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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21. 2023

교행직 공무원들이 모임에 진심인 이유

외로울수록 똘똘 뭉쳐라

 나에게는 두 그룹의 연수원 동기가 있다.


 일반행정직 시절의 동기들, 그리고 현재 교육행정직에서의 동기들.​


 두 그룹 모두 소중한 나의 인연들이지만 교행직공무원으로 소속을 옮긴 이후 내 입장에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동기들과의 모임이나 약속의 빈도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일반행정직 시절보다는 현재 교육행정직으로 옮긴 이후 나는 훨씬 많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보통 한 달에 서너 번, 아무리 뜸한 시기라도 2주에 한 번씩은 꼭 교행직 동기들을 만난다.


 과거 지방직 일행으로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로 여러 동기들과 친하게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모임에 자주 참여하지는 않았다.


 전체 동기 모임은 입직 초반에 한두 번 참여한 게 다였고, 모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성향이 맞는 소수 몇 명과 가볍게 만나는 게 전부였다.


 애초에 모임이나 만남을 썩 좋아하지 않던 내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임이 없는 시기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연락해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모임이 기다려지고, 모임에 다녀오면 뻥 뚫리고 개운한 느낌에 기분이 좋다.


 불과 몇 년 만에 나라는 사람의 성향이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닐텐데, 내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가끔 이곳에 찾아오는 이웃님들께서 일행에서 교행으로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일행에는 없는 교행의 단점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그럼 난 교행의 단점에 대해 조심스레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직 내에서 마음을 터 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건 사람에 따라 생각보다 크나큰 고통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행직으로 일하다 보면 느끼는 부분이지만, 우리가 근무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생각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행정실 동료들조차 우리와의 나이가 열 살,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많으며, 시설직 분들과는 업무 범위 자체가 다르고, 교사나 공무직 분들과는 애매한 업무를 가지고 업무 핑퐁을 하는 타부서 직원의 입장으로서 함부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 명의 교직원이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지만, 저연차 교행직 공무원은 이곳에서 마치 하나의 섬처럼 혼자 둥둥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상황이 우리 교행직 공무원들을 말할 수 없이 외롭게 만들고, 더 나아가 말할 수 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일행직 공무원에서 교행직 공무원이 된 나는 이 고립된 기분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라도 교행 동기들과의 모임에 진심으로 참여하고 또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행직 공무원들이 모임에 진심인 이유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에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적은 급여, 과도한 업무량, 먼 출퇴근 거리,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식, 불안정한 고용 환경 등까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가 타고난 성향에 따라 우리는 여러가지 방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그것을 겨우 버텨 내며 힘들고 고된 직장생활을 이어 나간다.


 마냥 편해 보이기만 하는 학교 행정실에도 역시 앞서 말한 종류의 보이지 않는 외로움과 괴로움이 존재한다.


 이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이곳으로 옮기고자 하는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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