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glecs Jun 13. 2024

나의 '젠골프' 읽기 (2부:반응) 6/18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6. 모래주머니를 떼어 내라 (p225 ~ p227)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로 군림하던 브레트는 프로 전향 후 곧바로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선배들도 그에게 유익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스윙법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알게 되었지만, 처음과 달리 점점 성적이 떨어지자 내게 찾아와 푸념을 늘어 놓았다. 


'저는 지금 골프 스윙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스윙 기술도 6개월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적은 떨어집니다. 성적을 내는 방법을 잊어버린 기분입니다' '멘탈게임에서 장애물은 자네 몸에 묶어 놓은 모래주머니와도 같은 걸세. 손목과 엉덩이, 무릎과 팔꿈치, 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서 스윙을 어떻게 잘해 낼 수 있겠나?' '그런 모래주머니를 찾아내서 관절을 해방시켜야 하네. 관점을 묶고 있는 모래주머니들을 하나씩 풀어 낼 때마다 스윙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테니까. 골프는 체조, 피겨 스케이팅과 다른 거야. 스윙의 기술 점수로 순위를 결정하는 스포츠가 아니야. 스윙 폼이 멋지다고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네는 골프를 치는 데 전념하지 않고 골프 스윙에 신경을 쓴다는 데 문제가 있군. 이런 문제로 쓸데없이 걱정하니까 경기력도 떨어지는 거야. 걱정은 접어 두고 골프 공을 치는 것 자체를 즐기게.'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우리는 다시 만났다. 브레트는 한결 밝은 얼굴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정말 골프를 즐겼습니다. 비록 열두번이나 '걱정'을 했지만 대부분의 샷은 평소대로 칠 수 있었지요. 타깃을 정하고 공을 그곳으로 날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버디를 잡았는지 모를 것입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


 너무 많은 정보는 너무 많은 생각을 초래하고 그 너무도 많은 생각으로 인하여 정신은 구속된다. 결과적으로 정신은 자유를 잃고 정보라는 장애물에 구속되는 것이다. 정보이든 물건이든 우리는 선택할 사항이 많아질 수록 최종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리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떨어진다. 


 골프에서는 다양한 스윙 방법에 대한 정보를 배울 수 있다. 골프 레슨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레슨 프로마다 스윙을 다른 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본적인 내용은 다르지 않을지언정 프로들은 다양한 방식과 사례를 통하여 레슨을 하기 때문에 실력도 없고 골프에 대한 이해력도 낮은 초보자들의 정신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바쁜 시간을 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레슨을 받은 동료가 있었는데 그가 딱 그 상황이었었다. 물론 꼭 너무 많은 정보량이 그의 골프 실력 향상을 억누르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장애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는 어쩌면 여전히 미로에서 헤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선택지가 혼돈을 일으키는 경우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어느 코너를 둘러보든 동일한 기능과 목적의 제품이 수십가지가 동시에 눈에 뜨인다. 욕실 슬리퍼를 사러 가면 대략 백가지는 넘을 정도로 무수한 디자인과 색상의 슬리퍼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서 쿠팡에서 슬리퍼를 주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쿠팡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자주 구입하는 이유는 편의성과 가격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고객으로 하여금 제한된 선택지만 눈에 뜨이게 하는 구조적 한계도 큰 이유중의 하나이다. 물론 화면을 계속 바꿔 가면서 끝도없이 다양한 물건을 검색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만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의 수는 제한적이다. 특히 휴대폰으로 보는 경우는 기껏해야 5가지 내외의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선택에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게되며 이것은 곧 구매로 이어지곤 한다. 쿠팡의 매출이 단순히 빠른 배송에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쿠팡은 대형 마트보다 엄청나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는 태생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스윙폼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어설프고 희안하기까지 한 스윙으로 골프를 잘만 치는 골퍼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프로들은 대부분 보기에도 멋지고 우아한 스윙을 한다. 프로 중에도 특이한 스윙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특이해도 평범한 아마추어의 스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호쾌할 것이다. 프로 아닌가?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의 스윙폼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예쁘고 멋진 스윙을 구사하는 사람도 물론 많이 있지만 일반적인 골퍼들의 스윙은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같이 골프를 즐겼던 많은 동반자들도 대부분은 그랬다. 특히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스윙 폼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백스윙에서 왼팔은 구부러지고, 손목이 구부러지면서 과도한 오버스윙을 한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해버린 체형으로 인하여 스윙도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 하체를 견고히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팔로우 스윙 후에는 온 몸이 휘청대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구력이 있는 '이상한 스윙을 하는 그들' 중에서 공을 잘 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멋진 스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로우 핸디캡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골퍼들은 '타깃을 정하고 공을 그곳으로 날려 보내는 데' 집중하지 자신들의 스윙폼에 집착을 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30대때 훨씬 멋진 폼의 스윙을 할 때보나 이상하게 스윙이 변해버린 지금의 스코어가 더 좋다. 적어도 내게는 폼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전 회장인 이준기 챔피언의 스윙을 유투브에서 찾아 보길 권한다. 올해로 83세가 된 그는 얼마전에도 '에이지슛'을 또 기록했다. 아마추어간의 게임이었지만 공식 룰을 완벽하게 적용하여 77타를 기록했다. 83세면 83타만 쳐도 에이지슈터가 되는데 그보다 6타나 적게 친 것이다. 83세면 골프를 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연세이기 때문에 거기에 멋진 스윙까지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큰 욕심일 것이다. 그의 영상을 보면 그가 어디까지나 정확히 목표를 정하고 공을 치는데에만 집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폼은 그에게 주어진 체력과 체형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공만 치는데 집중을 한다. 


 에이지 슈터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꿈과도 같다. 홀인원이나 이븐파를 치는 것 이상으로 그야말로 꿈과 같은 것이다. 공인 에이지슈터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맞춰야 한다. 18홀 파70에 코스전장은 6천야드 이상(여성은 5,400야드 이상)이 되야 하고 멀리건도 컨시드도 없어야 한다. 싱글을 달성하는 골퍼도 백에 한명이 되지도 않으니 에이지 슈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준기 전 회장은 2년전인 81세에도 76타를 쳐서 공식적인 에이지 슈터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4년도에 다시 77타를 기록한 것이니 대단할 따름이다. 83세라는 고령은 골프 스윙을 한다는 것만해도 대단한 연령이다. 그리고 그의 스윙은 대단히 특이하다. 그의 스윙은 절대로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폼이지만 그는 언제나 '공을 타깃으로 날려 보내는 데 집중'하면서 샷을 했다. 수 많은 스윙의 선택지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유일하게 '공을 치는 것'뿐인 것 같았다. 그가 가진 수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그가 공을 치는 것에만 '집중'하는 모습만은 꼭 배우고 싶다. 


 PGA 투어에서는 샘 스니드(미국)가 1979년에 67세의 나이에 66타로 당시 PGA투어 최연소 에이지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아놀드 파머도 대표적인 에이지슈터인데 64세이던 1993년 벨사우스시니어클래식에서 64타로 생애 첫 에이지슈트를 기록했다. 생애 한 번도 어렵다는 에이지 슈트를 이후에도 여러번 더 기록했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와 더불어 골프 역사상 최고의 인물인 잭 니클라우스의 경우 64세였던 2004년 한 프로암대회에서 64타를 친 것이 유일한 공식 에이지슈트 기록이라고 한다. 이정도로 세계 최고의 골퍼도 에이지슈트는 기록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프로가 라운딩하는 코스와 아마추가 라운드 하는 코스를 난이도 측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프로들이 에이지 슈트를 기록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KPGA의 경우 프로1호인 연덕춘이 77세인 93년에  속초 설악프라자 cc에서 열린 시니어투어에서  77타를 쳐 국내 최초 에이지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의 기록을 보면 이준기 전 회장의 에이지슈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젠골프' 읽기 (2부:반응) 5/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