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홍수 속에서

마른땅을 찾자

by Eaglecs




자극적 뉴스의 홍수


매일 매일 수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많은 매체를 통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세상 속으로 유통된다. 몇 개 안되는 방송사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수의 매체가 존재한다. 그로부터 생산되는 뉴스의 양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사건 사고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뉴스를 접하던 기분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큰 매스컴에서 대량 생산되는 뉴스에도 지치는데 유튜브라는 강력한 매체를 통한 개별 뉴스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뉴스 공급처 그리고 뉴스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변화 되었다. 따라서 참이든 거짓이든 하루에도 수천 수만가지 뉴스가 양산되고 있다.


물론 자극적 뉴스를 안보면 될일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와서 그런 매체들에게 단단히 결박되어 있는 상태라서 그로부터의 노출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어차피 바꿀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에 무조건 피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현명한 채널 선택을 통하여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가 되는 정보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것에 쉽게 현혹되는 평범한 인간의 속성상 현명하게 채널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오히려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서 헤매게 되기 쉽다. 그리고 그들이 헤메인 경로는 견고한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그 진화된 알고리즘은 계속 그런 뉴스로 그들을 안내하면서 결박의 강도를 더 세게 한다.


그러나 가뭄에 콩 나듯이 좋은 소식도 전해지곤 한다. 누군가 익명으로 꽤 큰 돈을 상자에 담아서 행정복지센터 앞에 두고 사라졌는데 그 상자를 열어보니 누가 봐도 어렵게 오랜 기간 모은 돈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한푼 한푼 모은 돈 뭉치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몇 일 전에 본 기억이 난다. 누가 어떤 기부를 '또' 했다는 뉴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한 의인에 대한 뉴스도 간혹 나오긴 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식이지만 전체 뉴스의 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이런 종류의 훈훈한 소식은 별로 자극적이지가 못하여 매체들이 선호하는 뉴스가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쉽게도 대부분의 뉴스는 전쟁과 폭력, 범죄, 그리고 그 이상으로 피로감을 주는 정치배들의 고성이 오가는 회의 장면, 등에 관해서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나빠져만 가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전망과 우려에 대한 뉴스이다. '홍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탁한 구정물이나 흙탕물이다. 대폭 증가된 뉴스가 대부분 구정물이나 흙탕물같이 악취를 풍기기 때문에 '뉴스의 홍수'라는 말을 쓰는 모양이다.




기쁜 뉴스


어제 오래 간만에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뉴스를 봤다. 최경주 프로의 최고령 KPGA 우승 소식이다. 사실 난 그 중계를 1라운드부터 짬짬이 봤었다. 드디어 2라운드에 큰 타수로 2위를 밀어냈고, 3라운드에서도 2위와 꽤 격차가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4라운드에서 수월하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타수를 잃어가면서 위태위태한 상황에 몰렸었다. 너무 마음을 졸이게 해서 채널을 돌려 버리곤 하다가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다시 채널을 고정시킨 후 마지막에 우승할 때까지 중계를 봤다.


최경주 우승.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어제 우승한 최경주 프로)


최고령 우승 기록은 각종 스포츠에서 경신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권투에서는 조지 포먼이 45세가 넘어서 WBA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고 한다.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챔피언이 된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권투와 같은 부상이 크게 우려되는 격한 종목에서 45세에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골프에서는 2021년도에 필 미켈슨이 50세 11개월의 나이로 PGA 챔피언십에서 20세나 어린 상대(부룩스 캡카)를 제압하고 우승하면서 PGA 메이저 최고령 우승을 달성 했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20 ~ 30대의 왕성한 체력과 집중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어제 최경주 프로는 비록 PGA가 아닌 KPGA 대회이긴 했지만 무려 54세로 우승을 하면서 KPGA 최고령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호적상 70년 생이고 실제로는 68년생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56세로 KPGA 최고령 우승을 한 것이다. 기존 기록이 최상호 프로의 50세 이기 때문에 이걸 실질적으로 6년이나 늘인 것이다. 아마도 향후 수십년 동안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일 것 같다. KPGA라고 해도 쟁쟁한 젊은 프로들로 넘쳐나서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40대가 우승하는 경우도 드문데 50대 그것도 56세라는 50대 후반에 접어든 선수가 우승을 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 기적의 현장을 TV로 나마 경험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고 내게는 정말 '기쁜 뉴스'였다.




대리 만족


그의 실제 연령이 나와 동갑이라서 그런지 어제 그의 경기를 보면서 내내 마음 졸였고, 연장전에서 거의 우승에 다가갔을 때는 가슴 뭉클함마저 느꼈다. 아마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또래들이 꽤 많지 않았을까? 그 연령대이면 이미 조직에서 밀려난 사람도 있고, 곧 밀려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대단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패배감에 짓눌려 위축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갑내기가 엄청난 투지와 열정을 발휘하여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를 냈으니 그걸 보는 그들의 입장에서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나도 거기에서 큰 대리 만족을 얻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던 선수인데 이젠 그를 크게 존경까지 하게 되었다. 그정도 성과라면 존경받아 마땅할 것 같다.


경기 막판에는 그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보이기도 했었다. 허리 부위를 주무르면서 불편한 기색을 간혹 보였는데, 그때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실수가 자주 나왔고 그로 인하여 타수를 잃어 버리고 연장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골프에서 거리는 정말 중요하다. 특히 프로들의 경우는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숏게임을 잘 해도 기본적으로 보내야 할 최소한의 거리를 보내야 숏게임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데, 최프로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젊은 후배들보다 최소 30~50야드 정도는 매홀 티샷 거리가 짧아 보였다. 따라서 후배들 보다 치기 어려운 채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 수 밖에 없고 이는 타수를 잃을 가능성을 높였다. 그 가능성은 아쉽게도 마지막 4라운드에서 현실이 되었다.


떨어진 체력, 약간 상태가 나빠진 허리(내가 보기엔 그래 보였다)상태 등으로 원하는 샷을 할 수가 없게되었기 때문에 3~4라운드에서 고전을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여 경기하면서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니, 여러 훌륭한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서 골프 대회를 즐기기 보다는 최경주라는 한 사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여 자기 목표를 향해서 한발 한발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에만 나의 시선이 고정되었고 그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 어떤 드라마 보다도 더 공감이 가고 감동적인 경기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의 성공이 마치 나의 성공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감명이 깊었다.


최경주 박상현.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우승 펏 후에 박상현 프로와 악수. 최프로의 검게탄 피부가 그의 열정을 대변한다.)




신(神)의 도움


1차 연장 파4 홀 두번째 샷은 정말로 숨막히는 장면이었다. 최프로가 실수로 뒷땅을 치면서 거리가 많이 짧아졌고 공은 비행을 하다가 말고 그린앞 워터해저트쪽으로 떨어졌다. 워터 해저드 안에는 작은 아일랜드가 있었는데 최프로의 공은 다행히 물이 아니라 해저드 입구 부근의 러프지역을 맞고 튀어서 그 작디 작은 아일랜드에 떨어진 것이다. 아니 떨어졌다기 보다 아주 스윙하기 좋게 살포시 공이 착륙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정도로 샷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좋은 라이에 놓여졌던 것이다. 누가 봐도 완전히 워터해저드로 들어갔어야 했고, 최소한 깊은 러프에 박히던가 해야 하는데 어떤 신께서 도왔는지 그의 볼은 그렇게 예쁘게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노장의 열정과 정열 그리고 성심을 다하는 모습에 신이 감동했다고 봐야 하겠다.


거기에서 세번째 어프로치 샷을 가볍게 핀에 붙여서 파를 한 덕에 연장 2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2차 연장에서 상대인 박상현 프로가 역시 두번째 샷을 러프로 보낸 후에 세번째 샷을 핀에 제대로 붙이지 못하여 이어진 파퍼팅에 실패하고 보기를 했고, 최프로는 두번째 샷을 핀 우측 그린 엣지에 올려서 두번의 퍼팅으로 파를 기록하면서 연장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박상현 프로의 파퍼트가 혹시라도 들어갈까봐 속으로 계속 들어가지 말라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었다. 이정도로 최프로의 우승을 바랬다. 최프로가 우승한다고 해서 내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성공으로부터 나또한 심적으로 상당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의 우승을 정말로 바랬었고, 결국 그게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승을 이루어낸 최프로는 어제 그의 별명인 탱크와도 같았다.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초집중하여 한타 한타 쳐가면서 18홀을 마쳤고, 이어진 연장 2홀에서도 계속 최선을 다했다. 비록 중계를 통해서 본 모습이지만 그의 결연한 걸음 걸이, 매서운 눈 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멘탈이 엿보이는 여유있는 자세를 통하여 그가 이루어 낼 수 있는 최선 혹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홍수속의 마른땅, 기쁜 뉴스를 찾아서


바로 어제는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악천후로 추락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안타깝게도 조금 전에는 불에 완전히 타버린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그의 사망 확인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달러 보유고가 최근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어서 또다시 금융위기가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작년부터 큰 문제가 되었던 PF(Project financing)에 노출된 위험액이 200조에 이른다는 뉴스도 봤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런 종류의 자극적인 뉴스는 계속 양산될 것이다. 온 세상을 흥분으로 몰아 넣는 이런 뉴스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더 많은 클릭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뉴스의 생산자(판매자)들은 그런 뉴스를 지나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자극적 뉴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마른땅을 찾아야 한다. 그런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구정물과 흙탕물만을 뒤집어쓴 채로 삶을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마른 땅, 즉 비교적 긍정적인 소식을 찾는 방법은 물론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의식적으로 그런 소식을 찾으면 된다. 자극에만 반응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소식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소식을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 그리고 '당신의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 정도가 아닐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뉴스나 소식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내용, 가슴 따듯해 지는 내용, 실질적으로 공부가 될 만한 학술적 내용, 자기 개발 관련된 내용, 순수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벼운 내용, 여행 관련된 내용, 등등, 찾으면 꽤 적지 않은 분량의 정보 혹은 뉴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다. 당신 그리고 당신의 가족에게 의미있고 도움이 되는 정보와 뉴스를 찾도록 습관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가능하면 그와 반대되는 흙탕물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는 멀리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책을 통하여 정보 혹은 지식을 획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생각외로 서점에 가면 다양하고 심도 있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정보의 확보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근거 없는 '카터라 통신'보다는 좀 더 신뢰할 만한 많은 정보라면 당신의 시간을 투자할만 할 것이다.


우리가 순간에 집중하면서 현재를 살 수 없는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이러한 뉴스의 홍수에 묻혀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런 뉴스들에 본능적으로 반응 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우리는 순간, 즉 지금을 사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속에서 접한 최경주 프로의 최고령 KPGA 우승 기록은 내게는 기쁘고 행복한 뉴스였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하면서 그의 불굴의 의지와 꺼지지않는 에너지의 불꽃을 보면서 적지 않은 힘도 얻고 격려도 받았다. 앞으로도 그가 조금 더 승리의 기쁨을 맛보길 기원한다. 그리고 어제 그의 눈빛을 보니 그가 세운 KPGA 최고령 우승 기록은 그가 다시 갱신할 가능성도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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