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액션) 15/19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15. 돈을 미리 세지 말라 (p187 ~ p192)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다는 것은 눈앞의 샷에만 전념한다는 뜻이다. 당면한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한다면, 예컨대 퍼팅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정신은 현재의 순간을 떠나 있는 것이고, 따라서 몸과 혼연일체가 될 수 없다. '버디 찬스야! 성공하면 내 평생에 최고의 라운드가 될 거야. 하지만 실패하면 승리의 기회를 날리는 것라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당신은 벌써 스코어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퍼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케니 로저스가 '도박꾼'이란 노래에서 읊조렸듯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돈을 세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퍼트는 공이고 잔디며 홀컵이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여기에 무엇을 덧붙이든 간에 그것은 과거나 미래의 일이다. 라운드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다. 홀을 쉽게 끝내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후에 닥쳐올 어려운 홀을 미리 걱정한다. 따라서 쉽게 여겨지는 홀에서 실수하면 자신에게 화를 낸다. 반드시 성공했어야 했다고 중얼거리며 아쉬움을 떨쳐 내지 못한다. 그 때문에 다음 홀에서도 실수를 거듭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경기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마음가짐은 상대 선수를 '동료이자 경쟁자'라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경쟁자인 동시에 공통된 적을 둔 동료다. 즉 '골프 코스'라는 적과 싸우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당신들 모두가 동료이자 경쟁자다. 골프에서 당신의 직접 경쟁 상대는 상대 선수가 아니다. 누구도 당신의 샷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게임하지 않는다. 누구도 당신을 향해 스윙하지 않는다. 골프는 코스와 싸워 더 나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이 승자다. 상대 선수가 아니라 필드를 경쟁자로 여길 때 억측과 예측 등 정신적 실수에 따른 좌절을 겪지 않을 것이다.





골프 게임의 진짜 상대


골프장은 코스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서 아주 교묘하게 레이아웃이 구성된다. 골퍼들은 18홀이 끝날 때까지 매홀 변화된 조건에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의 샷을 구사해야 설계자가 파놓은 함정을 최대한 피하면서 기대하는 스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설계자는 함정을 파 놓지도 않았다. 골프 코스는 우리 눈에 분명히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곳에 벙커가 있는 경우도 없고 (눈에 뻔이 보이므로), 그린의 경사도가 물결처럼 매번 바뀌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2단 혹은 3단 형식으로 그린을 잔뜩 구겨 놓았을 뿐이고, 그린은 매우 안정된 상태로 놓여져 있을 뿐이다. 바뀌는 것은 단지 홀의 위치 뿐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 모두 너무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골퍼들은 그런 골프 코스의 레이아웃을 잘 살펴가면서 게임을 즐기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골퍼들은 골프장 자체와의 경쟁 보다는 상대 선수(동반자)와 경쟁을 하는 경우가 잦다. 사실 프로들의 경우는 대부분 동반자의 경기력에 영향 받기 보다는 코스 상태에 집중하면서 골프 코스와의 싸움을 하겠지만, 아마추어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동료들을 경쟁 상대로 여긴다. '저 친구보다 한 타만 적게 치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100타를 쳐도 경쟁자로 여긴 동반자가 101타만 치면 그날의 라운드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태도나 마음가짐은 하이 핸티캡 골퍼일 수록 강한 것 같다. 평범한 골퍼에 불과한 나도 과거엔 꽤 그런 성향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수준의 동반자보다 몇 타 잘 치면 그날의 골프는 '잘 한 것'으로 오해했던 적이 많았다. 실제로 극복해야 할 것은 동반자가 아니라 그날 방문한 골프 코스인데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성향은 핸디캡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옅여졌지만, 아직도 그런 성향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진정한 상대인 골프 코스를 상대하지 않고, 늘 실력이 들쭉날쭉한 '동반자'를 상대로 생각하고 골프를 치니 정신만 산란하고 집중이 될리가 없다. 너무 잘치는 사람과 함께하면 주눅이 들어서 몸이 굳고, 너무 못치는 사람과 함께하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잘치는 고수와의 라운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삼고, 아직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의 라운드에서는 인내심과 배려심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게임 방식이 원흉이다


나는 일반적인 골퍼들이 골프장을 진정한 '적'으로 여기지 못하고 '동반자'를 '상대할 적'으로 오인하게 만든 원흉이 '지나치게 돈 내기 위주인 게임의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는 것은 샷의 난조를 초래하는 원흉이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느슨한 게임 혹은 너무 긴장된 게임'을 하게 만드는 원흉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정식 골프 경기 방식은 다양하게 있다. 스트로크 플레이 (Stroke play), 매치 플레이(Match Play), 포볼 (Four ball), 포섬(Foursome), 스킨스 매치(Skins Match), 어니스트 존 (Honest zone), 라스베가스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보통 아마추어들은 다양한 변칙적인 방식을 적용하여 게임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화투놀이에 다양한 방식이 있듯이 골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4명이 경기를 하면서 공통의 게임을 하고, 이중 2명이 따로 다른 방식으로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 속에서 또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할 것도 많고 집중할 것도 많은데, 너무 복잡한 게임으로 인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집중력마저 거덜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하이 핸티캡 골퍼는 게임(내기)에서 지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결국 돈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돈은 잃고 있고 복잡한 게임 룰을 따라가느라 머리까지 돌지경인데 무슨 수로 지금 현재에 집중을 하겠는가?


특히 '라스베가스 방식'은 골프 게임 중에서 많은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이 방식은 일종의 스킨스 방식인데, 홀별로 상금을 배분하고 각 홀에서 이기는 사람이 상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전홀의 성적을 기준으로 1등+4등, 2등+3등이 한 팀이 되어 스코어를 합산하고 성적이 좋은 팀이 상금을 가져간다. 그나마 정확하게 라스베가스 방식의 룰대로 하면 형평성은 유지되며 골프 라운드에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이 하는 라스베가스 방식은 완전히 변형되어 기형적으로 변했고, 결과적으로 결코 공평하지는 않은 방식이 되어 버렸다. 골프를 치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골프장에서 골퍼들은 '뽑기'를 많이 한다.


뽑기.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뽑기 셋트)


골퍼라면 이 방식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들 알듯이, 이 게임 방식일 경우엔 잘 치고도 그 홀을 잃는 경우가 태반이다. 파를 하고도 조커(그림의 검은 표시 막대)를 뽑으면 파가 보기가 되어 버린다. 심지어 버디를 해도 조커는 뽑으면 보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마다 틀리기 때문에 버디는 뭘 뽑아도 버디로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긴 하다. 반대로 양파를 해도 조커를 뽑으면 보기로 계산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2~4타를 벌게 된다. 물론 이런 게임에서도 골프를 잘 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이지만, 그 이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뽑기 운' 이다. 오죽하면 잘 뽑는 사람에게 '뽑기 학원 어디로 다니냐?'라는 농담을 하겠는가?


골프는 아마추어들에겐 취미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그래도 엄연히 개인 기록 경기이기 때문에 실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백돌이에 머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데 그런 꽤 높은 비용을 들이고 실력은 늘 제자리라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물론 비즈니스 라운드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가능하면 라스베가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좀 더 집중해서 골프를 치면서 실력을 향상하길 원한다면 스트로크 플레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동반자의 실력을 고려한 적합한 핸디를 주고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게되면 정말 한 타 한 타가 소중해지기 때문에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반대로 홀매치 경기를 할 경우엔 만약 그 홀에서 이미 너무 타수를 잃었다면 포기를 해 버리기도 한다. 라스베가스도 마찬가지다. 집중해서 잘 치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나중에 뽑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그런 생각은 샷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 뜨릴 가능성이 높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트로크 플레이도 사실 약간 변형되긴 했다. 한참 업계 선배인 어떤 고객에게서 배운 것인데, 그분의 방식을 좀 더 간단하고 하이 핸디캡 동반자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되, 파3 에서는 double 까지만 계산하고, 파4와 파5에서는 triple까지만 계산을 하는 것이다. 물론 스코어는 나온대로 적는다. 계산은 '내기'에 대한 계산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은 특히 백돌이들과 할 때 반드시 적용하는 편이다. 잘 알겠지만 백돌이들은 파5에서도 양파를 자주한다. 다른 동반자들이 파나 보기를 했을 경우 양파를 하게되면 지출이 만만치 않고 이것을 결국 백돌이의 멘탈을 더 흔들게 되며, 결국 백돌이의 추가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백돌이는 돈만 잃고 실력 향상을 이룰 기회를 갖지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그 선배의 표현을 빌자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런 내기의 상한선을 정해 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배판'을 금지하여 '백돌이'가 껍질이 벗겨질(자본을 다 털린다는 속어 표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내게 이 방법을 알려준 선배는 '배판'에 이어 '배배판'까지 이어지는 룰을 적용하기 때문에 결국 '백돌이'는 빈털털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 보호'를 외쳤지만 결국 '백돌이 선수'는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배판'까지 완전히 제거를 해야 소중한 '백돌이 동반자'가 경기에는 집중하되 너무 긴장하지 않고 부담 없이 게임에 임할 수가 있게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돈은 직장이나 사업 혹은 투자를 통해서 벌고, 골프를 통해서는 집중력을 기르고 자연을 즐기며 동반자와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억을 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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