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15. 인내의 열매는 달다 (p249 ~ p252)
골퍼들은 모든 비결을 알고 싶어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하지만 골프에는 지름길도 없고 비결도 없다. 삶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것을 습득하지 않는다면 비결이란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올바른 원칙을 반복 훈련해서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승화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비결은 없다. 목적의식을 갖고 연습하라. 계획을 세워 연습하라. 그리고 끈기 있게 연습하라.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다면 끈기 있게 연습하라. 그래야 자신감이 생긴다. 그런 자신감을 갖고 필드에 나가라. 당신 스윙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끈기 있게 연습하라. 그리고 당신 스윙을 믿고 클럽을 자신 있게 휘둘러라.
무엇인가를 연습하는 동안 필드에 나간다면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더라도 연습하는 것을 믿고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하다. 많은 아마추어가 스윙 레슨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결과에 대한 조급증 때문이다.
스윙 교정을 받는 동안 대부분의 골퍼는 한동안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다. 새로운 스윙을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스윙하는 방법에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평소 성적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는 시련의 시기를 이겨 내야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골퍼가 중도에 포기하고 원래의 스윙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때 그들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 ('평소보다 나쁜 결과'에서 '평소의 결과'로)를 경험하면서, 원래의 스윙이 그들에게 더 적합한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레슨에서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했다는 불평도 뒤따른다. 하지만 그것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간 것일 뿐이다. 형편없는 결과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하면서 새로운 스윙을 꾸준히 연습했더라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그들은 원래의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진정한 개선 효과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한 분야에서 예외적으로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보통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사람은 배우는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라 그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배움에 지름길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덕분에 별로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정보 흡수력 등 타고난 능력을 통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있더라도 극히 드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다.
어떤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이 자주 하는 말 중에서 '많이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운이 좋았을 뿐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이것은 '겸손한' 그 사람의 관점에서 '많이 준비하지 않은 것'일 뿐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엄청난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거의 100% 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 분야에서 보통 사람과 비교하여 월등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인 경우 밖에는 없었다.
내가 직장에서 경험한 극소수의 탁월한 능력자들의 경우도 정확히 그랬다. 일단 놀라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당연히 팀원의 지원을 받는 부분도 있겠지만) 보통의 직장인과 비교하여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얻게 된다. Input이 없이는 Output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인데 이것은 성과 창출에 있어서도 정확히 적용된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지름길은 없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능력자 혹은 천재는 노력 없이는 탄생하지 않는다. 그 노력은 꾸준함이기도 하다. 에디슨의 명언으로 유명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노력의 행위를 지속한 끝에 '유레카의 순간'이 별안간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천재는 어떤 행위나 사고를 유별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보통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걷기에 성공하라
갓난 아기가 일어서서 걸음마를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2,000번 정도는 넘어져야 한다. 뒤뚱거리면서 불안하게 걷기 위해서 2,000번이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걷기 위해서는 약 3,000번 정도는 넘어져야 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20번 정도 넘어진다고 가정하면 150일 정도인 5개월 동안 시도해야 비로서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걷기' 라는 기본적 행위의 습득을 위한 비결은 없다. 걷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시도하여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하는 것 뿐이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접한지 시간이 꽤 흘렀어도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서 헤매이고 있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 걷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기도 걷기 위하여 5개월을 투자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은 5개월간 자신만의 견고한 스윙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였을까? 물론 프로들이라면 보통의 아마추어들과 연습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 하겠다. 아마도 초보적인 수준의 보통 사람들의 경우 5개월간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30분이라도 연습을 한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다. 나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잘해야 일주일에 한 두번이지 않을까?
하이 핸디캡 골퍼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걷지도 못하면서 뛰려고 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의 걷기는 '공을 하늘로 띄워서 똑바로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하이 핸디캡 골퍼는 공을 똑바로 보내는 것에 성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직 제대로 걸을 줄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드를 시도하고 드로우 볼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시도는 걷지도 못하면서 200미터 허들 경기에 나가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과는 허들에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질 뿐이다.
다양한 정보를 알려 주고 있는 조셉 패런트의 '젠골프'도 역시 지름길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대한 설명, 즉 올바른 걷기 방법을 반복하여 알려 주는 것이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좀 지루하긴 한다. 그래서 그의 책을 꾸준히 복독하면서 머리와 가슴에 새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몸과 마음으로 구현하면서 골프를 즐기게 되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지루하게 동일한 어떤 행위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하는 것은 정말 천재적인 노력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천재는 드물다.
'연습 할 수록 운이 좋아진다.' 남아프리카 공아국의 전설적 골퍼인 게리 플레이어가 한 말이다. 검정색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다른 선수에 비하여 체격이 작기 때문에 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지속해서 결국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피트니스, 식이요법, 요가 등을 통하여 체력적인 면에서나 멘탈적인 측면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결과 생에 총 160승을 만들어 냈다.
그와 같은 명인의 반열에 오른다는 되지도 않을 꿈을 꾸기 보다는 아래 사진과 같이 누가 봐도 노인인 분이 체력적인 면에서 얼마나 기초가 탄탄하지를 보기만 해도 어떤 영감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꾸준함이 만들어낸 놀라운 장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걷기'와 비교하면 35년생인 게리 플레이어의 아래 모습은 뛰는 것을 넘어서 '공중부양' 정도로 보인다.
(2024년 마스터즈에 참석한 명인들. 오늘쪽 부터 게리 플레이어, 톰 왓슨, 잭 니클라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