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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이게 되는

그들의 못난 모습

by 호수


고마운 사람에게도, 미운 사람에게도, 동경하는 사람에게도, 친한 사람에게도, 어색한 사람에게도 그들의 못난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 근데 왜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의 못난 모습은 점점 발견되고 신경 쓰이게 되는 걸까?



너무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랑하기만 하면 못난 모습이 잘 보이고 처음 봤던 인상이 사라진다. 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멋지게 보고 싶은데 사랑만 하면 그게 안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매력을 훼손시킬까 봐서라도 사람을 적극적으로 사랑하기 어려울 거 같다. 내가 어떤 이를 사랑함에 따라 더 이상 그이의 멋짐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이가 실제로 안 멋져지는 건 아니다. 내가 좋게 보든 말든 그이는 그대로 존재한다. 그래서 내 판단 따위는 실제와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사랑하기 어려울 거 같다. 실제로는 변함없고 단지 내 세상에서만 멋짐을 잃는다 하더라도 나는 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지 않는가. 내가 그들을 사랑하면 내 세상에서 그들의 매력은 떨어지고 만다. 나 때문에 ‘내 눈에만’ 그들이 매력을 잃은 거라도 괜히 미안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내 주변에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사랑하는 경험을 해볼수록 나의 사랑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 말고, 멀리서만 아니 어쩌면 가까이서라도 ‘좋아’만 해야겠다. 그러려 노력해야겠다. 비록 사랑하는 관계가 되어야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그들의 매력을 오래 보기 위해서라도 욕심을 내리고 사랑하진 말아야겠다.


저리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한다니


이거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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