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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Jun 29. 2024

나의 '젠골프' 읽기 (3부:명예로운 게임) - 최종회

4. 너그러움과 향상심 그리고 대담함을 가져라 (p273 ~ p274)


 골프는 우리에게 예절 바른 너그러움, 배우고자 하는 향상심 그리고 두려움 없는 대담함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예절 바른 온유함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뜻한다. 골프에서나 삶에서 신사답게, 숙녀답게 행동한다면 그 자체로 즐겁지 않겠는가!


 큰 가슴을 가질 때,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크게 열 때 배우려는 의욕이 샘솟는다. 실망스런 결과라도 흥미롭게 받아들일 때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안목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목적의식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자각은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젠골프]는 골프라는 게임 그리고 삶이라는 게임에 다가가는 당신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각의 눈을 뜨고 당신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데 이 책이 도움을 주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이 책이 당신 안에 잠재되어 있던 장점을 일깨워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이 필드나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필드의 신사


 그 동안 많은 동반자와 골프를 즐겨왔지만 진정 '신사'로 불려질 수 있는 골퍼는 매우 드물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동반자가 형편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나와 비슷한 수준의 평범한 사람들이 동반자의 대부분이었다는 말이다. 평범한 골퍼들은 감정적으로 자주 동요하고 간혹 룰을 위반하고 경기를 포기하고 성의없는 경기를 하기도 한다. 그들중 일부는 과도하게 흥분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한민국 535만 골퍼들의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고 나 역시 그들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535만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골퍼'들은 아무래도 룰에 익숙하지 않고 에티켓에 대하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하이 핸티캡 골퍼이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평범한 골퍼의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은 높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2022년도에 한 기자가 캐디 9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싱글 골퍼는 0% 수준(0.1% 이하라는 의미로 추정), 80타를 치는 골퍼는 0.6%, 90타 수준은 49.8%, 100타 이상은 49.6%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99.4%의 아마추어골퍼는 지극히 평범한 골퍼에 속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율이 낮긴 한데 그렇다면 주변을 둘러보고 정말 싱글을 치는 골퍼가 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쉽지 않다면 위 통계는 당신에서 좀 더 신뢰를 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내 주위를 둘러본 후에 이 통계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신사'에 대한 경험도 있지만 내가 겪었던 최악의 비신사적 골퍼에 대한 경험은 비교적 골프를 배운 초기의 일이었다. 타 부서의 상사였던 그는 그보다 몇 년 후배(그 역시 그와는 부서가 다르다)였던 동반자의 드라이버가 탐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 후배가 쓰던 드라이버는 지금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국산 랭스필드 골프의 '알바'라는 이름의 드라이버였다. 얼마전에 해드가 깨져서 A/S를 받아 완전히 새제품이된 상태였다. 그는 '한 번 쳐보자'라고 허락을 구한 뒤에 그의 채로 티 샷을 했는데, 실력이 형편 없었던 그는 연습 스윙에서 뒷땅을 크게 치면서 불꽃을 튀기게 하더니 실제 스윙에서는 더 큰 뒷땅을 치며 전보다 더 큰 불꽃을 튀기게 했다. 후배의 새 드라이버 바닥은 완전히 긁혀서 형편없이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더 큰 충격은 드라이버를 돌려 주면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티 샷을 망친 것이 기분이 상해서 혼잣말로 욕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그날의 라운드는 그 이후 엉망이 되었고 '타 부서의 선배'는 그후 단 한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지금도 그의 뒷 땅 스윙과 랩처럼 휘몰아쳤던 '욕설'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내가 겪은 '신사'에 대한 경험도 물론 있다. 그는 80대 후반을 꾸준히 기록하는 비교적 아마추어로서는 좋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평범한 골퍼들이 휘둘리는 감정'의 반대 모습을 보여줬다. 다시 말하면 그는 감정적으로 거의 동요가 없었고, 전혀 룰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경기를 포기하거나 성의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에티켓 측면에서도 언제나 완벽했다. 동반자에 대하여는 할 수 있는 모든 배려와 이해를 하고자 노력했음은 물론이다. 그와는 일년에 2번 정도 라운드를 했는데 그와 라운드가 있는 날은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정말 다정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정말 '신사'였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다른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골프 말고 일도 잘했다. 성품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보다 몇 년 후배이지만 실제로 나는 그를 모든 면에서 존경하며 꽤 오랜 기간 동안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나또한 그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필드의 신사'를 만나기 훨씬 전인 초보 시절에는 '평범한 골퍼들이 겪는 감정적 특성'을 나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었는데 세월이 가고 다양한 사람을 겪으면서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또 다행스럽게도 [젠골프]와 같은 좋은 책을 자주 접하면서 나의 감정적 통제력은 증가하게 되었다. 즉 정신적인 진전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나는 느리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더 멘탈이 견고해지는 아마추가 골퍼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완벽하게 [젠골프]를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욕심장이일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이 글에서 묘사된 [젠골퍼]에 근접한 골퍼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골프를 즐기는 동안 더 좋은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동시에 한 인간으로써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젠골프]를 반복하여 읽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고, 주변에서 '필드의 신사'를 구별해 낸 후에 그를 따라하는 것은 좀 더 쉬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는 글


 총 274페이지에 걸친 '나의 젠골프 읽기'가 끝났다. 2005년 11월 9일에 이 책을 구입하여 2024년 현재까지 약 20년동안 보고 또 봐온 책을 이번에 세심하게 다시 읽었다. 68개의 짧은 글을 통하여 골프와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듯이 구성되었기 때문에 책은 골프를 가르치려는 책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느낌도 들었고 어떨 때는 인자한 선생님이 우화를 곁들여서 써내려간 기초적인 자기개발서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나의 다시 읽기를 마무리하는 나가는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가장 진하게 남은 여운을 짧은 단어로 표현하자면 '평정심' 혹은 '내려 놓기' 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골프를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이나 기초적인 실력이 있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스윙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평정심이고 내려 놓기고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골프는 멘탈이 가장 중요시 되는 게임이다. 어쩌면 조셉 패런트는 내내 멘탈에 대하여 반복해서 이야기를 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기술적인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미미하고 모든 지면은 거의 정신과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책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슷한 내용이 책이 마무리될 때까지 끝없이 반복된다.  


 특히 [젠골프]라는 제목과 같이 불교의 선(禪)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가르침을 골프에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풀어 냈기 때문에 모든 글들은 골프는 물론이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골프도 신사처럼 치고 삶도 신사 처럼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을 사는 멋진 골퍼일 것이다. 많은 하이 핸디캡 골퍼들이 가히 롤모델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몇 번째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번의 '다시 읽기'는 아마도 6~7번째는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많은 반복 학습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나의 다시 읽기가 끝났지만, 아마도 조만간 다시 '다시 읽기'를 할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내가 아직 '필드의 신사'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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