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만두고 싶다

별이, 깜보, 깜식이, 노을이, 복덩이, 밍키와 이

by 허은숙

별이, 깜보, 깜식이, 노을이, 복덩이, 밍키와 이별은 싫다.

오늘이 십이월 십사일이니, 아직 보름 이상이 남아 있다. 한해의 마지막 달이 지나간다. 매스컴에서 연일 폭설 예보 방송이다. 눈 쌓인 풍경이 보고 싶다. 남부지방은 환호하며 눈을 맞이할 경우는 드물다. 계절에 민감한 반려견이다. 종일 그늘 밑을 찾던 반려견 새봄이가 춥다고, 저녁이 되면 제 처소(?)에 들어가기 바쁘다. 낮에는 햇살이 내려쬐는 정원 속에 제자리를 찾아 앉아 있다. 새봄이는 12월에 떠난 아빠를 생각할까? 혼자된 지 2년째, 이제는 적응을 하는 듯하다. 아침마다 거실창 앞에서 기다리는 새봄이는 가족이다.


사람을 따르는 강아지들과 함께한 지 20년이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한 세월이네. 애완견으로 키우든 '별이(몰티즈)'는 아들을 군입대시키고 허전한 시간에 분양받았다. 온 가족이 많이 예뻐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았던 첫 반려견이다. 집안에서 키웠기에 산책을 시킬 때 빨간 신발 네 짝을 신겨 데리고 다녔다. 털이 하얀 소형견이라 겁이 많았다. 죈종일 혼자 있었으니 퇴근해 돌아오면 정신없이 핥고 안기고 좋아서 흥분하던 별이다.



두 번째는 깜보다. 터미널부근 오일장터에서 발견한 유기견(?)이다. 강아지가 주차된 승용차 밑에 헤매고 있었다. 안으니 곧장 따라왔다. 집안에 들이지 않고 현관에서 키웠다. 사람을 좋아하는 깜보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옆 집 큰 개 밥을 탐하다가 물려서 치료 끝에 죽었다. 깜보와 별이는 적이었다. 깜보는 마당에, 별이는 거실에서 키웠으니 영역 차별 문제였던 것이다.



깜보의 죽음으로 상심한 끝에, 마당에 키울 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았다. 노란색 노을이와 까만색 깜식이는 형제다. 철공소를 지키든 어미개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1년도 안되어 깜식이가 병들어 먼저 죽고, 노을이 혼자 헤매고 다니다 죽었다. 다시는 강아지 키우지 않기로 했다. 집안의 별이만 키우다가 7년 만에 별이도 하늘의 별이 되었다. 보낼 때 온 가족이 힘들어했다. 떠날 때 많이 힘들어 다시는 반려견을키우지 않기로 했지만 다시 분양받은 복덩이다. 사냥개 조상인 황색 장모 정통 독일견 '닥스훈트'다. 범상치 않은 외모부터 분잡한 성격이지만 제일 오래 함께 살았다. 온 가족의 사랑으로 성씨를 정복덩으로 손자손녀가 불렸다. 해마다 고깔모를 씌워 생일축하했다. 복덩이가 5살이 되던 해 '밍키'(스피치)를 모셔 와 딸 새봄이를 얻었다. 그 후 엄마 밍키는 본집 돌아갔지만 견주가 서울병원 간 사이에.... 농약으로 횡사. 짝꿍이 가서 밍키 장례(?)를 치렸다.



2023년 12월에 우리 정복덩이는 10년 만에 병사했다. 새봄이만 남긴 채. 이제 복덩이 가족은 해체되었다. 복덩이 부녀의 모습은 내 그림으로, 사진으로, 집안 곳곳에 있다. 하울링 하는 새봄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가족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다. 밤하늘의 별이 된 반려견들과 이별을 생각한다. 너희들도 살던 집을 잊지 못하고 내려다보고 있겠지. 얘들아! 아직도 잊히지 않는 너희들이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맛있는 것 많이 못 먹여 줘서 미안해. 너희들이 있었기에 즐거웠고 행복했단다.



삶이 버거울 때 새봄이의 눈을 본다, 말없이 나를 감싸안는 그 눈빛 속에서 사랑을 느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별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빈둥지를 채워주는 반려견은 새봄이로서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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