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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젠골프' 읽기 (2부:준비) 12/15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11. 직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p98 ~ p100)


몸은 당신이 어느 클럽으로 더 자신 있게 스윙할 수 있는가를 말해 준다. 직관을 믿어라. 정신과 몸에 편안하게 느껴지는 클럽을 선택하라.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지고 서두르는 경우가 있다. 앞선 그룹이 늦장을 부리거나, 당신이 속한 그룹의 누군가가 늦장을 부릴 때도 당신 책임처럼 느껴지는가? 이런 상황은 당신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당신이 서둘지 않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퍼팅을 위해 몇 초를 더 할애할 때 2차, 3차 퍼팅을 피할 수 있다. 몇 초를 더 할애해서 티샷을 완벽하게 준비할 때 숲에서 공을 찾아야 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척 보면 압니다


이 글은 직관에 대한 이야기다. 본능적으로 뭔가 인지하는 것을 직관(Intuition) 이라고 한다. 라틴어 Intueri에서 유래된 Intuition 이라는 단어는 '내면을 들여다보다' 혹은 '내면에서 나오는 지식' 등의 의미를 갖는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서 생기는 판단이 아니며, 어떤 외부의 정보를 통하여 획득하는 '앎'도 아니고 그냥 내면에 이미 심어져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척 보면 안다' 라는 말은 바로 직관을 의미한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냥 즉시 뭔가에 대하여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직관인 것이다.


직관을 좀 더 저렴하게 표현하면 '눈치가 빠른 것'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뭔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능적으로 빨리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눈치가 빠르다고 하며 이런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지능이 높기도 하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난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누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그들의 최소한의 행위와 발언을 통하여 재빨리 알아채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숨소리와 미묘한 표정 변화 그리고 눈빛의 흔들림 등 관찰만해서는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사항을 매우 빠른 시간에 캐치하여 최적의 대응을 하기도 한다.


신동엽1.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코메디언 신동엽이다. 눈치가 제일 빠른 사람중의 한 명일 것이다)

물론 눈치가 빠르다고 골프를 잘 치는 것은 아니다. 골프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잘 들여다 보고 다스려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 게임을 시작하면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계속 판단을 해야 한다. 그때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판단을 한 후에 그것을 실행하면 된다. 물론 직관에 따른 판단이 당신에게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눈치가 빠르면 골프를 잘 칠 확률이 높다. 빠른 눈치는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은 섣불리 엉뚱한 채를 잡고 상상속의 샷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야기이며, 상대방의 방해공작에도 덜 흔들린다. 그리고 사진속의 코메디언 신동엽은 연예인 골퍼중에서 꽤 고수에 들어간다. 눈치가 빠르다고 골프를 다 잘치는 것은 아니지만,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대부분 눈치가 빠른 편이다. 내 경험상 그렇다는 말이니 틀릴 수도 있다.





방해받는 상황에서도 직관을 믿어라


골프 경기를 하다 보면 다양한 방해를 겪게 된다. 속어로 '구찌' 라고 한다. '겐세이' 라고도 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려고 방해하는 행위로 '모욕적 플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겐세이는 일본어 '견제'의 일본식 발음이고 '구찌'는 일본어로 입을 의미하는 '구치'의 된발음이다. 이 말들은 당구를 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수 없이 들었을 말일 것이다. 결국 학창 시절에 당구를 치던 사람이 나중에 골프를 친다. 그래서 구치와 겐세이라는 말은 골퍼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어로 Gainsay라는 단어도 있다. 부정하거나 반대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어 겐세이와 이 영단어가 발음은 비슷하지만 용법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다만 두 단어 모두 그 말을 듣는 사람들에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는 같다. 상대방에 대한 견제(겐세이)는 상대방이 이루고자 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에 반한 의도(Gainsay)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치와 겐세이를 합쳐서 '구치 겐세이' 라고 도 한다. 직역하면 '입견제' 가 된다. 한국어와 일어를 합쳐서 '이빨겐세이'라고도 쓴다. 굳이 알아야 할 만한 정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글에 적게되어 내 글을 읽는 분들께 미안하긴 하지만 그 이유가 있다. '이빨'은 '이' 혹은 '치아'의 낮춤말이다. '구치 겐세이'를 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표현이라면 '이겐세이' 혹은 '치아겐세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대신 '이빨겐세이'라는 말을 썼다. 즉, 그런 모욕적 플레이 혹은 매너가 떨어지는 경기 상대방이 크게 존중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런 복합어를 통하여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되는 언어는 그 대상을 매우 명확하게 묘사한다. 아무 생각없이 들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은 언어학적으로 깊이가 있고, 따라서 내가 다루기엔 무리가 되니 이쯤에서 갈무리하겠다.


아무튼,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영향을 끼치는 행위가 그런 종류의 행위인데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그런 상대방을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꺼리는 플레이어는 슬로우 플레이어다. 내가 꽤 급한 성격이라서 인지 모든 면에서 빠르기 때문에 상대방도 그러길 기대한다. 물론 나의 기대와 상관 없이 상대방은 빠를 수도 혹은 느릴 수도 있지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앞서서 그냥 그들이 나의 경기 속도에 맞춰 줬으면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내면의 욕구를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 결국 내 관점에서 그들은 슬로우 플레이어이고 나는 그들의 늦은 경기진행에 답답해지곤 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나의 플레이가 잘 될리는 없다. 구치 겐세이를 통하여 내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치 않고 한 사람도 몇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것 보다는 늑장 플레이가 더 내게 영향을 끼쳤다.


내가 겪은 모욕적인 언사를 하나 예로 들어 보겠다. 재직당시 거래처의 모 사장으로부터 경기 중에 들은 말이다. 심지어 내가 스윙을 하러 티박스로 이동하는 동안에 그가 한 말이다. 그는 나보다 몇해 선배였고 성격이 쾌활하고 거침이 없는 편이었다. 그와의 골프 라운드 중 티박스로 이동하는 동안에 들은 그의 일성은 'XXX님은 폼은 '정말 그지'같은데 공은 똑바로 나가네...' 였다. 거지도 아니고 '그지'였다. 그것도 '정말 그지'였다.


나와 개인적인 친밀도가 꽤 낮은 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문장은 내게 매우 부적절하고 모욕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하여도 비교적 객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모욕적이지만 그는 딱히 틀린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의 스윙 폼이 '그지' 같은 것은 지극히 정확한 Fact 였다. 물론 그의 스윙폼은 '더 그지' 같았다. 난 그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튼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내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 놓고 이야기해 준 것은 어쩌면 내가 고마워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그말 덕분인지 그 순간에 좀 더 폼을 볼만하게 교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만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내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말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들으면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숨기고 싶은 모습을 만천하게 까발렸기 때문이다. 굳이 나도 아는 나의 단점을 그렇게 예의가 부족한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할 이유는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말을 한 것은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직관에 대하여 이야기하다가 좀 어긎났는데, 아무튼 난 그의 의도적인 방해에 휘둘리지 않고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게임을 계속하였고 그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돈을 꽤 땄다는 말이다. 그런 문제로 인하여 내 직관력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방해 받지 않는 사람은 직관력이 뛰어난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만약 어떤 상황에 방해를 받으면 그건 결국 멘탈을 흔들고, 흔들린 멘탈은 긴장과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직관력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직관이 발휘되려면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하고,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을 잘 받아 들이는 열린 마음의 상태이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자기 신뢰가 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직감을 믿고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직관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해 받은 상황에서 흔드려서 긴장과 불안을 느끼면 직관이 발휘되기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방해 받지 않는 사람이 직관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방해를 받지 않으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직관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적고 따라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직관을 끝까지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서두르지 않게 되며 결국 의도한 결과(샷)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서 직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당신이 흔들리는 순간 그 목소리를 잦아 들어서 듣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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