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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Jun 17. 2024

나의 '젠골프' 읽기 (2부:반응) 10/18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10. 몸과 정신은 상호 작용한다 (p234 ~ p236)


 골퍼들이 마지막 홀의 페어웨이를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승자와 패자를 어렵잖게 구분할 수 있다. 패자는 발을 질질 끌고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보고 걸으며 무엇이라 계속 웅얼거리기도 한다. 한편 승자의 발걸음 경쾌하다. 허리를 쭉 펴고 의기양양하게 걷는다. 고개를 세우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며 걷는다. 때로는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샷을 실패했을 때, 최고의 골퍼도 때로는 엉뚱한 샷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최고의 골퍼도 연거푸 샷을 실패할 때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한 샷을 머릿속에서 지워 내고 다음 샷에 초점을 맞춰라. 비슷한 상황에서 아주 멋지게 샷을 했던 과거의 순간을 떠올려라. 그때의 기억이 당신 몸에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이고, 몸은 당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멋진 샷을 해낼 것이다. 


 정신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몸도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땅을 쳐다보며 침울한 모습으로 걸을 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그런 자세를 취한다는 메시지를 정신에 전달하며 확인해 준다. 그때 더 의기소침해지고, 그에 따라 몸은 더욱더 맥이 빠진다. 샷의 결과가 좋은 나쁘든 간에, 다음 샷을 위해 걸어갈 때 허리와 어깨를 쭉 펴고 걸어라. 고개를 높이 들고 저 멀리 지평선을 보라. 하늘을 수놓은 구름을 보라. 시선을 멀리에 두고 드넓은 공간을 느껴 보라.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릴 때 과거의 아픈 기억을 쉽게 떨쳐 내고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기분을 지켜 갈 때 당신은 최상의 정신 상태로 다음 샷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mens sana in corpore sano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인 아식스(ASICS)를 알 것이다. ASICS는 anima sana in corpore sano, 즉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라틴어의 두문자어다. anima는 영혼을 뜻한다. Animation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나왔다. 모두가 상식으로 알고 있듯이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게 한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corpore는 '몸'의 의미를 갖는 어근 corpus에서 나왔다. Corporation 역시 이 라틴어에서 나왔다. sana와 sano는 건강하다는 형용사이다. 어근은 sanus이다. 위생을 뜻하는 sanitation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나왔다. 이렇게 ASICS의 의미를 파해쳐 보면 과연 스포츠 브랜드가 쓸만한 표현이다. 


 실제로 라틴어 속담은 mens sana in corpore sano라고 한다. 의미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아식스는 mens 라는 단어는 anima로 바꿔서 스포츠의 활동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mens는 정신 혹은 이성의 의미를 갖는다. '정신 차리고 스포츠를 하라' 보다는 '생동감있게 스포츠를 하라'는 뉘앙스를 주는 것이 좀 더 어울리기 때문에 mens를 anima로 바꿨을 것이라는 추측이 된다. mens 가 들어간 친숙한 단어는 mental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mentor도 있다. mentor는 타인의 성장과 발전을 주로 정신적으로 도와주는 조언자나 상담자를 뜻한다. mens 라는 어근이 제대로 사용된 단어다. 


 서양의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도 'A healty mind in a healty body'라는 말을 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동양에서도 심신일여(心身一如), 즉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말이 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몸과 마음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이와같이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고 그 역도 성립을 하게 된다. 물론 몸이 건강하지 못해도 엄청난 정신력과 노력 그리고 재능으로 성공을 할 수는 있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가 떠오른다. 그는 온 몸이 마비되어 구겨진 몸 상태로 평생을 살면서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냈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쓴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최근 복잡한 불륜 문제로 평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아무튼 신체적으로 최악의 불구 상태에서도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고 교사 그리고 도쿄도 교육위원까지 하는 등 사회적으로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들의 예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고, 보통 사람들은 몸이 성하지 않으면 거의 자동으로 마음까지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배탈만 나도 온갓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당장 죽을 것처럼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몸의 건강은 보통 사람의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부정성도 희석된다


 농축되어 있는 것은 다른 것을 첨가함으로써 희석될 수 있다. 진한 커피를 얼음으로 희석하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다양한 액기스들은 물로 희석하여 마시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높은 농도에서 오는 일종의 충격을 감소시켜서 용이하게 음용하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희석된다. 앞서 언급한 농축액같은 물질은 당연히 희석이 된다. 그리고 감정도 희석된다. 따라서 부정성도 희석되고 긍정성도 희석된다. 


 깊은 슬픔에 차있는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그 사람의 슬픔을 일정 부분 감소시킬 수가 있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희석되는 것이다. 긍정성은 굳이 희석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통 의식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상황이나 감정상태를 희석시키려는 노력은 할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긍정성이 희석되는 것은 대부분 원하지 않는 부정성이 내면에서 차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일이 너무 잘 풀려가면 '호사다마'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떠오르면서 불안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좋았던 기분은 약간 안정이 되면서 가라앉게 된다. 긍정성이 일부 희석된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부정성도 희석시킬 수 있다. 이 글에서 조셉 패런트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샷을 위해 걸어갈 때 허리와 어깨를 쭉 펴고 걸어라. 고개를 높이 들고 저 멀리 지평선을 보라. 하늘을 수놓은 구름을 보라. 시선을 멀리에 두고 드넓은 공간을 느껴 보라.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릴 때 과거의 아픈 기억을 쉽게 떨쳐 내고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부정성의 희석이다. 


 희석되는 방식은 감각의 분산이다. 다양한 것으로 감각을 분산시키면 부정성에 더 깊이 물들 가능성이 줄어든다. 당연한 결과다. 감각을 분산하면 내가 생각하고, 보고, 몸으로 느끼는 대상이 다변화 될 수 밖에 없다. 부정성도 그 대상 중에 하나일 뿐이다. 감각의 분산 혹은 확장을 통하여 긍정적 대상의 비중을 늘이면 부정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컵에 담긴 흙탕물을 좀 더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맑은 시냇물에 그 흙탕물을 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나의 정신이라는 '큰 그림' 속에 부정성은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나머지는 다른 정신적 상태로 채울 수 있게 된다. 나머지 공간을 긍정적인 상태나 이미지로 채우면 부정성의 영향은 감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잘 알겠지만, 치과 의사가 괜히 아이에게 사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감각을 분산하여 이치료에 대하여 아이가 갖고 있는 부정성(두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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