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의 하루

낙상사고

by 허은숙

대화할 수 있을 때에 최선을 다하고, 가까이 있을 때에 마음을 다하자.

오전 10시 출발했다. 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오늘이 절기상 대한이라 그런지 매스컴 예보는 정확하다. 완전무장하여 추위에 떨지 않았다. 우리는 부산 사상 터미널에 내렸다. 지하철 2호선 6번 출구로 부암동 '온병원'에 갔다. 도시는 병원이 편리하다. 시골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렵지 않게 지하철과 연결이 되어 있다.


언니 낙상사고는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얼굴이며 몰골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 장녀로 태어나 집안의 기둥이었던 언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누리지 못한 것이 제일 많은 언니. 지지리도 복이 없어 형부와 사별까지. 어제 수술을 하면서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퉁퉁 부어 있다. 두 팔목에 깁스(석고붕대)를 하여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상태다.


어릴 때 우리를 묶어주던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의 울타리였다. 부모님 아래서 아무 걱정 없이 밥 먹고 한 방에서 뒹굴던 시절에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지금, 우리는 각자 세운 성벽 안에서 살아간다.


"옛날처럼 철없이 웃고 떠들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오 남매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다.


각자의 삶을 지켜내느라 숨 가쁘게 뛰고 있는 서로에게, 예전 같은 감정의 밀도를 요구하는 것이 사치일 수 있다. 정은 예전 같지 않을지 몰라도, 여전히 세상에서 나의 뿌리를 알게 하는 유일한 가족이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살아갈 세월은 알 수가 없다. 만날 수 있을 때에 최선을 다하고, 가까이 있을 때에 마음을 다하자.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돌아왔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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