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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23. 2023

내가 동료 직원에게 말을 놓지 않는 이유

공적 인간관계의 중요성

 2018년에 동사무소에 처음 발령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나는 단 한 번도 내 또래 직원들에게 말을 놓아본 적이 없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나보다 한두 살 어린 직원들과 말할 때도 꼭 ×× 주사님, ×× 선생님 등 존칭을 붙여가며 이야기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동료들과의 관계가 서먹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별 탈 없이 잘 지냈고, 마음이 맞는 몇 명과는 직장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간간이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반말을 하는 것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에는 특별한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게 내 오래된 생각이다.


 몇 년정도 직장생활을 해보고 나서야 느끼는 거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직장이라는 곳에서의 인간관계에는 참으로 독특한 지점이 있다.


 아무리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꾸준히 대화하며 '화기애애'함을 유지한 채 지내야 하고, 반대로 아무리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하루종일 대화하며 그들에게 친구나 가족에게 하는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대화는 친근함과 형식적임 그 사이 어딘가의 애매한 지점에서 왔다갔다하며 유지된다.


 그런데 '반말'을 하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애매한 지점이 더 큰 폭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업무 분장을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예의에 벗어나는 사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반말에 익숙해짐으로써 직장에서의 관계가 어디까지나 '공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시동안 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선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친한 직장 동료라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반말을 하지 않는다.


 일종의 '직장이란 세계관'에 충실하기 위한 나만의 다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벼룩시장 구인구직


 사실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가장 고통 받는 지점은 과도한 업무량 혹은 적은 연봉이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일이 편해도 자신과 성향이 다르고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자신의 동료 혹은 상사로 있다면 그 직장은 결코 자신에게 편하고 만족스러운 직장이 될 수 없다.


 불편한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 숨소리 하나에도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나 혼자만의 노력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는 그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해결책 바로 '공적인' 직장 내 인간관계의 설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오로지 업무적인 이야기만 공적으로, 예의 바르게, 빠르게, 합리적으로 나눈다면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70% 이상은 아주 쉽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공적인 관계의 출발은 존댓말을 쓰고 서로 간의 격식을 갖추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직장 내 모든 구성원이 서로 격의 없이 지내며 서로 좋아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사이가 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이 직장이 그러한 상황이 되기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나 혼자부터라도 직장이 주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동료 직원들에게 깍듯하고, 공손하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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