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준비) 10/15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9. 파도 아래로 뛰어들어라 (p93 ~ p94)


파도를 가장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은 바다 아래로 깊숙이 잠수해서 헤엄치는 것이다.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까지 깊숙이 들어가야 하다. 수면은 요동을 치더라도 바다 밑은 놀라울 정도로 잔잔하다.


생각의 경우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우리는 성가신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들과 씨름하면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파도 아래로 뛰어들면 어떨까? 생각은 정신이라는 공간에서 헤매고 다니는 것이라고 이해하라. 생각의 파도 아래로 깊숙이 잠수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라. 요동치는 수면 아래의 잔잔한 세계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타깃에 정신을 집중하라.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샷을 하라.





생각의 요소


거대한 파도로 비유되고 있는 생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긍정적인 생각의 요소도 당연히 많지만 아무래도 로우 핸디캡 골퍼의 마음속 파도는 그렇지가 못할 것이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분류한 다양한 감정의 척도 중에서 낮은 수준에 있는 감정들은 로우 핸디캡 골퍼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이런 감정들이 모여서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생각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얼굴 감정.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죄책감

- 자기 거부 그리고 자기 학대와 자기 파괴의 생각이다. 난 왜 계속 실수를 하지? 다 내 탓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서 연습을 하고 장비를 바꿔도 저주받은 몸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엔 자기 혐오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의욕

- 자신의 실수에 낙담부터 한다. 또 뒷 땅을 칠것 같은 느낌만 든다. 뭘 해도 안 될것 같은 느낌 뿐이다. 시도하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거의 없다. 의욕이 없으니 얻어지는 것도 없고 따라서 이런 감정에 지배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샷을 만들기도 어렵고 나아가서 부를 이루기도 어렵다.


비탄

- 후회에 가득 차있다. 스윙할 때 머리만 들지 않았어도 어처구니 없는 탑핑은 내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와 한탄의 감정에 휘둘린다. 후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동일한 실수를 몇 번 정도는 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후회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수 없이 되풀이하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고 그 실수에서 초래된 결과에 낙담하면서 비탄에 빠진다.


공포

- 물만보면 두려운 골퍼는 얼마나 많은가? 페어웨이는 또 왜 이렇게 좁은가? 티박스에 서니 몸이 움츠러든다. 이런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모든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뭐든 피하려고 하고 방어적이 된다. 극도의 안전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활동 범위를 최소화한다. 불안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그에 따라서 높아진 혈압은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공포에 짓눌려서 압착된 정신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공포를 느끼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욕망

- 이번 홀에서는 꼭 만회하여 돈을 따고 싶다. 그러나 그걸 욕망한 결과는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뿐이다. 항상 이익과 물질을 추구하며 외부로부터 뭔가를 계속 확보하고 얻어 내려고만 한다. 욕망에 매몰된 사람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우주에 끝이 없듯이 욕망에도 끝이 없다. 언제나 '하나 더', '한번 더'라는 주문에 휩싸여 있다. 그런 욕망에 휩싸인 채 하는 스윙은 만족스러울리가 없다. 누가 봐도 잘 친 드라이버 샷을 쳐 놓고도 못내 아쉬워 하는 동반자를 본 적이 많을 것이다. 이미 자신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샷을 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어쩌면 영원히 만족할 만한 샷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분노

-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화가 난다. 짜증도 난다. 머리가 어질 어질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심적으로 불안정하고 따라서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잠시 만족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닥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전형적인 조증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달고 산다. 조증(Mania)은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변동되면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언행을 보이는 상태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 두명은 반드시 발견할 수 있는 현대인의 아픔이기도 하다. 그래도 골프를 하면서 분노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분노를 억누르면서 게임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동반자의 행동에 영향받아서 일 수도 있다. 분노는 물을 잔뜩 담고 있는 설거치 통의 스펀지와 같다. 누르면 오염된 물이 흘러내릴 뿐인 그 스펀지처럼 분노를 억눌러도 그 분노의 잔재는 흘러나올 수 밖에 없다.





생각의 파도 아래로 잠수하기


어떻게 이런 낮은 수준의 감정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부정적 감정에서 잉태되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에서 벗어나기는 너무 어렵다.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그 파도에서 100%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려 놓음 혹은 받아 들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생각들이 그냥 날 뛰도록 둬라. 물론 영원히 그 날뛰는 생각들을 그대로 지켜볼 수 만은 없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날뛰는 다양한 생각들을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그 생각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화가 나고 슬플때 심호흡을 하면 조금씩 안정을 되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몇 번의 심호흡을 통해서 극도로 화가난 상태나 심히 슬픈 상태를 즉각적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화난 상태와 슬픈 상태가 누그러지게 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면서 기다려야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런 방식으로 최악의 감정 상태에서 최소한 한 발짝 뒤로 물러날 수 있다.


물론 한 발짝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한 발짝 더'를 성급히 외치는 욕망에 여전히 크게 휘둘리는 사람이다. 한 발짝을 내 딛지 않고서 두 번째 발짝을 딛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한 발짝에서 시작해야 하고, 여기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낮은 수준의 감정 상태에서도 서서히 빠져나와야 한다. 100% 탈출한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버리자. 다시 말하지만 '포기'가 아닌 '받아 들임'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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