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없어도 나는 존재할까?

by 호수


나는 김철수입니다와 같이 우리는 스스로를 특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성격과 성향이 바뀌고 외모도 바뀌지만 크고 작은 변화들 가운데 '나는 박경식'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언제나 김철수니까.



이런 말이 있다. "강의 이름은 같지만 물은 계속 바뀐다."



인간으로 따지면 '나'라는 이름만 있을 뿐 실체는 흐른다는 의미다.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자유로워진 기분도 들었는데, 마치 박경식이라는 족쇄에서 당차게 풀려난 기분이었다. 한 사람이 가진 고집, 취향, 그리고 방어기제와 같은 날카로운 것들은 결국 나를 위한, 그러니까 나의 자아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현상들인데, 자아는 허상이며 여태껏 받은 모든 스트레스가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음을 알아차리니 마음이 굉장히 허무하고 평화로워졌다.



이름으로 고정된 껍데기에 왜 그토록 집착했을까. 뭐가 그리 힘들어서 자신만의 취향을 고착시키려 애써왔을까. 고집이 세다는 것은, 취향이 강하다는 것은, 그리고 나만의 기준이 확실하다는 것은 나를 고정시키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고착시킴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말릴 생각은 없으나.. 무엇을 위해 그리 고정되려 애써왔을까? 앞으로는 그 행위에 힘을 조금 빼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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