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액션) 2/19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2. 전환기에 조심하라. (p128 ~ p134)


스윙에는 여러 전환기(transition)가 있으며 그 전환기들은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어느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연습장에서 티 샷을 할 때, 티존에서 첫 티 샷으로 옮겨 가는 과정도 전환기다. 또한 샷을 끝낸 후 다음 샷 계획을 세울 때까지의 간격도 전환기라 생각할 수 있다.


스윙은 공을 앞에 두고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공에 접근하려는 순간부터 스윙은 시작된다. 따라서 공에 접근하기 위한 전환기에 호흡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탠스를 취한 후에는 백스윙으로의 전환기에 들어간다. 스탠스를 취하자마자 곧바로 백스윙을 시작하는 골퍼들이 있는 반면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 정도로 시간을 끄는 골퍼들이 있다. '당신의 박자에 맞추라'. 박자는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당신에게 최선인 박자는 당신만이 알고 있다. 결론은 서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만의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 일행이나 뒤 그룹을 위하여 불필요하게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전환기는 스윙을 끝낸 후에 찾아온다. 행위자에서 관찰자, 때로는 해설자로의 전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비평가가 된다. 이 전환기를 단순한 관찰자로 넘길수록 더 낫다. 비평가가 될 필요는 없다. 부정적 결과보다 긍정적 결과를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훌륭한 드라이브 샷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페어웨이에서 빗나간 샷에는 상심한다.


마지막 전환기는 샷과 샷 사이의 이동 시간이다. 이 전환기를 올바르게 보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염려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과거는 히스토리고 미래는 미스터리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현재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뜻하는 '현재 present'와 '선물 present'이 같은 단어인 것이다". 샷과 샷 사이, 홀과 홀 사이, 심지어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가 어떻든지 간에 그 사이에 피어 있는 꽃들의 향기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라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전환기다. 우리에게 허락된 기본적인 장점을 감각적으로 느끼면서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는 현재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비평가인가?


난 꽤 오랫 동안 나의 스윙과 그 스윙에 따른 샷의 결과에 대하여 비평가였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스윙폼 때문에 나 스스로에 대한 과한 비평을 시작한 것 같다. 30대까지는 몸의 유연성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 근력도 많았기 때문에 스윙 또한 훨씬 볼만했었다. 백스윙을 할 때 왼팔이 오른쪽으로 거의 곧게 펴진 상태에서 스윙탑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팔로우 스윙도 거의 완벽하게 한 후에 클럽이 나의 등을 때릴 정도로 큰 아크를 그리는 확실하고 강력한 스윙을 할 수 있었다. 비교적 빠른 스윙 스피드를 통하여 아이언 샷의 탄도를 아주 높게 구사할 때 큰 희열을 느끼곤 했다.


30대 후반까지는 매우 강하고 긴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을 날렸기 때문에 누가 봐도 그런 스윙은 꽤 잘 치는 골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숏게임에 약했기 때문에 골프 스코어는 잘 해야 85타 전후였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어프로치와 퍼팅과 같은 숏게임이 상당히 좋아졌지만, 이젠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의 거리가 상당히 줄었고, 줄어든 근력과 나빠진 시력 그리고 거의 연습을 하지 않는 게으름까지 겸비하게 되어 샷의 정확도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결국 골프 스코어는 90타 전후로 나빠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골퍼들이 속어로 숏게임을 은유하는 말인 '설거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젊었을 때나, 그때보다 많이 나이가 든 지금이나 나의 스윙에 대하여 내가 비평가였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걱정과 우려, 불만과 흥분,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한 비평의 말들은 결코 좋은 이미지를 내게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에서 벗어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다만 비평을 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나를 평가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는 쪽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해설가'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중이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모든 것을 하나의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아무런 감정이 개입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따라서 오로지 '관찰자'만이 현재에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당신의 스윙 혹은 당신의 그 무엇(일이든 성적이든 뭐든)에 대하여 '비평가'라면 관점을 달리해 보길 권한다. 비평, 특히 자신에 대한 비평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물론 남에 대한 비평 역시 아무짝에 쓸모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기억에 없는 골프 코스


사람들은 온갖 생각에 사로 잡힌 상태에서 골프를 친다. 때문에 보통 수준의 골퍼들은 자신들이 다녀간 골프 코스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골프 코스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공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해서 기억에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그들은 보통 수준의 골퍼일리가 없고, 코스를 기억하지 못할리는 더욱 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꽤 오랜 기간 골프를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구조가 기억나는 홀들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 백돌이 시절에는 골프 코스에 대한 기억 보다는 클럽 하우스 식당이나 사우나 시설에 대한 기억이 더 명료할 정도였다. 골프를 치는 동안에는 공을 잘 쳐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하여 완벽히 골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걱정이나 우려의 생각에 휘둘렸기 때문에 공은 내 머릿속 생각의 파편처럼 사방 팔방으로 날아다녔고 그걸 쫓아 다니느라 골프 코스를 제대로 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온전히 골프를 즐기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닌 것이다.


그러나 클럽 하우스 식당에서 하는 일은 내가 아주 잘 하는 '밥먹기'이다. 보통 사람들이 밥 먹을 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밥 숫가락 스윙의 미적 수준에 따라서 반찬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몸에 베인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없이 밥을 잘 먹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클럽 하우스 식당 여기 저기를 둘러 보게 되며 그게 기억에 남는 것이다. 사우나 시설도 같은 맥락으로 보통 사람들의 기억에 잘 각인이 된다. 기억에 남길 필요가 별로 없는 식당이나 사우나 시설은 그렇게 우리 기억속에 박제가 되는데, 정작 우리의 진짜 목적인 골프장의 예쁘고 아름다운 장면은 우리 기억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아쉽지만, 하이 핸디캡 골퍼들의 숙명이다.


이렇게 백돌이와 백순이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골프 코스가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그 코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티 박스에서 코스를 조망한 후에 티 샷을 그래도 페어웨이 근처로는 보내야 세컨 샷 지점에서 코스를 이리 저리 보며 다음 샷을 구상하면서 동시에 코스가 기억에 심어질 텐데, 대부분의 백돌이와 백순이들은 공을 페어웨이로 거의 보내지 않는다. 보내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그들이 티샷이든 세컨샷이든 주로 보내는 곳은 비탈길이나 러프 혹은 벙커, 카트길과 같은 곳이다. 페어웨이는 마치 철조망으로 둘려쳐져 있어서 그들의 출입만 금지된양 좀처럼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니 그 아름다운 골프 코스가 기억이 날리가 있겠는가?





골프 코스 기억하기


내가 골프 코스를 구석 구석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그래도 80대를 간혹 치면서부터이다. 여전히 90대를 자주 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있는 골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코스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의 이미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실물을 자주 그리고 오래 봐야 한다. 살짝 스치듯이 본 장면은 우리가 거의 기억할 수 없다. KTX를 타고 시속 300km의 속도로 이동할 때 우리 옆을 스쳐지나가는 장면(근경, 近景)을 기억에 남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골프를 치면서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생기려면 최소한의 실력이 필요하다. 실력이 없는데 여유가 생기기는 어렵다. 백돌이들과 같은 사람들 중에는 '실력에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공은 치지 않고 로스트볼만 찾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공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스윙을 찾는 것이 좋을 텐데 아마도 크게 스코어 욕심이 없어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본인의 스윙 대신에 로스트 볼을 찾는 것은 좋지만, 너무 숲속을 깊게 헤매이면서 동반자들을 기다리게 하거나 뒷 팀에 불편을 끼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들을 좀 과하게 하는 사람들은 마치 평소에 자기 할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사로운 이익만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이익(로스트 볼)도 별 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윗 글에서도 적어 놓았지만, 과거는 잊고 미래는 염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는 히스토리고 미래는 미스터리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현재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뜻하는 '현재 present'와 '선물 present'이 같은 단어인 것이다". 현재의 자신의 상태(실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실력이 부족한데 과거에 매달리고 미래에 휘둘려서 가지고 있는 실력마저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과거와 미래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의 스윙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선물 present는 현재 present와 같은 단어이다. 그리고 present라는 단어는 다시 쪼개 보면 pre-sent 이다. '이미 보내진 것' 이라는 말이다. 즉, 이미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재라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걸 인지하고 그 속에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럴 때 샷과 샷 사이 그리고 홀과 홀 사이에 피어 있는 꽃들의 향기를 즐기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백돌이 백순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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