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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박 Jul 15. 2024

내 결을 지키는 것

나다움으로 평온해지기


세상의 많은 것들에는 고유한 분위기이자 '결'이 존재한다. 사람, 음악, 소리, 이야기 등 대부분의 것들에는 결이 존재한다. 우리는 익숙한 결에 속해있을 때 스스로가 평화롭고 온전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적고 어딘가 평온해 보이는 사람은 내 '결'을 이기적으로 잘 지켜온 사람들이다.




이기적인 게 중요하다. 나와 다른 결의 무언가가 내게 접근하려 해도, 나를 우선 생각하고 냉정하게 자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협력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내 결을 유지하는 건 내 마음의 안정을 이루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내 주변을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것들로 조성하는 것은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느낌대로 자신의 결(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다 보면 스스로 온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쉽게 말해 '나다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어떤 분위기의 결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이 된다. 우리는 나다운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때 신념과 같은 내면의 굳은 기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둥 덕분에 다른 결을 마주했을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내 결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내 결(정체성)에 익숙해지지 못한 채 곧장 다른 결과 어울려야만 하는 환경에 들어선 사람을 보면, 늘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한다. 그 상황은 마치 억지로 사회적인 페르소나(사회가 필요로 하는 성격)만을 지키다가 페르소나가 자아를 삼켜버린 경우와 같다. 자신만의 줏대가 없어 다른 결에 흔들리기만 하여 내면이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다워'질 줄 아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나다운 정체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내면에 장착시켜 놓으면, 나중에 내 결과 다른 결의 사람과 교류하는 순간에도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다.




내 모습을 지키지 못한 채 나와 다른 결의 사람과 교류를 하게 되면, 앞선 설명처럼 다른 결로부터 이리저리 끌려다녀 지쳐버리게 된다. 그런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스트레스를 준다. 매번 자신만 상대를 배려하고 맞춰준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의 결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관계를 이끌어보라고 해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다. 끌고 싶어도 스스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 나다운 관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결을 지키고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사는 삶은 어떤 삶인가. 경험적으로 봤을 때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은 자신만의 소소한 취향부터 모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대화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


사람은 자신이랑 어울리는 음악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살펴보면 신기하면서도 당연스럽게 그 안에서 나와 어울리는 분위기이자 결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막연하게 일시적으로만 핫한 아이돌의 노래는 추천하지 않는다. 어떤 음악의 분위기가 가장 나와 어울리고 나답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것들을 꾸준히 모으고, 산책할 때, 책을 읽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즐겨 들어보자. 음악에 내 몸을 맡기는 행위는 내 몸의 리듬을 나다운 분위기로 조성하는 정말 좋은 방법이다. (추가 옵션으로 '노이즈 캔슬링'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대화 방식/태도


나만의 결을 이기적으로 지키는 과정을 지향하다 보면 독립적으로 생활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자주 유도된다. 내 결을 가까이하는 것은 외향적인 조건보다는 내향적인 조건으로부터 충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몇 번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해야 한다면, 그때도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 위주로 대화를 하자. 상대방의 말투, 억양,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결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평온을 깨지 않는 조건이어야 한다.




다른 결의 무언가와 함께 있으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나의 결과 어긋나는 것들의 대부분은 그 자체로서 조용히 존재하지 않고 굳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는 내내 나의 내면은 불편하고, 긴장하고, 때로는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그런 부정적인 자극은 나의 심리 상태를 초조하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자극은 내 감각기관을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어떤 말투가, 어떤 악센트 어떤 대화 구조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혹은 편안하게 만드는지 느껴보자. 




나다움이 드러나는 취미 활동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떨 때 자신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 드러나는지 모른다. 나도 사실 어떻게 해야 나다운 모습을 의도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떨 때 나다운 모습이 드러나는지 알고는 있다. 방법론적인 탐구를 통해 알아낸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결국' 하고 있는 활동을 하는 순간에 내 모습을 의식적으로 지켜봤다. 내가 결국 하고 있는 활동은 나의 의식과 무의식 모두가 의견 합일하여 하고 있는 활동이다. 그런 활동이라면 나의 투명하고 진정한 모습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라면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겠지만, 나는 결국 차분한 음악을 듣고 있었고, 나는 결국 축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결국 책이랑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노이즈 캔슬링을 하고 차분한 음악을 들을 때 내 외적, 내적 리듬이 가장 무탈한 상태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이 든다. 다만 그 아무렇지 않음에서 강한 안정감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결국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축구를 할 때 내 내면의 무언가가 강하게 올라온다. 과한 승부욕과 미친 열정이다. 그래서 조금만 몸싸움을 시도해도 오리주둥이가 되어 삐치는 사람과는 함께 축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는 결국 책이랑 대화를 하고 때로는 글을 썼다. 독서와 글쓰기의 공통점은 활동자로 하여금 내면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차분한 음악을 들을 때'와 유사한 분위기다. 나는 고요하고 차분한 리듬이 내게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비슷한 결로서 느껴지는 자연, 건강식품,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주식으로 삼는다.)




핵심은 나와 비슷한 결을 가까이하고 내 결을 지키기 위해 이기적으로(= 어긋나는 결은 멀리하는) 사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의 내면에 내 결로 근간을 이룬 가치관이 자리를 잡는다면, 비로소 단단하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때는 결이 다른 사람과 교류하면서도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결의 파장이 닥쳐와도 내 안의 기둥이 무게중심을 잡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느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흔들리지 않는 나의 기둥은, 나와 다른 결을 만나도 상대의 결과 내 결을 조화롭게 엮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게 해 준다. 예전 같았으면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를, 이제는 무해한 관계로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부터 당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쌓아가세요. 스트레스를 주는 화법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과는 최소한의 대화만 나누세요. 내게 부끄러운 솔직한 모습이 있더라도, 나다움을 인정하고 발휘하세요. 그리고 이것을 반복하여 나만의 결로서, 나의 내면에 나만의 기둥을 세우세요. 흔들리지 않을 굳은 기둥. 우리는 이 기둥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_ 너무 사랑하지만, 결은 맞지 않는 가족 구성원 일부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든 생각 정리




대표사진을 포함한 모든 사진 자료의 출처는 'Pintere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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