 바꾼 것이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그 퍼터는 특히 무게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기존 퍼터보다 약간 더 무거워서 과연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새 퍼터이고, 특히 무게감에 대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다. 나의 기대와 달리 그 퍼터는 나의 '적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만 반응했다. 다시 말하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 번의 라운드를 거친 후에 그 퍼터는 창고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느낌'이 좋았던 그 퍼터를 통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데에는 매우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난 그 퍼터를 가지고도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 퍼터를 가지고 첫 퍼팅을 할 때부터 내 정신은 너무도 복잡했었다. 퍼터의 무게감이 틀리니 스윙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 등 수 많은 잡념이 떠올랐다. 그리고 퍼터의 형태도 말렛 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내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 퍼터의 형태에도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새 장비를 사용한 첫 퍼팅에서 어이없이 벗어나서 저 멀리 굴러가버리는 공을 볼 때의 심정이 아직도 느껴진다. 간혹 가다가 좋은 퍼팅이 나오곤 했지만 빈도가 높지 않았다. 그 퍼터에 적응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그 구닥다리 퍼터로 교체를 했고 희안할 정도로 나의 퍼팅은 감 좋았던 옛날로 돌아갔다. 비록 연습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퍼터에 대한 그 어떠한 의심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옛 퍼터를 사용하면서는 퍼터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고 오로지 퍼팅에만 집중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Just Do It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은 '그냥 하라'는 의미이며, 이것은 어떤 일을 할 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상업적 관점에서는 쇼윈도우를 보고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사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는 아마 후자의 의미가 강할텐데 고상한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철학적이고 있어 보이는 가치를 그 슬로건에 부여했을 것 같기도 하다.


정신과 몸을 일치 시켜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스윙만 하라는 무심타법과 같은 말과 Just Do It을 연결하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일단 준비가 되었으면 '그것을 하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하여 개인의 능력에 맞게 연습을 하면서 준비에 최선을 다 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공을 치는 것 뿐이다. 따라서 'Just hit it'. '그냥 시작하라'.


유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비는 필묵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선비들이 글씨를 쓸 때, 붓의 품질이나 상태에 크게 상관없이 자신의 실력으로 글씨를 잘 쓰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금수저로 밥을 먹나 쇠수저로 밥을 먹나 같은 밥이다. 금수저로 밥을 먹는다고 해서 영양분이 두배가 흡수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메스컴에 노출된 나 같은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새로운 제품에 눈이 뒤집혀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다. 새로 구매한 그 제품(채)으로 드라이버 거리를 10야드씩만 늘였어도 그간 바꾼 채의 갯수를 고려하면 골퍼들의 드라이버 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었어야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채를 아무리 바꿔대도 거리는 줄어가기만 하지 않는가?


사실 내가 퍼터를 바꿨던 이유는 나의 책임을 채에게 뒤집어 씌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살 때도 속으로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의 본성은 그렇게 채 하나를 구매할 때도 여실히 드러나고야 마는 것 같다.


"퍼팅의 성공 여부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퍼팅 선을 읽고 직감을 믿으면서 퍼터의 면을 퍼팅 선에 직각으로 세워 편안하게 스트로크 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라"


나는 이렇게 퍼팅을 했어야 했다. 퍼터 탓을 하기 전에 말이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글을 본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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