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틀에 박힌 일상의 소중함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인 김영하 님의 단편 소설 중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별다른 문제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한 부부가 어느날 마트에서 세 살배기 아들을 유괴 당한다.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두 부부는 직장도, 돈도, 건강도 포기한 채 11년간 오로지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살아간다.
아이를 찾는 그 시간동안 그들의 인생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지칠 대로 지친 그들 앞에 잃어버렸던 아이가 나타난다.
그러나 11년만에 되찾은 아이는 부부의 머릿 속에 있던 세 살 배기 아이와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아이는 낯선 부모를 피하고, 부모도 달라진 모습의 아이가 불편하기만 하다.
아이만 찾으면 잃어버렸던 일상을 모조리 되찾을 줄 알았던 부부는 오히려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목표마저 잃어버린 채 예상치 못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부부가 한 잘못은 주말 오후 혼잡한 대형마트 안에서 신형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잠시 아이를 태운 카트를 손에서 놓쳤던 것, 그것 하나뿐이다.
그 작은 일상의 균열이 한 부부의 정상적인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사실 김영하 작가님이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분명 다른 것이겠지만, 나는 몇 차례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사는 이 평범한 일상도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겠구나, 그리고 반대로 이 당연한 듯한 일상이 어쩌면 평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견고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지루한 일상들은 어쩌면 이 소설의 내용 같이 아주 작은 충격에도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연약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일상의 무너짐은 영화 속 무수한 해피엔딩들과는 다르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끈질기게 우리 삶을 괴롭힌다.
마치 이 소설 속의 부부가 그토록 찾기를 바라던 아이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무너져 버린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남은 삶을 고통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건강한 것, 함께 웃으며 산책할 수 있는 내 짝이 있다는 것, 아침마다 투덜대며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일하고 자고 먹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단단한 나의 육체가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새삼 '기적적으로' 느껴진다.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짬을 내어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 배경 출처: 영화 <그놈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