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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Jun 28. 2024

나의 '젠골프' 읽기 (3부:명예로운 게임)

3. 골프는 품위를 요구하는 스포츠다. (p271 ~ p272)


 '제가 어디에 있든지 올바르게 처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제 태도와 행동이 언제나 방정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것입니다.' 스승이 대답했다. '아주 간단하고 짤막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렇게 해보거라. 어떤 경우에나 다섯 살배기 자식이 너를 지켜본다고 생각하며 처신하거라.'


 골프는 에티켓에 대한 설명으로 규칙이 시작되는 유일한 스포츠다. 따라서 필드에서 행동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친 후에야 게임의 규칙을 가르친다. 게다가 규칙 위반한 것을 자신 이외에 아무도 모를 때도 스스로 벌점을 부과하는 스포츠가 있는가? 골프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해야 생계가 보장되지만 프로 골퍼들은 경쟁자인 다른 골퍼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에도 골퍼들은 서로 도와 가며 잃어버린 공을 찾는다. 


 상호 존중과 신뢰가 진정한 친교라 할 수 있다. 자신과 진정한 친구가 될 때,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마음속에 키워 갈 수 있다. 또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질 때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언젠가 레이 플로이드는 골퍼로서의 품위에 대해 완벽하게 정의를 내렸다. 그가 후배로부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레이 플로이드는 기록 보유자였고 위대한 챔피언이었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처음 필드에 나가서 '아들아, 필드에서는 네가 언제나 신사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레이 플로이드처럼 말이다.'라고 말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나는 그런 신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레이몬드 플로이드 (Raymond Floyd)


 레이몬드 플로이드는 PGA와 시니어 투어에서 통산 66승을 거둔 가장 위대한 골퍼 중의 한 명이다. 1942년 생으로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꾸준히 활동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도 4회나 우승했다. 게임을 전략적으로 풀어 나가는 필드의 전략가로 불리는 그는 '60 yards in' 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자타공인 칩핑의 달인인 그가 쓴 책의 제목으로 '60 yards in'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는 66승을 거둔 엄청난 승부사였고 필드의 전략가였지만 무엇보다도 골퍼의 품위에 대하여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고 싶었던 모습이 '위대한 골퍼가 아닌 품위있는 신사'였다는 점이 그의 생각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글에서 언급되었듯이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처음 필드에 나가서 '아들아, 필드에서는 네가 언제나 신사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레이 플로이드처럼 말이다.'라고 자신이 언급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그의 답변 자체에서부터 높은 품위가 풍겨나온다.   




심판없는 스포츠


 볼링과 마라톤도 심판은 없다. 골프만 심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볼링과 마라톤은 숨길 것이 거의 없는 스포츠다. 볼링은 노출된 공간에서 계속 핀을 처리해야 하며 마라톤 역시 많은 사람들과 공도에서 42.195km를 달리며 실격이 될 만한 행위를 할 경우 즉시 노출되어 나중에 기록이 인정되지 않게 된다. 


 골프 역시 대부분 동반자와 갤러리에게 노출된 열린 공간에서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드넓은 페어웨이라면 늘 노출이 되겠지만 러프나 숲속으로 공이 들어갈 경우 얼마든지 라이 개선을 남몰래 할 수 있다. 물론 심판이 없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정직해야 명예롭고 품위있는 골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런 행위를 보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안다면 그런 행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자신은 결코 속일 수 없다.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사실 좀 느슨하게 룰을 적용하기도 하고 동반자끼리 합의하여 유연한 룰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하지 않는 한에서는 우리 나라의 골프장 환경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실 실력이 고만 고만한 아마추어들끼리 PGA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경기는 지연될 밖에 없다. 비용을 지불하고 플레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룰을 적용하면서 정당하게 경기를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경우 너무 많이 시간이 걸리게 되어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있다. 이런 한계를 핑계로 아마추어들은 상당히 느슨한 룰을 적용하여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동반자들은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그날의 룰에 대한 합의를 한다. 우리 나라만의 특징인 것 같다. 우리는 고스톱을 칠 때도 어떤 룰을 적용할지 합의를 해야 게임이 시작된다. 지역에 따라서 로컬 룰에 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전 협의가 없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골프의 경우도 역시 라운드 전에 그날 적용할 룰에 대한 합의를 하곤 한다. 


 가장 애매한 부분 중의 하나는 디봇 자국에 들어간 볼에 대한 적용 방법이다. 룰 대로라면 당연히 플레이중인 공은 접촉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치는 것이 맞다. TV에서 진행되는 프로들의 골프 경기를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마추어의 경우는 디봇 자국에 들어간 볼은 빼 놓고 치는 경우가 많다. 로컬 룰에 명기된 경우도 있고 동반자들끼리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르지만, 경기의 공정성을 위하여 적어도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이 디봇에 들어갔을 때에는 홀과 가깝지 않은 곳에 리플레이스하고 치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특히 우리 나라 골프장의 경우 페어웨이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공이 디봇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안그래도 공을 정확하게 쳐내지 못해서 경기 진행도 어렵고 실력도 늘지 않는데 디봇에 들어간 공을 그대로 칠 경우 성공적인 샷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룰은 몰라도 페어웨이 디봇 자국에 들어간 공은 홀과 가깝지 않은 곳으로 리플레이스해서 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정도는 골프 에티켓에 벗어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물론 동반자들과의 합의는 경기 전에 반드시 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와같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유연한 룰의 적용을 통해서 무리한 샷을 피하고 경기 진행도 원활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빈번한 셀프 멀리건'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멀리건 만큼 불공정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셀프 멀리건일 경우라도 대부분 동반자의 양해를 구한 후에 진행한다. 그런데 샷을 망친 후에 그런 부탁을 하면 들어주지 않기가 어렵다.


 '빈번한' 이라는 말을 앞에 달았듯이 한 번 정도는 몰라도 2번 혹은 3번의 멀리건을 요구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기 진행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다면 경기 보조원의 동의하에 수용을 하기는 하지만 동반자들의 경기 흐름이 끊길 수도 있고 또 같은 홀에서 실수를 해서 이미 OB를 낸 동반자가 있다면 그는 불공정하게 그 홀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완전히 비기너가 아니라면 멀리건은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떤 사람으로 후배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까?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후배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가? 이 점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레이몬드 플로이드처럼 '후배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답을 하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욕심이긴 한데 나는 '리더로써 후배들을 육성하고 보호하는데 노력했고 진정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라고 기억되고 싶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극찬이다. 내가 이렇게 기억된다면 그들과 진정으로 명예롭고 품위있는 시간을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정말 잘했고 다방면에 능력이 출중했고 잘 놀면서 열심히 일도하는 멋진 리더 혹은 선배라는 평가도 물론 멋지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제나 책임지는 리더로써 그들의 기억에 남고 싶었다. 사실 책임을 지는 리더를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말로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결국 그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떠 넘기는 '리더'가 아닌 '보스' 형태의 관리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자신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서 교묘하게 책임은 전가하고 공은 가로채는 사람 말이다. 나도 지극히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어떨 때는 미꾸라지 같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는 리더 그리고 후배들을 키워주는 리더로서 그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램은 과한 욕심이긴 하다.  


 아마도 나에 대한 후배들의 인상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일 것이다. '무책임하고 수동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사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고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라는 부정적인 기억이 박힌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평가는 상상과 추정만으로도 불쾌함과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후배라도 만약 그렇게 느꼈다면 나는 적어도 그 후배에게는 그런 사람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극소수일지라도 일부는 나의 바램과 비슷하게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비록 매번 그런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겠지만 늘 책임지는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이 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기를 희망해 본다. 아무튼 골프에서나 직장에서나 명예로운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사람은 게임을 제대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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