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9.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 (p231 ~ p233)
정신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습관이란 무엇일까?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습관이다. 이런 습관은 당연히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습관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토너먼트의 첫 라운드를 마친 후, 앤디에게 그날 경기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한 홀에서 클럽을 잘못 선택해 더블 보기를 범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앤디가 1오버파나 2오버파로 첫 라운드를 끝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늦게 스코어 보드에서 그의 홀별 성적을 확인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앤디는 이글 하나에 네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긍정적인 면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하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비평가다. 거의 모든 샷에서, 심지어 훌륭하게 해낸 샷에서도 잘못된 점을 찾아내려 애쓴다. 부정적인 독백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면 인내와 끈기 그리고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자각이다. 샷을 할 때마다, 라운드를 끝낸 뒤에 무의시적으로 내뱉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내고 모든 샷에서, 모든 라운드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라. 불평하고 자책하는 습관을 버려라.
다음 단계는, 실수를 눈감아 주고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샷이 타깃을 향해 날아가 당신이 계획한 곳에 떨어지는 모습을 여유 있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런 모습이 당신 뇌리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때 자신감이 더해질 것이다.
특수한 상황이 있다. 일반 골퍼들은 예상보다 멋진 샷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예컨대 드라이브 샷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지만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진 후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 가더니 러프에 빠질 때, 어프로치 샷을 깔끔하게 해냈지만 공이 그린을 넘어갈 때 어쩔 줄 몰라한다. 깔끔한 샷을 해낼 때의 느낌을 즐기지 못한다. 그저 씁쓰레한 기분이다. 특별히 멋진 샷을 해냈지만, 결과에 초점을 맞춘 까닭에 깔끔한 샷을 해냈다는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한다. 게다가 샷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앙금은 다음 샷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당신 몸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멋진 샷을 해냈다는 느낌에 초점을 맞춰라.
부정성의 근원
사람들이 부정성에 물드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일단 무엇보다도 정신 건강이 취약한 경우 부정적이 되기 쉽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늘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들이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그들은 부정적 상황을 되새기는 불필요한 습관에 너무 강하게 매여 있어서 반복적으로 '이미 끝나버린' 부정적 경험을 무한 반복 재생하면서 부정성을 더욱 견고히 한다. 그것도 타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말이다.
부정성의 근원은 개인별로 모두 다를 것이다. 자신의 부정성이 무엇에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는지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정성 때문에 가끔 애를 먹고 있다. 비교적 매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위하여 의식적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감정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간혹 드러나곤 한다. 내게 있어서 부정적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은 대부분 어떤 일이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을 때이다. 그때 아쉬움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나의 선택과 내가 한 일들에 대하여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독백을 내 뱉으면서 일순간 부정적 감정에 휘말린다. 또 실패했다는 생각이 휘몰아치면서 그 순간 나의 감정에서 독이 묻은 가시가 돋아난다. 흥분으로 심박이 뛰고 기분은 나빠진다. 이런 기분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필요한 에너지까지 갉아 먹는다. 즉 실망감과 패배감을 주면서 나의 의욕을 빼앗아간다.
결국 내게 있어서 부정성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반복된 실패의 경험과 나의 높은 기대, 즉 욕심이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기대가 높지 않고, 욕망이 낮거나 적절했다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단지 다시 시도하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애초에 욕망이 너무 강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경우에도 큰 좌절을 하지 않을 것이고, 부정적 감정에 크게 휘말리지도 않을 것이다.
내게 존재하는 부정성은 이렇게 욕망과 욕심이 그 근원으로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나의 경우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이유로 부정성으로부터 곤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과연 나의 부정성의 근원은 무엇일지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큰 정신적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판단을 해보기 위하여 심리상담이나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은 좀 과할 것 같다. 단지 자신의 내면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세 번 정도만 해 보면 어떨까? 생각외로 대략적인 파악은 가능하다. 물론 자신에게 던지는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 정말 솔직하게 답을 해야 한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지 한 번 해 볼 것을 권한다.
긍정성 연습
우리는 의식적으로 긍정성을 연습할 수 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어떤 일이든지 최악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불안과 걱정을 털어버리고 긍정적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은 그리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인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업무상 중대한 실수를 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그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은 '불명예 해고'이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중대한 '실수'가 원인이지 '고의'가 원인은 아니다. 만약 '고의'로 일을 저질렀다면 '해고'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당연히 수용해야 할 책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직한 보통 사람들이 겪을 가능성은 없다.
이런 중대한 '실수'에 따른 문제는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그에 대하여 해당 사원은 인사 고과를 낮게 받던지, 진급이 1년 정도 누락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좋지 않은 인사 고과와 진급 누락이 향후 직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회복 불능도 아니지 않을까? 향후 성과를 내서 고과는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실수'를 하지 않아도 진급 대상의 절반 정도는 매년 진급에서 누락된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진급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간단한 사례이긴 하지만, 아무튼 직장인이 겪을 수 있는 비교적 최악의 상황이래봐야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충하라는 의미는 아님은 물론 잘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요점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그 문제를 잘 해부해 보면 실제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게 되고,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부정성을 최소화 하고 긍정성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골프 이야기로 돌아가서 얼마전에 몇 년만에 스크린 골프를 친 이야기를 짧게 하려고 한다. 스크린 골프는 워낙 대중적이어서 지금은 수백만의 인구가 즐기고 있다. 골퍼라면 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몇 가지 이유로 거의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잘 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거의 없이 그냥 백돌이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에 몇 번 연습 드라이버 샷을 쳤는데 의외로 공은 똑바로 날아갔다. 거리는 짧았지만 매우 정확한 방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샷들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뇌리에 남았고, 그 샷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18홀 내내 내가 긍정적 생각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경기 전에 겪은 '성공 경험'은 내게 강력한 긍정성을 부여했고, 백돌이만 면하면 된다는 '낮은 욕망 수준'은 부정적 생각을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멀리건도 없이 82타를 기록하면서 내 수준에서는 매우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다. 몇 년 전에 했을 때도 85타 전후였는데 적긴 하지만 오히려 더 낮은 스코어를 낸 것이니 말이다. 물론 동반자가 너무 편하고 좋은 사람이었던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동반자는 골프게임에서나 회사에서나 좋은 성과를 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18홀 내내 많은 기억이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좋은 상황이 하나 있었다. 연습 부족으로 전반적으로 거리가 1~2클럽 정도 줄은 상태라서 126m가 남았을 때 8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너무 잘 맞아서 147m가 날아간 것이다. 실제 잔디였다면 잔디 저항을 고려할 때 137~140m 정도가 날아간 것이고, 이 거리는 내가 8번 아이언으로 10년전에 보내던 거리다. 무엇엔가 홀렸는지 이 날은 꽤 많은 좋은 샷이 나와서 마치 내가 10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좋은 샷들도 많았는데 유독 그 8번 아이언 샷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높은 탄도로 쏘아 올려서 그린에 공을 내리 꽂는 그 모습을 머리 속으로 아무리 반복 재생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물론 실제 샷의 결과는 핀을 20미터 이상 넘게 쳐서 어프로치를 해야만 했지만, 중요한 것은 8번 아이언으로 완벽한 샷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셉 패런트가 말한 '깔끔한 샷을 해 낼 때의 느낌'을 즐긴 것이다. 같은 느낌으로 다음엔 거리를 일부 고려하여 아이언을 바꿔 잡아서 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그렇게 했고 매우 정확한 거리를 보내서 파를 잡아 내곤했다. 비록 스크린 골프였지만 '깔끔한 샷을 해 낼 때의 느낌'을 오래 간만에 갖게되어 아직도 기분이 좋다. 그날의 스크린 골프는 나의 긍정성을 두 단계 정도 올려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