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작가의 선택

짧은 글 7

by Eaglecs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혹독한 가정 상황 그리고 거기에 부모의 폭력까지 가미된 환경에서 자랐지만 굳굳하게 그 어려운 시간을 극복해 내고 보란듯이 잘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면 성인이 된 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면서 원만한 가정을 이루고 살기만해도 가히 성공적인 삶을 이루어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니 가정을 이루지 않아도 상관없다.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기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로만 이루어졌다면 바로 그곳이 천국일 것이니까 말이다.


반면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폭력과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라서 결국 범죄자나 낙오자가 되어 버린다거나 혹은 뒤늦은 나이에 후회를 하고 잘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너무도 귀한 시간을 다 허비해 버려서 이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양한 고통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고통 그리고 잦은 폭력과 범죄 행위에 따르는 신체적 고통이 그들이 겪는 고통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정을 이루었을 경우엔 그 가정 역시 또 다른 고통의 산실이 되곤 하는 슬픈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처지인 사람은 자신이 자라온 가정 환경을 탓하곤 하겠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의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인생은 전혀 다른 경로를 걷게 되는 위와 같은 상황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여러 매체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영되고 있지 않은가.


반면, 몇 년 전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곽지연 작가(작년에 책을 출판했으니 이젠 작가님이다)의 경우는 그래서 더더욱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기사가 나오니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권한다. 아무튼 곽작가는 전형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집은 가난했고 부모는 무능했으며 특히 아버지는 무능에 폭력성까지 겸비한 거의 최악이었다. 그가 그렇게 '최악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어떤 성장 배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곽작가의 시선과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이런 환경이었기에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겨우 경제 활동을 하여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리고 그런 고통스럽고 진절머리나는 환경을 견디지 못한 곽작가의 유일한 자매인 언니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어린 학생에 불과했던 곽작가가 당시 어떤 상황에 처했었을지 조금은 짐작이 될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 곽작가 또한 불행한 선택을 수 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내린 결정은 이왕 이렇게 처한 것 '죽기로 살아보자'였다. 그 이후에도 수 년 간 그녀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공고를 졸업하고 취업하여 비록 최저 시급이었지만 경제 활동을 했다. 거기에 다양한 부업과 알바를 동시에 견뎌내면서 그런 현실을 벋어나기 위하여 그야말로 처절한 발버둥을 쳤고 그 결과 3년만인 불과 23세에 1억원을 모으는 성과를 냈고 그 이후 아파트 청약에도 당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6세가 된 지금은 3억 중반이 넘는 순자산을 모았고 그 여세를 몰아서 더욱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책까지 출판했으니 '성실'이라는 말도 그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듯 하다.


그녀의 지난한 성장 과정과 고통 극복의 순간 그리고 다양한 재태크 활동은 그녀의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처한 거의 최악의 환경에서 내린 그녀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집요하고 처절한 실행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례인 곽작가의 이야기는 간단히 소개하였지만 그 반대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성장한 사례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매일 수 없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듣기 싫을 만큼 자주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유사한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계란의 경우 약 37.5도~38도의 온도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주면 약 21일이 경화하면 예쁜 병아리가 부화한다. 비록 그 병아리는 대부분 식용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예쁜'이라고 말하기 미안하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계란을 적당히 따뜻한 온도에서 약 3주간 보관하면 어엿한 '생명체'로 변모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식재료(고기나 생선, 과일, 야채, 등)는 계란을 완전한 생명체로 승화시키는 따뜻한 온도에 방치하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썩어 버리고 만다. 똑 같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환경에서 결과물은 완전히 다른 것이 나오는 것이다.


통상 육류의 경우 실온(20도 ~ 40도)에 1~2시간 방치하면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이 급속히 번식하여 부패되고 만다. 따라서 시원한 곳에 반드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보관해야만 하는 것이다. 1~2시간 실온에 방치하면 부패가 시작되고 빠르면 1일 늦어도 3~4일이면 완전히 썩어 버리게 된다. 계란은 애초에 생명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계란과 육류(이미 죽어 있는 - 물론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들은 생명이기도 하다)를 똑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될 것이긴 한데, 여기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유사한 환경에서 어떤 것은 또 다른 아름답고 쓸모있는 생명으로 변모하고 또 어떤 것은 추하고 쓸모 없을 뿐만 아니라 유해한 물질로 변모한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생명이고 후자는 죽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런 관점이라면 유사한 환경에서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피어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계란과 병아리는 선(善)이고 썪은 음식은 악(惡)이라고 이름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유사한 환경에 처해있어도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유용하고 아름다운 생명으로 변모하는데는 3주가 걸리지만, 쓸모없고 유해한 폐기물로 변하는데는 잘 해야 3~4일이면 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고 타락하고 부패하고 망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늘 겪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성적을 올리려면 꽤 오랜 기간 공부해야만 한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그걸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근육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 개월 동안 식단을 조절하면서 규칙적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을 만들기가 어렵다.


반면 담배를 피우는 것(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결코 건강에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은 그냥 주머니에서 꺼내서 불만 붙이면 끝이다. 몇 초면 폐 속에 유해한 연기를 주입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즉시 혈류가 느려지면서 몽롱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알콜을 섭취하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사서 마시면 되는 매우 간단한 절차가 필요할 분이다. 역시 섭취 후 금방 몽롱해 진다.


담배는 흡연자의 폐를 망치고 체취를 역하게 하며(전자 담배는 좀 덜하긴 하지만 이 또한 취향 문제인듯하다. 나는 그것도 이젠 역하게 느낀다), 알콜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인체에 해를 끼친다. 이 외에도 매우 간단하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있을 것이다. 마약은 그중 최악이다. 과한 도박도 마찬가지이다.


앞에 언급한 몇 가지 사례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결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빠져든다. 나 또한 알콜에 몸이 꽤 절여져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안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줄이고는 있지만 역시 어렵다. 오랜 기간 몸에 베인 습관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음식에게나 계란에게서 처럼 사람에게도 환경은 참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이 우리의 궁극적 성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요소 중 하나의 요소'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결정적인 요소'는 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곽작가처럼 스스로 강해지고자 노력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더 나아가서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기 힘으로 자율적으로 삶을 살아 내면서 결국 자아를 실현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곽작가의 선택은 그래서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지금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면 곽작가의 경험을 공유해 보길 권한다. 궁즉통이라고 하던데 그녀가 그걸 이루어 낸 것 같다. 궁즉통. 뭐든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 극에 달할 정도로 나쁘면 결국 좋게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환경이 좋으면 좋을 수록 사람은 부패와 타락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기도 한다. 정확한 수치가 없긴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부(副)를 자신의 관리 능력 이상으로 얻게 될 경우 바람직하지 못한 길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느닷없이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불행해진 경우에 대하여 들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다른 당첨자는 관리를 잘 해서 부를 유지하고 자신도 지켰을 것으로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사람의 인성)도 물성과 비슷하여 따뜻하거나 더운 곳에 있으면 쉽게 부패하는 것 같다. 반대로 어려운 환경(차가운 곳)에 처하면 격하게 투지를 발휘할 수 있기도 하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너무 따뜻하고 편하면 잠시 거실 창을 열고 시원하게 환기를 해 보길 권한다. 마침 오래도록 지속된 극심했던 더위도 가고 선선해진 참이니 자신을 시원하고 차가운 곳에 두기 매우 적절한 시기가 된 듯하다.


나도 최근 새벽에 거실 문을 열고 시원한 공기로 환기를 시키곤 했는데 어쩌면 본능적으로 '부패하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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