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8. 학대 받으면서 골프를 칠 이유가 있을까? (p229 ~ p231)
우리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편이다. 행위의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한다. 얼마나 멋진 샷을 하고, 어떤 성적으로 홀을 끝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의 실수는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친구에게 '괜찮아,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야'라고 쉽게 말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편이다.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는 데 지독히도 인색한 편이다. 고약한 캐디가 옆에 붙어 있는 것처럼 우리는 라운드 내내 자신을 학대한다.
자신이 아무리 서툴다 하더라도 혼내고 모욕까지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엉뚱한 샷을 했다고 해서 학대 받으면서까지 골프를 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자기 존중과 자기합리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알카포네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미국 시카고의 마피아 조직의 두목이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불과 48의 나이로 매독과 뇌출혈로 사망했는데, 아마도 많은 영화를 통하여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누가 봐도 조직 폭력배이고 범죄자였고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카포네는 자신을 범죄나 저지르는 악인이 아니라 관대한 자선사업가로 진심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돈을 벌었든지간에 실제로 빈민층을 돕긴했으니 자선사업을 한 것이 맞긴하지만 그래도 그를 자선사업가라고 이해하는 대중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희대의 악인마저도 자신을 합리화하고 심지어 꽤 존중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책에서 데일 카네기는 역시 많은 살인을 저지른 크로울리라는 경찰 살해범이야기를 통하여 그 또한 '그 누구도 해치고 싶어하지 않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겼다고 전하고 있다. 카네기는 이들의 사례를 통하여 다양한 인간 군상의 원초적 심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철저하게 합리화하고 변호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그 행위에 완벽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존재가 바로 평범한 인간이며, 다시 말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범죄자들마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는 오죽 하겠는가? 평범한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상식과 판단에 따라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갈 뿐이다. 그 과정속에서 대화의 기회가 생기고 거기에서 논쟁이 발생하고 오해가 싹튼다. 그리고 대부분은 논쟁에서 지기 싫어하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다.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설사 자신이 약간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합리화할 방안을 강구한다. 이게 평범한 인간들의 심리이다.
** 알 카포네는 스카페이스라고도 불렸다. 그의 삶에 대한 영화인 스카페이스 - Scarface - 는 여러번 영화화되었는데 1923년에 처음으로 영화화되었을 때 알 카포네는 감사의 선물로 감독에게 미니어처 기관총을 선물했다고 한다.
자신과의 대화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논쟁의 상대가 있을 경우엔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면서 최대한 합리화를 추구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바로 자기 자신일 경우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 알 카포네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범죄 행위를 통하여 부를 일구지 못한 점에 대하여 스스로는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걸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스포츠 중에서 대표적으로 자기 자신을 심판으로 두고 경기를 이어가는 골프의 경우 대화의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상대를 도발할 수도 없는 것이고, 나의 플레이에 대하여 심판이 어떤 판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가 내 경기를 이어가야한다. 끊임없이 자기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말이다. 스포츠 중에서 자신과의 대화가 가장 많이 필요한 스포츠는 골프가 아닐까 한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독백이 시작된다. 오늘은 몇 타를 쳐야지(낮은 점수를 낼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감정인 불안감이 내제되어 있다), 오늘은 절대로 OB나 트리플보기 이상을 기록하는 바보같은 짓은하지 말아야지 등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경기가 진행되는 최소한 4시간 동안 내내 속으로 혹은 혼잣말로 독백을 하게 되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바로 자신과의 대화인 독백의 대부분은 자기 비하, 자기 비판, 후회, 질책, 낙담 혹은 불안감의 표현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 '악!', '아 참나...', '에잇 또...', '아 정말...', '이런' 등이 아닐까? 물론 굳샷과 나이스샷도 들리지만,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소리는 대부분 탄식과 후회 그리고 아쉬움과 자기 비하를 의미하는 소리가 대부분일 것 같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최대한 그런 종류의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그 다음 샷을 좋게 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부정성은 최소한 골프에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부정적 독백은 자신에게 스스로 처벌을 가하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동반자와의 시간 그리고 자연을 즐기기 위하여 라운드를 하면서 굳이 그 시간을 부정적 독백으로 채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조셉 패런트가 말한 것처럼 골프를 치러 왔지 자신을 학대하러 멋진 곳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온 것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겠다. 바로 이렇게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긍정성에 눈을 돌릴 때에야 비로서 다음 샷이 긍정적 결과를 낼 가능성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