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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젠골프' 읽기 (2부:준비) 9/15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8. '어쨌든 샷'은 금물이다. (p88 ~ p92)


'어쨌든 샷'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경우가 골프 카트를 사용할 때다. 카트에서 내려 공을 향해 간다. 그런데 클럽 선택이 잘못된 것을 그때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카트로 돌아가서 클럽을 바꾸는 것이 귀찮다. 그래서 '어쨌든 이 클럽으로 끝내야지'라고 생각해 버린다. 두 번째 유형은 '클럽의 선택'에 있다. 7번 아이언을 사용하기엔 조금 멀고 6번 아이언을 사용하기엔 짧은 거리라고 해 보자. 이때 분명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샷'이 될 수밖에 없다. 클럽, 라인, 샷의 궤적으로 이어지는 샷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샷을 한다면 '어쨌든 샷'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스윙을 위한 완전한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샷도 '어쨌든 샷'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샷을 한다. 준비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결국 '어쨌든 샷'을 저지른 셈이다. 스윙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당신이 그만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샷'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습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쨌든 샷'을 남발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당신이 어느 경우에 '어쨌듯 샷'을 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그 경우를 빠짐없이 공책에 기록해두고 더이상 문제삼지 말라. 하지만 그 후 '어쨌든 샷'을 할 상황이 닥치면, 서둘러 샷을 하기 전에 뒤로 물러서서 샷을 점검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나 '편안하다'는 것은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런 샷을 할 때는 이런 기분이어야 하지"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편안하게 스윙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찾아냈을 때 자신 있게 스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행위에 대한 준비가 되었나?


골퍼라면 귀찮아서 채를 바꾸지 않고 친 경험은 다 있을 것이다. 돈을 주고 고용한 캐디에게 다시 카트에 다녀오라고 하기 미안해서 그냥 손에 쥐고 있는 채로 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남은 거리나 공위 위치를 고려하면 당연히 채를 바꾸는 것이 맞는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잘못된 채'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두 가지 모두 나도 아주 많이 경험한 상황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샷들의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같은 실수를 반복해왔다.


채를 적당한 것으로 바꾸지 않거나 스윙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샷을 '어쨌든 샷'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우리는 골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행위를 할 때도 '어쨌든 무엇'을 자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집에서 파스타를 해 먹을 때 자주 사용하지 않는 포크를 꺼내기 싫어서 젓가락으로 먹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불편하다. 올리브 오일이 잔뜩 묻은 파스타면은 특히 한국인의 쇠젓가락에 잘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내리기 일수다.


그리고 나사를 조일 때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데 일자 드라이버 밖에 없는 경우 우리는 억지로 일자 드라이버를 요리조리 나사 머리를 쑤셔가면서 돌리려고 애를 쓴다. 당연히 나사를 제대로 돌릴 수 없다. 덤으로 나사 머리가 훼손되어 나중에 십자 드라이버를 사용해도 제대로 돌릴 수 없게 망가뜨리기도 한다. 결국에는 십자 드라이버를 나중에 가져와도 그 나사는 거의 돌릴 수도 없게 훼손되어 버린다. 이렇게 준비가 불충분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완전히 망쳐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진 행위를 할 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단지 이유 없이 서두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한템포 쉬면서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관찰해야 한다


즉, 자신을 알 필요가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옛 성현의 말씀은 여기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내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한 후에 그 '주제'에 맞는 행위를 하면 실패의 확률은 줄어든다.


지갑에 만원 밖에 없는데 3만원 짜리나 4만원짜리 물건을 만지작 거리면서 구매를 고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살수 없는 제품인데 하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능력은 지갑속의 돈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신체와 정신속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의 총 합이다. 그걸 인지하기는 당연히 매우 어렵다. 유독 골퍼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영역에 있어서는 꽤 겸손함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칠 때는 열번을 쳐도 한 번 성공할까 말까한 샷을 매번 성공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갖고 무모한 샷을 한다. 그것도 잘못 고른 그 채를 가지고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실패 가능성이 올라갈 뿐이고 그로 인하여 당신의 핸디캡이 증가할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우리를 실제로 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들은 다 내 시야에 들어와서 내가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나를 볼 수 없다. 대부분의 골퍼가 자신의 스윙이 녹화된 장면을 보면 상당히 우울해 진다고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한 엉성함을 뛰어 넘는 해괴한 스윙 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윙을 녹화해서 반복하여 보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그 잘못을 교정하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스스로 찾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발표.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회사에서 발표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할 경우 그것을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예외없이 리허설을 한다. 반복하여 모니터를 보면서 스토리라인을 꼼꼼하게 구성해서 준비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초보다(1). (1)번과 더불어 음성 녹음 기능을 사용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잘못된 점을 교정해 가면서 발표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은 중간은 된다(2). 여기에 동영상으로 자신의 발표 장면을 녹화하여 발음과 제스쳐 그리고 발표 내용 혹은 시선처리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여 발표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은 고수이다(3). 그리고 진짜 초고수는 이 모든 행위를 해당 회의가 진행되는 그 회의실에 직접 가서, 발표할 자리에 서서한다. 현장감을 사전에 느끼면서 완벽할 리허설을 하기 위함이다(4). 골프도 아니고 자신의 밥줄인 회사에서 그 중요한 회의에서 발표를 하면서도 '어쨌든 발표'를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위 네 가지 사례 중에서 아마도 꽤 일 좀 한다는 사람도 2번과 3번에 그칠 것이다. 물론 당연한다, 온 세상이 초고수로 가득차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이젠 그냥 하라.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여라.


자신의 상황을 잘 관찰하여 필요한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행위를 하는 것만이 남았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파악하였고 그에 따라서 부족한 것을 최대한 보완했다면 남은 것은 스윙을 하는 것 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정녕 다 했다면 그에 따라서 나오는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면 결과에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만족까지 할 수 있다. 최선을 다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물론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최선을 다하여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지 해석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초래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는 내가 최선을 다하여 준비했어도 알아낼 수 없었던 또다른 사항을 알게해 준 긍정적 기회라고 해석이 될수도 있다. 그걸 알았다면 미리 대비했을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든, 회사에서의 중요한 PT이든 최선을 다하여 준비가 완료되었으면 그 때 전력을 다하여 실행하면 된다. 그리고 결과를 수용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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